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괴롭힘으로 교육지원청 고발된 학부모, 알고 보니 '교사'

윤근혁 2026. 3. 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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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사이에 행정민원 65건과 교사 고소 7건?...서울 P고 피해교사 "교사가 교사 숨통 조였다"

[윤근혁 기자]

 25일 오후 2시, 전교조 서울지부가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새 청사 앞에서 연 '서울 P고교 교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사들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윤근혁
[기사 보강 : 25일 오후 9시 20분]

고교생 자녀에 대한 출석 미인정 등에 불만을 품고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6개월간 65건의 행정민원과 7건가량의 교원 대상 고소고발을 남발한 학부모가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가 '공립 P고교 악성 민원인 형사고발 촉구' 서명을 벌인 직후 교육 당국이 뒤늦게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가 '악성 민원인'으로 지목한 해당 학부모가 서울 지역 한 사립고교 현직 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부교육지원청도 '악성 민원' 학부모 늑장 고발

25일 오후 2시,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새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P고교 사안은 잦은 결석과 미인정 조퇴를 반복하는 학생의 보호자가 일과시간 이후의 자녀 등교에 대한 출석 인정 요구 등 교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행위를 벌이면서 비롯됐다"면서 "학교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이후 해당 학부모 B씨는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여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정보공개청구 45건, 내용증명 13건, 행정심판 7건, 형사고발 등 현재까지 누적 65건에 달하는 민원 및 형사고발을 제기하여 교사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학교 교육활동 운영 전반을 위태롭게 했다"고도 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초 P고교로 자기 자녀를 전학시킨 뒤 지난해 8월 28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민원 제기와 고소고발을 남발했다'는 것이 전교조 서울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은 B씨에 대해 지난해 10월 2일과 같은 해 12월 5일 각각 교권보호위를 열고 해당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정했다. 이후에도 서부교육지원청은 올해 1월 16일, 교권보호위를 열고 'B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강요죄, 공갈죄 등으로 수사기관 고발 인용'을 결정했다. '교권 침해' 판정을 내렸는데도 교권 침해 행위가 지속됐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11일, B씨를 실제로 형사 고발했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고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난 뒤 뒤늦게 고발에 나선 것이다. 이 서명에는 25일 현재 678명의 교사가 동참했다. 하지만 이 교육지원청은 고발 사실을 아직도 보도자료 등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고발은 내부 일정에 따라 이미 결정되고 준비가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전교조 서울지부의 서명과는 관련 없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에 고발된 B씨가 현직 사립 고교 교사라는 점이다. 현직 교사가 학부모 자격으로 교사의 교육권 침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25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 새 청사 앞에서 'P고교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P고에서 지난해 B씨 자녀가 소속된 학년의 부장을 맡았던 한 교사는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서 "가장 참담했던 것은, 저를 벼랑 끝으로 몬 그 학부모가 다름 아닌 같은 교육계 종사자라는 사실"이라면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교육계 종사자가, 오히려 자신이 가진 지식을 동원해 교사의 숨통을 조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계 종사자가 공적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공교육 시스템을 사유화하고, 동료 교원과 단위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든 '명백한 제도적 폭력'"이라고도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악성 민원 학부모들 중에 현직 교사인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현직 교사인 B씨에 대해 교육청 차원 대응 방안 검토"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교육지원청이 고발한 B씨가 소속된 학교와 사학재단에 '교권 침해 판단' 사실을 통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면서 "일단 B씨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수사기관이 수사 개시와 함께 수사 사실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자기 자녀가 "'왕의 DNA'를 가졌다"는 등의 압력성 내용이 적힌 편지를 담임교사에게 보내 '갑질 교권 침해' 논란을 빚은 교육부 사무관에 대해 교육부가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는 해당 사무관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B씨에 대해서도 교육청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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