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약과 같은 성분인 탈모 약, 비급여인데도 더 싼 이유
[이동근]
|
|
| ▲ 2025년 12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탈모 치료제의 급여 적용 여부를 언급면서 "재정 부담이 크다면 횟수 제한 등 방식을 통해 젊은 층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 연합뉴스 |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건강보험에 등재된 '급여 약물'이다. 급여에 등재된 만큼 가격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한국은 제네릭(복제약)의 가격을 정해진 산정률에 따라 기준가격 이하로 결정하는 구조다.
오리지널 제품인 아보다트의 특허 만료 직전 가격 1324원이 기준이 되고, 여기에 산정률(53.55~38.59%)을 곱해 제네릭의 상한 가격이 정해진다. 그 결과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 처방을 받으면 두타스테리드 한 알을 537~709원에 살 수 있다. 한 달 치(30일분)를 처방받으면 약제비 약 3만 5000원에 본인부담금 1만 원 안팎이 든다.
비급여의 역설: 보험이 안 되는데 왜 더 쌀까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시중에 유통 중인 93개의 두타스테리드 제품 중 급여 등재된 제품은 52개뿐이다. 나머지 41개 제품은 왜 국가가 보장해 주는 '보험 약'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한 제약사가 같은 성분의 제품을 두 가지로 출시해, 하나는 보험을 적용받고 하나는 적용받지 않게 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약사가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하기 위해서'다. 보통 비급여라고 하면 '비싼 약'을 상상하기 쉽지만, 두타스테리드 시장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제약사들은 전립선비대증 처방용보다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저렴한 약국을 찾으면 탈모용 두타스테리드 한 달 치 처방 가격이 9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전립선 약의 본인부담금보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탈모약값이 오히려 더 저렴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은 제네릭의약품의 정의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함'을 입증해 허가받은 약을 뜻한다. 50개 회사가 만들든 100개 회사가 만들든, 과학적으로는 '모두 같아야만' 한다. 차별점이 없기에 사용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유일한 기준은 결국 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탈모치료제 시장(비급여)에서는 이 원리가 작동했다. 비급여 처방을 받은 환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탈모약값을 만들었다. 가격에 기반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반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시장은 다르다. 급여 의약품이다 보니 환자는 가격에 둔감하다. 약을 고르는 건 결국 의사의 몫이고, 제약사는 의사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경쟁한다. 그 결과 2017년에 산정률로 정해진 가격이 9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
| ▲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약을 정리하고 있다. 자료사진. |
| ⓒ 연합뉴스 |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지난 10년간 해외 선진국들이 제네릭 가격을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추며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는 동안, 한국은 고정된 산정률 뒤에 숨어 '비싼 제네릭' 구조를 고수해 왔다. 20%를 깎는다고 해도 이 근본적인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제약사가 우려하는 것처럼, 인위적인 일괄 인하는 일부 성분의 생산 중단이나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는 정부가 지목한 특정 기업(예를 들어, 혁신형 제약기업)의 제네릭만 우대하는 구조로 인해 오히려 비싼 제품만 살아남는 시장 왜곡이 생길 수도 있다.
탈모약은 싸고 전립선 약은 비싼 현실이 제네릭 약값 문제의 해답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이 가격 경쟁으로 선택되는 구조를 만들면, 시장은 스스로 가격을 낮출 것이다. 해외에도 이미 이를 실현한 사례들이 많다.
정부가 진정 약제비 절감을 목표로 한다면, 해외의 여러 사례 중에서 어떤 방식이 지금 한국 실정에 맞는지 따져볼 때다. 일괄 인하라는 숫자 싸움에 머물다가는 사회적 논란만 남기고 실질적 개선은 이루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압도적인 군사력, 천문학적 비용...미국은 왜 질서를 잃었나
- "처음엔 평범한 공장인 줄..." 동네 까맣게 변했는데, 이유도 몰라
- "친정엄마 안 계시니"... 팀장의 한마디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 조희대는 질 수밖에 없다
- 3월 모의고사 영어 보고 한숨 쉰 학생들... 이대로는 안 됩니다
- 1935년 만주 출생,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묶는 현역 조각가
- 김건희 계좌관리한 주가조작 선수,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 70년대 실험영화 감독부터 봉준호 감독 대학 시절 첫 영화까지
- '비상경제상황실' 띄운 청와대 "중동 상황, 최장 반년까지 보며 대응 준비"
- [오마이포토2026] 설전 벌이는 박성준 vs. 신동욱·곽규택·나경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