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제안 거절 뒤 5개 역제안…주도권 놓고 밀당 시작됐다
중동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며 주도권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 미국의 15개 조항 종전 제안을 이란이 거부하고, 대신 호르무즈 해협 주권 인정 등을 포함한 5개 조건을 역제안하면서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25일(현지시간) 정치·안보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은 스스로 결정할 때, 그리고 자국의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어떤 협상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제안을 “과도하고 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란의 방어 작전은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공격과 암살의 완전 중단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보장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역내 모든 전선 및 저항 세력에 대한 교전 종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인정 등이다. 특히 해협 통제권을 ‘자연적·법적 권리’로 규정하며 핵심 협상 카드로 내세웠다.
다만 이란이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가 아니라 익명의 당국자가 국영 매체에 해당 내용을 알리는 식으로 미국의 종전 협상을 거절한 건 다소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프레스TV의 영문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미국과 서방을 염두에 둔 메시지 발신인 셈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이란이 엄청난 금액에 달하는 큰 선물을 줬다”며 “호르무즈 해협 수송과 관련된 것”이라고 언급했고, “새로운 집단이 생겨났다. 사실상 정권 교체”라고도 밝혀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둔 출구 전략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나 미국은 튀르키예·이집트·파키스탄 등 중재국을 통해 이르면 26일 고위급 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도 25일 기자회견에서 “긴장 완화에 기여한다면 관련 회담을 이집트에서 개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구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양국 대면 협상이 26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3대 핵 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을 포함한 15개 조항의 종전 합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이란의 거절 의사에 따라, 양측 요구 간 간극이 큰 만큼 협상이 단기간 내 타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미국도 사태 악화 가능성에도 대비하며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5일 방산업체 록히드마틴·BAE 시스템스와 협력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요격체와 유도체 생산량을 4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쟁 초반 방산업체들을 총동원해 생산 확대를 압박했던 조치의 연장선이자, ‘전시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에는 육군 최정예 신속대응부대인 82공수사단 병력 약 2000명이 중동에 추가 배치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전 세계 어디든 18시간 내 투입이 가능한 이 부대가 전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선택지도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제31해병원정대(약 2500명)와 제11해병원정대(약 2200명) 역시 중동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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