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석유 비중 8%뿐인데…트럼프, 호르무즈 집착 왜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유통되는 중동 원유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미국이 해협 개방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한국 항공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중동산 원유 비중은 7.9%다. 2010년대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이 된 영향이다. 중질유 등 필요한 원유 대부분은 캐나다(63.3%), 멕시코(6.2%) 등에서 수입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 해협을 지키려 하는 건 한 해 1080만t 넘게 수출(점유율 29%)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 항공유 때문이다. 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항공유의 약 70%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기압과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운항을 하는 항공기 특성상 항공유는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하다. 산유국이 아닌 한국 생산량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 항공유의 원료 대부분이 중동산이라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내 항공유 공급도 지장을 받게 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국 내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미국의 ‘항행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란은 현재 “해협 상황은 전쟁 이후에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지나는 선박에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받겠다”는 등의 엄포를 놓으며 해협을 전략 무기화하고 있다. 미국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차대전 종전 후인 1918년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영해 밖에서 항해의 자유는 절대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이후 냉전 시기부터 세계 제해권을 장악해 왔다.
그런데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상시화된다면 2000년대 이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국과 신경전을 벌여온 중국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 역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봉쇄를 전략 무기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사실상 항복을 받아내려는 트럼프의 의지란 해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이 가동하는 해병대 병력 등은 이란 원유의 90%가 수출되는 하르그섬 혹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영유권 분쟁 중인 3개 섬(아부무사, 소·대툰브)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성일광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는 이곳 장악 시 이란의 경제·에너지 목줄을 쥐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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