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파도 경험하며 나도 성장"…초심 찾은 '3년 차' 김기동 감독, 돌아온 '어퍼컷 세리머니' 의미는?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FC서울 사령탑 김기동 감독이 오랜만에 홈 팬들 앞에서 미소와 함께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지난해 여름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김 감독의 '승리 세리머니'가 돌아왔다.
서울은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정범, 클리말라, 로스, 이승모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5-0 대승을 거두며 개막 후 4연승을 질주했다.
직전 포항 스틸러스전 승리(1-0)로 19년 만에 개막 후 3연승을 질주한 서울은 홈 개막전이었던 광주전에서도 승리를 따내며 창단 후 첫 개막 4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서울이 한 경기에서 5득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4년 6월 전북 현대 원정 후 처음이며, 5골 차 이상 승리는 2023년 7월 수원FC전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같은 날 열린 경기에서 울산HD가 김천 상무와 비기면서 서울은 2022년 2월 이후 4년여 만에 리그 단독 선두 위치에서 달콤한 첫 A매치 휴식기를 맞게 됐다.

전반 9분 만에 2007년생 초신성 미드필더 손정범의 선제포로 리드를 잡은 서울은 후반전에만 네 골을 쏟아부으며 광주 골문을 폭격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못했던 폴란드의 외인 공격수 클리말라가 멀티골을 터트렸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라마시아 출신 수비수 로스와 김 감독의 애제자인 이승모가 한 골씩 보탰다.
김 감독도 오랜만에 홈에서 미소를 지었다.
서울이 홈에서 거둔 마지막 승리는 지난해 10월26일 열린 강원FC와의 리그 34라운드였다.
이후 서울은 멜버른 시티(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에서 1-1로 비겼고, 지난달 비셀 고베(일본)를 상대한 ACLE 16강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2-2 무승부로 끝난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와의 ACLE 리그 스테이지 8차전은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단순히 기간으로만 따지면 5개월여 만에 홈에서 승리를 맛본 것이다.

선수들과의 세리머니를 즐긴 서울 홈 팬들은 이어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멀리서 코칭 스태프들과 세리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던 김 감독은 양팔을 비행기 날개처럼 좌우로 펼친 채 팬들 앞으로 뛰어가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지난해 여름 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후 볼 수 없었던 김 감독의 승리 세리머니가 오랜만에 등장한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과 기성용의 이적 건으로 인해 서울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서울 팬들은 김 감독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고, 팀 경기력이 좋지 않거나 이기지 못하면 '김기동 나가!'라는 구호를 서슴없이 외쳤다.
얼어붙었던 서울 팬들의 마음은 김 감독이 약속한 '완연한 서울의 봄'과 함께 녹아내렸다. 서울은 시즌 초 경기력과 결과, 어느 하나에도 불만을 품을 수 없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사령탑을 향했던 야유와 비난은 약속을 지키듯 사상 첫 개막 4연승을 달성하자 환호와 찬사로 바뀌었다.
팬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꿋꿋하게 체질 개선과 함께 자신이 계획한 방향대로 팀을 꾸리는 데 집중한 김 감독의 뚝심이 시즌 초반부터 빛을 보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서울의 동계 전지훈련지인 중국 하이난에서 만난 김 감독은 "팀 체질이 개선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며 "선수들도 나와 함께 올해 팀 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적도 따라온다면 분명히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고 확신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도 성장했다.
그는 "(서울에 온 이후) 태평양에 나온 느낌이었다"라면서 "작은 파도를 만났을 때에는 숨을 조금만 참으면 큰 파도를 만나면 내가 힘을 빼고 (파도를) 기다려야 괜찮은데 당황하니까 그런 것들이 잘 안 됐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돌아봤다.
광주전 승리 세리머니는 그동안의 시간을 묵묵하게 버텨낸 김 감독에게는 보상처럼 다가왔을 터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쑥쓰럽고 창피했다. 사실 지난해 많이 힘들었는데 버티면서 동계훈련을 했다. 분명 승리하고 경기력이 좋아지면 나를 응원해줄 거라고 확신했다"며 "외롭고 힘든 시간을 버티니까 이런 기회가 오는 것 같다. 올해는 무언가 이루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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