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모의고사 영어 보고 한숨 쉰 학생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신정섭 2026. 3. 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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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사가 봐도 고난도... 수능뿐만 아니라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도 영어 절대평가 취지 못 살려

[신정섭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2025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25년 11월 13일의 악몽을 벌써 잊었는가?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볼 때, 24일 치러진 교육청 주관 전국연합 학력평가(아래 모의고사) 고3 영어는 상당히 어려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물러나게 한 2026학년도 수능보다는 약간 쉬운 편이었으나, 고난도 문항이 적지 않아 여전히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잘 알다시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은 원점수 90점 이상 1등급 학생 비율이 9등급 상대평가 1등급 기준 4%에도 못 미치는 3.11%에 그쳤다. 평가 문항의 난도가 임계치를 넘었다는 비판이 들끓었고, 불의의 일격에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춰 수시에 탈락한 수험생의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그런데도 24일 고3 학생들이 본 모의고사 영어 시험에서 반성과 성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낱말 개수가 170이 넘는 긴 글이 많았고, 추상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의 텍스트가 여럿 제시된 탓에 70분 안에 문제를 풀어내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3교시 영어영역 시험이 끝나고 "영혼이 탈탈 털렸다"라며 한숨을 쉬거나 얼굴이 벌게진 학생들이 곳곳에 보일 정도였다.

영어 평가 문항을 직접 풀어보았다. 다 풀고 나서는 늘 정답률이 가장 낮게 나오는 5~7페이지 29번(어법)부터 40번(요약)까지 (쉬운 35번 문항은 제외하고) 11개 지문의 낱말 수와 내용의 추상도 등을 측정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3월 고3 모의고사 영어는 작년 수능처럼 절대평가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근거는 크게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수능 영어 독해 지문의 약 40%가 미국 11학년 이상 수준으로 <영어Ⅱ> 교과서 4종의 최고난도 지문의 평균인 9학년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는데, 이번 3월 고3 모의고사 독해 지문 중 10여 개는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 3월 고3 모의고사 영어 고난도 지문 분석 29번 어법성 판단 문항부터 40번 문단 요약 문항까지 난도가 높은 지문의 낱말 개수와 내용의 추상도 등을 측정하여 표로 만들었다.
ⓒ 신정섭
위 표는 어려운 문항 11개 지문의 낱말 개수와 내용의 추상도, 글의 주제 등을 정리한 것이다. 우선 낱말 개수를 살펴보면, 빈칸추론 유형 32~34번 3개 문항을 빼고는 170단어를 넘겼다. 37~40번 문항이 들어있는 시험지 7페이지는 여백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 문제를 평균 1분 30초 이내에 풀어야 하는데, 이렇게 긴 글을 언제 다 읽고 이해한단 말인가.

길이만 긴 게 아니었다. 철학적 담론이나, 논리학, 응용언어학, 건축미학, 천문학 등과 관련이 있는 추상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의 글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글로 읽어도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배경지식이 필요한 이론적 내용도 눈에 띄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수험생이 풀기에는 너무 어려운 수준이었다.

둘째, 절대평가로 치르는 수능 영어는 아무리 변별이 필요한 전국 단위 표준화 검사라 하더라도, 원점수 90점 이상 1등급의 비율이 최소 8% 이상은 나와야 한다. 작년에 사퇴한 오승걸 평가원장이 "영어 1등급은 6~10% 내외가 나왔을 때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무리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아래 그래프에 초록색 선분으로 표시한 것처럼) 최소한 8% 이상은 나와야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2018 수능 이후 영어 1등급 비율(%) 영어가 절대평가로 치러진 2018 수능 이후 영어 난이도는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널을 뛰다가 작년 11월 2026학년도 수능 때 3.11%까지 떨어졌다.
ⓒ 신정섭
그런데 24일 치러진 3월 고3 모의고사 영어는 1등급 비율이 재작년 수능 6.2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월 모의고사는 고3이 된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전국 단위 시험인데,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 시험마저 이렇게 어렵게 내면 아이들의 성취동기가 낮아지기 쉽다. 출발선에 선 아이들에게 '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라는 열패감을 심어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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