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집 어떻게들 사나 했더니… ‘사업자대출’ 꼼수였네요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이 금융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과 21일 두 차례나 유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다. 사업자대출은 개인 사업자나 법인이 사업체나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빌리는 돈이다. 정부 출범 후 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사업자대출로 돈을 빌린 뒤 실제로는 주택을 구매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정부는 이런 유용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적발 시 세무 조사까지 불사하겠다며 근절에 나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를 열어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사례를 철저히 점검하고 적발 시 즉각 회수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나온 금융 당국 차원의 대응이다. 금융 당국은 사업자대출이 많이 실행되는 은행권과 보험업권 저축은행권 상호금융권 여신전문금융업권에서 사업자대출을 유용했다 걸린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용했다 적발된 금융사에만 기록이 남아 다른 회사에서 다시 사업자대출을 받은 뒤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를 금지하려는 것이다. 국세청도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계획서에 사업자대출이 적힌 건을 전수 조사한 뒤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세무 조사에 나서겠다고 최근 엄포를 놨다.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사례는 반복적으로 적발돼왔다. 2021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딸 명의로 대구의 한 MG새마을금고에서 운전 자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빌린 뒤 이를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생긴 빚을 갚는 데 썼던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7월 은행권에서 새롭게 실행된 사업자대출 5805건을 점검해 45건, 총 119억3000만원어치의 유용 사례를 적발했다. 지난 3월에는 금융권 전반의 사업자대출 2만여건으로 검사 대상을 넓혀 127건, 총 588억원어치가 유용된 것을 잡아냈다.
주택 구매 수요자가 사업자대출을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지난해 나온 6·27 부동산 대책과 9·7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서울과 경기 일부 등 규제 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져 집값의 40%까지만 빌릴 수 있다. 이마저도 15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는 6억원,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금융권 전반에서 빌린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은행권 기준)를 넘지 않도록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된다. 비싼 집을 산다거나 연봉이 높다고 해서 무한정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한 3단 규제 장치다.
반면 사업자대출은 규제에서 한발 비껴서 있다. 자본금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나 자영업자를 위해 보유한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돈을 빌리는 담보대출이 흔한데 일부 금융사는 담보로 잡은 집값의 90~95%까지 빌려준다. 소득대비대출비율(LTI)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가 존재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참고 지표 성격이 강했거나(LTI) 임대 사업자에게만 적용(RTI)돼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적발 체계도 느슨했다. 사업자대출은 사업 자금을 빌려준다는 특성상 차주가 신청 당시 목적에 맞게 썼는지는 사후 검증할 수밖에 없다. 3~6개월의 시차 동안 자금을 여러 계좌로 이체해 세탁하거나 현금화해 사업 자금으로 쓴 것처럼 장부를 꾸미면 금융사 직원이 추적하기 어려웠다. 과거에는 전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건당 1억원 이하 또는 1인당 5억원 이하 대출은 사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약식으로만 검증됐다.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어주고 허위 세금 계산서나 가짜 견적서를 발급하는 전문 브로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각 금융사의 사업자대출 실행 정보와 국토교통부의 주택 거래 내역, 국세청의 세무 정보 교환이 단절돼 있었다.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권 정보 공유라는 새 대책이 과거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적발 체계의 가장 큰 허점을 메우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용했다 적발되면 금융 질서 문란자로 만들어 모든 신규 대출을 최대 5년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경우 이전처럼 ‘걸리면 다른 금융사에 가면 된다’는 식의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세무 조사는 억지력이 더 크다. 유용 한 번 잘못 했다가 사업장 전체 또는 대표자 개인의 세무 조사로 번지면 다른 탈세 혐의까지 검증받게 돼 더 큰 세금을 물 위험이 생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패가망신을 시키겠다’는 각오로 밀어붙이는 모습”이라면서 “적어도 사업자대출을 이용한 꼼수는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I에 맡길 일? 사람에게 남길 일? 사회가 선택해야
- ‘이란전쟁에 유가 급등’…中전기차,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
- 포항해경, 지적장애 조카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60대 검거
- 靑 “보유세, 가장 최종적으로 검토할 정책이라는 점에 변화 없어”
- [단독] “더러워도 너무 더러웠다” 안전공업 전 직원 증언
- 美에서 입 벌리고 춤춘 다카이치…‘#일본의수치’ 온라인 확산
- 온리팬스 소유주, 암투병 끝 사망…향년 43세
- 지난달 자동차 보험료 올렸는데 보험사 ‘끙끙’…왜?
- 출산 전 담배 조금 피웠어도 아이에겐 독…“지적장애·자폐·ADHD 위험 ↑”
- 만취 SUV 홍대입구역 인도 돌진… 日여성 등 4명 중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