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볼 수 있는 윤동주의 마지막 모습... 여기에서 웃었다
도톤보리, 글리코상, 타코야키, 유니버설스튜디오, 우메다, 난바.... 오사카,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오사카라는 지명 뒤에 무슨 말이 가장 어울릴지 AI에게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답을 합니다. 여기, 오사카 여행이 아닌 오사카살이를 시작한 특이한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불빛을 자랑하는 오사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오사카 주민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독거 일기를 시작합니다. 반년간 펼쳐질 좌충우돌, 실수 만발 오사카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김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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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 히가시혼간지 교토시의 히가시혼간지. 왼쪽에 보이는 곳은 교토역 맞은편 교토타워이다. 내가 오사카에서 교토에 갈 때 자주 다니는 길이다. |
| ⓒ 김용국 |
일본인뿐 아니다.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 간사이 지역은 올해도 벚꽃을 보기 위해 어김없이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항공료, 호텔도 비싸고, 인파도 어마어마하지만 벚꽃 구경을 위해서라면 다 감수하겠다는 듯하다.
가끔 지인들로부터 오사카나 교토 지역 벚꽃 명소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겨우 석 달을 일본에서 보냈고, 그것도 대학에서 주로 생활해 왔지만, 그래도 그동안 보고 들은 풍월이 있어서 몇 군데 얘기해 줄 정도는 된다.
오사카에 살고 있는 덕분에 걸어서, 자전거로, 혹은 전철로 갈 수 있는 벚꽃 명소도 제법 된다. 오사카성과 오사카조폐국은 다들 알고 있는 명소니 말할 필요도 없다. 내가 지내는 오사카대학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엑스포 '70 기념공원(반파쿠공원)이다. 12품종 약 5500그루의 벚꽃이 있는 이 공원은 '일본 벚꽃 명소 100선'에도 선정된 곳이다.
교토에서 고즈넉한 벚꽃 구경을 원한다면
교토는 특정 장소를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그래도 유명한 한 군데를 꼽는다면 마루야마공원을 추천한다. 기온거리에서 야사카신사를 거쳐 공원으로 올라가면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청수사(기요미즈데라)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명소는 사람에 치인다는 단점이 있다.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몰리니 자칫 사람에 떠밀려 다니기 쉽다.
교토에서 벚꽃도 보고 조용하고 사람이 덜 붐비면서 고즈넉한 곳은 없을까. 한 군데가 있다. 바로 우지시다. 하루면 웬만한 곳을 다 둘러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벚꽃이 피기 전에 미리 한 번 다녀와봤다. 벚꽃 구경 뿐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본 '최초' '최고(最古)' 수식어가 붙은 곳이 많고, 우리 역사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교토역에서 전철로 20분, 녹차향이 진동하는 도시
교토역에서 나라선을 타고 20여 분만 가면 우지에 도착한다. 전철 요금도 240엔으로 싸다. 우지는 일본차로 유명한 곳이다. 13세기 가마쿠라시대부터 차 재배가 시작되었고 역대 권력자들의 장려와 차가 자라기 좋은 기후조건이 맞물려 우지는 차로 유명한 지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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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교의 전경 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수식어가 붙는 우지교. 그간 수차례 파손과 유실을 겪어서 지금의 다리는 1999년 복원한 것이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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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최초의 찻집 우지교를 건너면 일본 최초의 찻집, 츠엔이 있다. 12세기에 창업을 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가면 창가로 우지강과 우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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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가미 신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알려진 우지가미신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1060년 지어졌다는 본전(오른쪽)과 그 뒤 만들어진 배전((拜殿)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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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뵤도인의 봉황당 전경 1052년 지어져 일본 불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뵤도인의 봉황당.‘극락정토가 의심스러우면 뵤도인을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려한 불상과 잔잔한 연못이 특징이다. 봉황당은 일본 돈에 2번이나 등장한다. 10엔짜리 동전 앞면에는 봉황당 전경이, 1만 엔권 지폐(2004~2024년 발행)에는 봉황당 지붕 위의 봉황이 사용되었다. |
| ⓒ 김용국 |
'극락정토가 의심스러우면 뵤도인을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려한 불상과 잔잔한 연못이 특징이다. 뵤도인은 일본 돈에 2번이나 등장한다. 10엔짜리 동전 앞면에는 봉황당이, 1만 엔권 지폐(2004~2024년 발행)에는 봉황당 지붕 위의 봉황이 사용되었다.
