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오르면 코스피 오른다? 이젠 모른다

장서윤 2026. 3.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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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오르면 다음 날 한국 증시도 오른다’는 증권가의 전통적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9% 오른 5642.21에 마감했다. 반면 간밤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24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18%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37%·0.84%씩 하락했다. 미국 장 마감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이후 개장한 한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주원 기자

지난해 말과 비교해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4.22%·6.37%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33.89% 상승했다. 실제 올해 들어 S&P500과 코스피의 일간 등락 방향을 비교해보면, 54거래일(공휴일 제외) 중 18거래일은 방향이 엇갈렸다. 사흘 중 하루꼴이다. 이 가운데 16일은 코스피만 올랐고, 나머지 이틀은 S&P500이 상승했는데도 코스피는 내렸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의 증시는 동조화 경향을 보였다. 지난 1월 발간된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코스피와 S&P500의 월별 수익률 상관관계는 0.67로 높은 편이었다. 1에 가까울수록 두 시장이 함께 오르내리는 경향이 강하고, -1에 가까울수록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수출 비중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경기 흐름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고, 이에 따라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 간 동조화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이 나타난다. 일단 기대감의 시간이 엇갈린 영향이 크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한국 증시는 반도체 기업 실적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을 바탕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미국 증시는 정책 불확실성과 빅테크 기업의 고점 논란 속에서 상대적으로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도 기인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의 수요자로서 투자 확대가 비용 부담과 주가 하락으로 작용하는 반면, 한국 반도체 기업은 AI 설비 투자가 늘수록 수익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세기 미국 골드러시와 비교하면 구글·아마존은 금을 캐는 사람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그들에게 청바지를 파는 사람들”이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과잉 투자가 새로운 수요가 되고 호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이후 코스피가 12% 넘게 폭락한 지난 4일에는 미국 증시 하락 폭이 1% 미만에 그치는 등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 증시는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로 소수 업황에 크게 흔들리는 반면, 미국은 소비재와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경기 둔화 우려에도 일부 대형주가 주가를 떠받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증시를 뒷받침하는 AI 붐이 둔화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내수 소비가 아시아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아시아 증시 호황은 견고한 기반이 아닌 타인의 수요에 힘입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위기에 따라 토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동조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센터장은 “지금 미국 증시의 둔화는 과잉 투자에 대한 걱정이 반영된 것인데 주요 빅테크의 경쟁 과정에서 일부만 살아남으면 궁극적으로 양국 증시가 다시 동조화될 것”이라며 “과잉 투자 논란이 계속돼도 이들에게 장비와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은 계속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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