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군사력, 천문학적 비용...미국은 왜 질서를 잃었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2026. 3. 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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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타격은 이뤄졌지만 해결은 없었다... 네 가지 결핍이 만든 모순

[임상훈 기자]

 2023년 12월 10일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해안과 케슘 섬의 항공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높아지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가는 통로에서 유조선 운항이 줄어들면서, 시장은 전쟁의 결과가 아니라 진행 방식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해협은 군사 충돌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이 열리지 않을 경우 이란의 전력·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겠다는 48시간 압박을 내놓았다. 시한은 곧 연장됐고, 접촉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압박과 유예가 오락가락하는 동안 해협은 안정되지 않았고 전쟁의 중심은 타격에서 통제로 바뀌었다.

호르무즈 통제와 항행 유지 문제가 전면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면, 초기의 군사적 선택은 다른 기준에서 설명돼야 한다. 해협을 안정시키지 못한 채 통제 부담만 확대됐다면, 그 선택은 결과와 맞지 않는다. 타격은 이루어졌지만, 그 타격이 무엇을 해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문제는 개별 판단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에 있다. ▲ 개입의 범위는 통제되지 않았고 ▲ 수단과 목표는 어긋났으며 ▲ 이후 이어질 연쇄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 전쟁은 거래의 방식으로 다뤄졌다. 네 가지 결핍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였다.

전장의 규칙이 바뀌는 순간

첫 번째는 확전 통제의 결핍이다. 해협이 열리지 않을 경우 인프라를 타격하겠다는 압박은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개입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범위를 사전에 설정하고 통제하는 설계는 분명하지 않았다.

개입은 시작하는 순간 그 이후의 단계를 함께 결정한다. 해협과 같은 공간에서는 공습으로 끝나지 않고, 통로 유지와 민간 선박보호, 위험 관리로 이어지는 부담이 곧바로 발생한다. 범위가 설정되지 않으면 개입은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확장된다.

결과적으로 전장은 초기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개입은 통제된 수단이 아니라 확장되는 조건으로 작동하고, 그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부담으로 남는다. 확전 통제의 실패는 전쟁의 규모가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문제다.

두 번째는 수단과 목표의 불일치다. 문제는 군사적 타격의 강도가 아니라 그 타격이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가였다. 해협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정규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실제 위협은 기뢰와 드론, 소형정이 결합된 방식으로 이동했고, 해협을 통제하는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정규 전력에 대한 타격은 이루어졌지만, 그 결과는 해협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장은 다른 규칙으로 이동했다. 항행이 위축되고 보험과 물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쟁의 중심은 파괴가 아니라 유지와 관리로 바뀌었다. 수단은 강했지만 목표와 맞지 않았고, 그 불일치가 전장의 방향을 바꿨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는데도 상황이 더 불리해지는 경우가 있다. 전장의 규칙이 바뀌는 순간, 기존의 우위는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해협에서 벌어진 일은 정밀 타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 타격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내는가의 문제였다. 강한 행동이 곧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

호르무즈에서 나타난 흐름
 12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이 감소하자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항에 정박해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세 번째는 결과 예견의 결핍이다. 전쟁은 단일 행동이 아니라 그 이후 이어지는 연쇄로 작동한다. 해협을 압박하면 즉각적인 군사적 반응을 넘어 시장과 물류가 동시에 움직이고, 그 변화는 다시 전장의 조건을 바꾼다. 타격은 시작일 뿐이고, 그 타격이 만들어낼 다음 단계까지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

호르무즈에서는 그 연쇄가 빠르게 나타났다. 유조선 운항이 줄고 보험이 흔들리면서 에너지 흐름 자체가 불안정해졌다. 해협의 위험은 군사적 충돌을 넘어 경제적 부담으로 확장됐고, 전장은 물리적 타격에서 그 타격이 만들어낸 환경으로 이동했다. 상황은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조건을 계속 만들어냈다.

이 연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초기의 선택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 전쟁은 현재의 성공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후 어떤 조건이 형성되고, 그 조건이 다시 어떤 선택을 강제하는가에 따라 전체의 방향이 결정된다.

네 번째는 국가 판단의 결핍이다. 국가는 이익을 교환하는 단체가 아니라 체제와 권력, 안보가 결합한 단위다. 그래서 국가 간 전쟁은 거래처럼 다룰 수 없다.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체제와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협박과 양보를 반복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선택지를 넓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의 대응을 더 경직된 방향으로 몰아간다. 기업 간 협상에서는 통할 수 있는 접근이지만, 국가 간 충돌에서는 신호를 흐리게 하고 오판의 가능성을 키운다.

호르무즈에서 나타난 흐름은 이를 보여준다. 압박과 유예가 이어지면서 전략은 일관성을 잃었고, 협상 신호는 신뢰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군사적 압박도 해협의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국가 간 충돌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 어떤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목적과 결과가 어긋난 전쟁

이 네 가지 결핍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개입의 범위를 통제하지 못한 선택은 곧바로 수단과 목표의 불일치를 낳고, 그 불일치는 이후 전개될 연쇄를 예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폭된다. 그 위에서 전쟁은 일관된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 대응의 반복으로 흘러가고, 상황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

문제는 전력이 아니라 판단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 힘이 만들어낼 질서를 설계하지 못했다. 타격은 가능했지만 이후의 환경은 통제되지 않았고, 해협은 막히지 않은 채 불안정한 상태로 남았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복잡한 조건 속으로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유지가 전쟁의 핵심 문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다. 해협 통제는 전쟁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부담이다. 전쟁 이후에 생긴 문제가 전쟁의 중심으로 올라왔다면, 그 선택은 결과와 맞지 않는다.

처음 내세웠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는 확인 가능한 성과로 정리되지 않았다. 이란 내부의 변화도 없다. 대신 해협 통제와 에너지 흐름, 보험과 물류 불안이 핵심 문제가 됐다. 전쟁의 목적과 결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미국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무엇을 해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초기 목표로 제시된 위협 제거는 확인 가능한 성과로 정리되지 않았고, 대신 해협 통제와 에너지 흐름 불안이라는 새로운 부담이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해결을 위해 시작한 전쟁이 더 큰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을 관리하는 일이 중심 과제가 됐다면, 선택과 결과는 어긋난다. 결과가 목적을 설명하지 못하는 전쟁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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