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붉은사막, 팬도 안티도 이해되는 '변태적 대작'의 아이러니

정길준 2026. 3.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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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첫날 200만장·최고 동접 24만
"큰 만족감 선사" vs "단순한 스토리"
그래픽 화려하고 액션 강렬하지만
내러티브 아쉽고 조작·시스템 어려워
'붉은사막' 플레이 화면. IS포토

펄어비스가 7년을 공들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장인정신으로 빚은 그래픽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유저들의 뒷목을 잡는 시스템은 회사의 주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플레이스테이션5로 10시간가량 플레이해 보니 ‘과연 대작’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왔다.

초반 흥행은 성공했지만

24일 업계에 따르면 ‘붉은사막’은 극명히 갈리는 호불호 속에서도 초반 흥행에는 성공한 분위기다. 지난 20일 출시 첫날 200만장을 판매하고 PC 플랫폼 스팀에서 최고 동시 접속자 수 24만명을 찍었다.

출시 효과가 일부 희석되기는 했지만 인기가 여전하다. 이날 기준 스팀에서 ‘펍지: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최고 인기 게임 2위를 기록 중이다. 최다 플레이 순위는 4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 평점이 아쉽다. 글로벌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완전히 상반된 의견이 달리며 기대 이하인 78점으로 집계됐다. 90점을 부여한 MMORPG닷컴은 “다양한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70점을 준 IGN 스페인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오픈월드 경험을 제공하지만 단순한 스토리와 불분명한 목표 때문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실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붉은사막' 플레이 화면. 펄어비스 제공

기자가 직접 패드를 잡고 ‘붉은사막’의 주인공 ‘클리프’가 돼 파이웰 대륙을 탐험해 봤다. 클리프가 속한 용병단 ‘회색갈기’가 숙적 ‘검은곰’의 습격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클리프는 흩어진 동료들을 모아 새로 시작하기 위해 에르난드 공국으로 향한다. 여기서 펄어비스는 플레이어가 긴 다리를 건너다가 자연스럽게 광활한 대륙을 감상하는 연출을 넣었다. 독자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그래픽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구간이다. 비행하는 법을 배우면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도 절경이 펼쳐진다. 구조물로 시야를 가린 타 게임과 달리 거리감을 제대로 구현했다.

액션도 남다르다. 이동 중에 도적을 만나거나 점령지 탈환을 시도하면 다수의 적을 마주하게 되는데, 정신없이 연계 공격을 펼치는 와중에도 강렬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중세 판타지 세계관 특유의 묵직한 칼부림이 인상적이다.

전투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일상 콘텐츠도 매력이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채집 요소로 체력과 기력 회복 등에 도움이 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낚시와 사냥으로도 요리 재료를 구할 수 있으며, 목장·농장을 운영하며 물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하기’, 지나가던 강아지 ‘쓰다듬기’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비롯해 이웃과 교류하며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친밀도’ 시스템 등은 세계관에 더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장치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적정 체온을 벗어나면 회복이 더뎌지는 등의 사실적인 플레이 환경, 건물을 드나들 때 로딩 없는 심리스한 오픈월드 환경도 주목할 만하다.

'붉은사막'의 복잡한 패드 조작법. IS포토

초보 플레이어들 ‘곡소리’

이렇게 즐길 거리가 풍성하지만 ‘통곡의 벽’으로 여겨지는 조작 시스템이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절망감을 안긴다. 점프와 달리기 등 기본 조작도 적응이 필요한데 숙지해야 하는 버튼이 한두 개가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5의 경우 L3 버튼 하나를 어떻게 누르냐에 따라 ‘지켜보기’, ‘점프 지점 지정’, ‘앉기’, ‘섭리의 힘’, ‘정신 집중’ 등 서로 다른 기능이 실행된다.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기억의 파편’은 L1 버튼을 눌러 흔적을 발견한 뒤 장비 창으로 이동해 재생을 활성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이처럼 복잡한 버튼 조합 때문에 평소에는 찾지 않는 ‘도움말’이 단골 메뉴가 됐다.

화려한 전투 이면에도 아쉬움이 적지 않다. 적의 주인공 감지 시그널이 없어 암살 요인이 없다시피 하고, 보스전에서는 무리하게 여러 공격 패턴을 넣다 보니 손맛을 좌우하는 패링(공격 쳐내기) 타이밍을 찾기 어려워졌다. 결국 회피만 하다 보스를 공략하면 소울라이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쾌감보다는 찝찝한 뒷맛만 남는다.

게임 업계 트렌드인 탄탄한 ‘내러티브’(서사)에서도 약점이 드러난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매년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이 소멸하는 저주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는 독특한 줄거리로 GOTY(올해의 게임)를 거머쥐었다. ‘P의 거짓’은 고전 ‘피노키오’를 다크 판타지로 재해석해 국산 콘솔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용병단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퀘스트 도중 캐릭터들의 대사와 모션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 몰입이 쉽지 않은 순간도 다수 있다.

이에 펄어비스는 신속한 패치로 플레이어 이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3일 공지한 패치에서만 퀘스트·콘텐츠·조작 등에서 100개에 가까운 개선이 이뤄졌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다양한 피드백에 귀 기울이고 빠르게 개선해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즐겁게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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