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일 유예 승부수…이란선 초토화 연막 작전 의심
![23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군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을 두드리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습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5/joongang/20260325000854878cgwy.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물밑 협상’을 전격 공개하면서 중동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했던 그는 자신이 제시한 48시간의 시한을 약 12시간 남겨놓고 ‘매우 생산적인 대화’ 분위기에 따라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반면에 이란은 대화가 없었다며 부인해 협상의 실체를 둘러싸고 혼란이 일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예비 협의가 있었다는 정황은 포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범죄가 될 것이란 비판까지 부른 이란 발전소 공격을 철회할 명분을 대기 위해 실제 진척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힘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멤피스 안전 태스크포스 원탁회의’ 연설에서 “이란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끝낼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이 기회를 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란과 미국 모두 합의를 원한다면서 지난 이틀 동안 매우 강력한 협상을 진행했고 일부 합의에 도달했다고 알렸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15가지 정도”라며 이란의 핵무기 포기가 첫 번째라고 했다. 합의 타결 시 호르무즈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준무기급 60% 농축 우라늄 약 450㎏을 미국이 직접 회수할 거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란의 반응은 냉담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몇몇 우호국을 통해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받아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답했다”며 “지난 24시간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놓고 미국과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장대한 분노 작전), 그리고 지난해 6월 22일(미드나잇 해머 작전) 미국이 기습 공격에 나섰던 전례를 들어 이번 ‘협상’ 발언 역시 또 다른 일격을 앞두고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 전술이란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발언 진의를 놓고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최근 미군 전개 상황도 맞물려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약 2500명의 미 제31해병원정대에 이어 미 본토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한 제11해병원정대 약 2200명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거기에 이란 핵심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 장악 등에 동원할 수 있는 최정예 신속대응부대인 미 제82공수사단 3000여 명을 파견하는 방안을 미 국방부(전쟁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협상의 실체’를 의문시하는 목소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등한 유가와 국내외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해 그때그때 흘리듯 메시지를 낸다는 분석도 작용한다. 그가 이날 오전 7시쯤 소셜미디어 글로 ‘협상 진전’ 소식을 알린 이후 유가는 급락했고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하는 등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한편 초기 단계의 예비협상은 준비 중인 분위기다. 파키스탄이 중재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르면 금주 내 미·이란 양국 대표단의 대면 회담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현재 상황은 구조화된 협상이 아니라 초기 메시지 교환 수준에 가깝다”며 “전면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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