뵤도인에는 세계문화유산인 봉황당을 비롯, 봉황, 범종 등 일본 국보가 여럿 있다. 봉황당은 바깥에서 보는 경치가 좋지만,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예약을 하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 봉황당 안에는 국보인 아미타여래좌상과 운중공양보살상이 있다.
경내에서 보이는 봉황당 위의 봉황과 범종은 진품이 아니고 최근 만든 것들이다. 진품은 별도로 마련된 박물관에 다른 유물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뵤도인은 중생 누구나 평등한 세상, 극락정토 구현을 꿈꾸며 만들어졌지만, 이곳에는 살벌한 역사도 숨어 있다. 일본 최초의 할복 장소가 바로 뵤도인이다.
12세기 헤이안 시대 잘 나가던 무사인 미나모토노 요리마사. 중앙 정계까지 진출한 그는 대격변의 시대 전쟁에 나섰다가 패배하였다. 그는 더 이상이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 뵤도인에서 자신의 부채를 펼쳐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때가 1180년으로, 일본 할복 역사의 시작이다. 그 후 할복은 사무라이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는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금도 관음당 근처에 오기노시바(부채의 잔디라는 의미)라는 이름으로 장소가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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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가세 구름다리 아마가세 구름다리. 1943년 윤동주 시인이 우지에 소풍을 와서 벗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장소이다. 뵤도인에서 강의 상류 쪽으로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
| ⓒ 김용국 |
1943년 초여름 당시 교토 도시샤대학을 다니던 윤동주는 우지 강변으로 벗들과 소풍을 가게 된다. 이 무렵 윤동주는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소풍은 윤동주의 송별회를 위한 것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동주는 이날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윤동주 일행은 우지강을 거슬러 올라가 아마가세 구름다리에 도착한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윤동주의 마지막 모습이다(이 사진은 2017년 최초로 공개되었다).
그해 7월 윤동주는 교토 하숙집에서 일본 경찰의 급습을 받고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된다. 일본 법정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고 1945년 2월 16일 옥사한다. 향년 2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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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가세 구름다리 위의 윤동주시인 아마가세 구름다리. 1943년 윤동주 시인(사진 왼쪽에서 2번째)이 우지에 소풍을 와서 벗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장소이다. 그해 7월 윤동주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고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뒤 수감중이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1945년 2월 16일 숨을 거둔다. 이 사진은 윤동주 시인의 최후 사진이 되었다. |
| ⓒ 시인윤동주기념비 건립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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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동주 시인이 기념사진을 촬영한 장소 아마가세 구름다리. 1943년 윤동주 시인이 우지에 소풍을 와서 벗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장소이다. 사진 속의 장소와 동일한 각도에서 촬영을 해보았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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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의 윤동주 시비 우지에 있는 윤동주 시비. 일본어로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라고 써있고, 시 <새로운 길>이 우리말과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시비 뒤쪽에는 2017년 10월 “윤동주가 살았다는 증거를 미래에 전하게 위해 시 <새로운 길>을 적은 비를 이곳에 세운다”는 취지를 일본어로 기록해 놓았다. |
| ⓒ 김용국 |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나의 길 새로운 길 /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 오늘도...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윤동주 <새로운 길> 원문 전문)
그러나 친구들과 아리랑을 부르며 새 출발을 다짐했을 그의 길은 중단되고 만다. 일제에 의해 사상범으로 몰린 그는 후쿠오카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그것도 조국 해방을 반년 남겨둔 채 옥중 의문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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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샤대학의 윤동주 시비 교토 도시샤대학의 윤동주 시비. 도시샤 대학에는 1995년 추모 시비가 세워졌고, 작년 2월에 대학은 시인에게 명예문화박사학위를 수여했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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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키치야마 전망대에서 바라본 우지 시내 전경 우지가미 신사 바로 위에 있는 다이키치야마 전망대. 걸어서 20분만 오르면 우지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우지의 해가 지는 모습을 담았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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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급하게 핀 벚꽃 우지시 뵤도인 인근에 성급하게 벚꽃이 피었다.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있다. |
| ⓒ 김용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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