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이야기] 결혼 19년차인데 셔츠 색깔 괜찮은지 물어볼 사람이 없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신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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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탁을 대신한 캠핌용 테이블.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
| ⓒ 신재호 |
아직 짐을 다 풀지 않은 캐리어 안에서 셔츠를 꺼내 외투와 챙겨 입었다. 왠지 색감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다. 회사 인사 발령으로 주말부부가 된 지 두 달, 이것이 요즘 내 출근 풍경이다.
인사발령으로 인한 갑작스런 주말부부
올해 초였다. 사내 게시판에 인사 공고가 떴다. 아직 다른 곳으로 이동할 시기가 되지 않았기에 혹시나 떠나는 직원이 있나 검색하던 중 저 멀리에서 날 부르는 큰 소리가 들렸다.
"과장님! 이번에 발령 났는데요. 그것도 멀리 가세요!"
그 소리에 놀라서 직원 명단에서 내 이름을 급히 검색해 보았다. 맙소사. 후배 말처럼 떡하니 내가 있었다. 두 가지 악재가 있었다. 사는 곳에서 먼 지역 발령이 하나요, 다른 하나는 새롭게 설립하는 기관의 개청 단원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몰려오는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본사 인사팀에 있는 아는 직원에게 연락했다. 회사 차원에서 적임자로 낙점되어 발령을 낼 수밖에 없었고, 보안 사안이라 사전에 연락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당연한 일임을 알면서도 그저 푸념만 늘어놓다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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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 발령 후 처음 사택에 갔을 때 마주한 장면 사택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휑한 공간에 거대한 냉장고 한대만 있었음 |
| ⓒ 신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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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속 공감가는 내용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속 주인공 김낙수가 점심 시간에 달려가는 장면 |
| ⓒ JTBC |
의식주의 불을 끄고 나니 이젠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근무 시간엔 정신없이 일정이 돌아가느라 몰랐는데, 퇴근 후 사택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은 고독했다. 그동안 타지로 발령 난 직원에게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주말부부를 한다며 부러움을 빙자한 농담을 했는데... 미안하다. 현실을 몰랐다.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고 마음껏 자유를 누릴 거로 생각해서 부럽기도 했건만, 현실은 멍하니 핸드폰 뒤적거리다 잠에 드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초반엔 잠도 자주 설치고 자고 나도 계속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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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택을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다 썰렁했던 사택을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바꾸다 |
| ⓒ 신재호 |
한동안 가족과 살 순 없으니 적어도 혼자서라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문에 커튼도 달고, 책상도 구매해서 독서하거나 틈틈이 글 쓸 공간도 조성했다. 최근엔 인터넷으로 현수막 그림도 사서 한쪽 벽에 걸어 놓았다. 그렇게 꾸미고 나니 그제야 사람 사는 집 같은 분위기가 났다.
앞으론 최소 3년 간은 떨어져 지내야 한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주말부부가 현실이 되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지만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한편 좋은 기회란 생각도 든다. 어차피 언젠가 혼자가 될 터인데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채워 나가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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