[여의도포럼] 개혁의 시대,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을 다시 읽다

2026. 3. 26. 00: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1년 동안 우리 사회 근간을 바꾸는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사법제도 개혁 관련 법안 논의와 입법 과정을 바라보면서 다시 이 고전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은 과연 공화국의 번영을 지향하고 있는가?" 현재 진행 중인 사법 체계의 재편과 검찰 제도의 변화는 단순히 권한의 수치를 조정하거나 기관 간의 영역을 획정하는 기술적 공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본선
구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전 대검차장

“재판권이 입법권 집행권과
분리되지 않으면 자유는 없다”

권력이 서로 견제하고 시민의
덕성이 살아 있는 사회가
몽테스키외가 꿈꿨던 공화국

특정기관 역할 재분배나 권한
감축이 개혁 종착지는 아닐 것

개혁이 새로운 질서가 되려면
충실한 성찰과 검토가 필요해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De l’esprit des lois)’에서 권력의 통제와 시민의 덕성이라는 공화정체 번영의 조건을 역설했다. 그는 국가 권력의 자의적 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 행정, 사법의 엄격한 분립을 주창했다. 특히 그에게 삼권분립의 메커니즘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지점은 그 체제를 번영시키는 내적 동력으로서의 ‘시민의 덕성(vertu)’이었다. 그에게 공화국이란 단순히 투표 시스템을 갖춘 제도가 아니라 ‘공화국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시민들의 도덕적 결단이 모여 완성되는 공동체였다.

최근 1년 동안 우리 사회 근간을 바꾸는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사법제도 개혁 관련 법안 논의와 입법 과정을 바라보면서 다시 이 고전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은 과연 공화국의 번영을 지향하고 있는가?” 현재 진행 중인 사법 체계의 재편과 검찰 제도의 변화는 단순히 권한의 수치를 조정하거나 기관 간의 영역을 획정하는 기술적 공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여야 막론하고 누가 집권하든지 정치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복원하고, 사법 정의가 특권 집단이나 특정 권력의 도구가 아닌 시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거듭나게 하는 헌법적 가치의 회복 과정이어야 한다.

몽테스키외는 “입법권과 집행권이 한 집단에 속할 때 자유는 사라진다. 재판권이 입법권과 집행권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을 때도 자유는 없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법의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수사와 판결의 공정성 시비, 이로 인한 갈등과 진통은 결국 이 권력 분립의 원칙이 현실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우리 정치권은 사법제도를 상대 세력을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은 물론 개혁의 대상이 되는 집단은 모두 ‘시민의 자유와 권익 보장’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토대 위에 정치적 득실을 떠나 철저한 자기반성과 공적 책무를 다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결국 수사와 사법 개혁에서 몽테스키외가 말한 공화국의 덕성은 오늘날 우리에게 ‘책임 있는 공복의식’과 ‘공적 가치에 대한 헌신’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법을 집행하는 이들의 청렴함과 공정성, 그리고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민들의 깨어 있는 눈이 결합될 때 공화국의 덕성은 비로소 완성된다. 몽테스키외가 꿈꿨던 공화국, 즉 권력이 나누어져 서로를 견제하고 시민의 덕성이 살아 숨쉬는 사회는 포기할 수 없는 지향점이다.

특히 공화국에서의 수사권과 사법권은 시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제도 설계가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시민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 개혁은 의미를 잃게 된다. 조직과 절차의 신설, 권한의 재배치는 자칫 수사와 재판의 전문 역량 분산과 현장의 혼선, 그리고 수사와 재판의 지연과 공백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제도를 급격히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비효율과 수사 절차에서 책임소재의 불분명함은 결국 시민들이 누려야 할 사법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분쟁의 무한 반복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상하기 어렵다. 수사와 사법 개혁의 종착지는 특정 기관의 역할 재분배나 권한 감축이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가 확립되고 수사·사법 서비스가 향상되어 시민이 안심하고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결국 개혁이 소용돌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질서로 변혁시키는 힘을 가지려면 그 실행 준비 과정에 충실한 성찰과 검토가 필요하다. 감정이 배제된 실무상 전문성도 충분히 반영되도록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시민들은 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장치가 제대로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그 장치를 움직이는 주체들이 공익을 위한 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개혁은 멈추지 않는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공화국을 단단하게 만드는 수련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개혁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공화국의 번영을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몽테스키외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대를 초월한 조언이자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구본선
구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전 대검차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