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2030 설문조사…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스페셜 리포트]
한국과 일본의 20~30대 청년은 닮은 듯 다른 불안을 안고 산다.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직접적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청년은 일본(68.2%)이 한국(54.5%)보다 더 많았다. 거꾸로 생각하면 한국은 ‘아니다(행복하지 않다)’라는 청년(45.5%)이 일본(31.8%)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양국 청년 모두 불안을 느꼈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았다.
행복도 격차는 취업, 주거, 직장문화, 미래 전망 인식 차이와 맞물려 있었다. 두 나라 청년 모두 계층 이동이 어려워졌다고 느끼지만, 체감하는 압박의 성격은 다르다. 한국 청년은 취업문이 좁고 주거비 부담이 크다고 봤다. 한국 청년은 취업, 주거, 결혼, 출산 전까지 생애 전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일본 청년은 취업 시장 자체는 덜 비관적으로 본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정체된 임금 구조와 조직 내 인간 관계,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 더 큰 피로를 느꼈다. 한국이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도 불안한 사회’라면 일본은 ‘들어갈 수는 있지만 오래 버티기 답답한 사회’에 가깝다.
결혼·출산·주거를 대하는 태도도 크게 갈렸다. 한국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와 양육 부담을 들었다. 일본 청년은 자유 상실과 낮은 소득, 관계 피로를 더 크게 의식했다. 집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랐다. 한국 청년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계층 사다리이자 불안에 맞서는 방어막이었다. 반면 일본 청년은 소유보다 임대를, 공격적 투자보다 예적금과 절약을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같은 저성장 환경에서도 한국 청년은 자산 증식 의지가 강했고, 일본 청년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했다. 행복을 붙드는 방식, 즉 정서적 버팀목도 달랐다. 한국 청년은 가족과 연인 등 관계 안에서 위안을, 일본 청년은 혼자 통제 가능한 취미와 여가를 버팀목으로 꼽았다.
매경이코노미는 국제결혼 매칭 기업 트웨니스와 손잡고 한국과 일본 20~30대 남녀 800명(한국 400명·일본 4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연애·재테크 등 다양한 주제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일 청년이 처한 경제 구조와 사회 압력이 어떻게 다른 생존 전략을 만들어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이는 취업, 조직생활, 주거, 결혼, 출산, 행복을 둘러싼 단순한 취향 차이라기보다, 양국의 노동 시장 구조와 주거 환경, 임금 흐름, 기업 문화가 빚어낸 생존 전략의 차이에 가깝다.
설문에는 한국 청년의 스펙 경쟁·주거비 부담과 일본 청년의 조직문화 피로·장기 저성장 인식이 반영됐다. 이번 스페셜은 그 갈림길 위에 선 한일 2030세대의 현실을 6개 키워드로 짚어본다.

韓 “취업 재수 필수” vs 日 “골라 간다”
구직 시장에서 양국 청년이 체감하는 온도는 확연히 갈렸다. 한국 청년 42.1%가 취업 난이도를 ‘좁은 문’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본 청년 52.5%는 ‘노력하면 무난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생계 부양 책임감을 크게 느끼는 한국 남성(45%)이 구직 장벽을 가장 높게 체감했다. 구직을 수월하게 여기는 일본 남성(15%)과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한국 여성(39%) 역시 일본 여성(12%)보다 취업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꼈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요인도 달랐다. 구직 과정 스트레스 요인으로 한국 청년은 ‘불확실한 미래(45.2%)’와 ‘반복되는 탈락(22.1%)’을 꼽았다. 일본 청년은 ‘불확실한 미래(35.5%)’에 이어 ‘인간관계와 조직 융화 우려(25.1%)’를 지목했다. 일본 청년은 취업 자체보다 입사 후 조직 적응을 더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인식 차이가 한국 특유의 노동 시장 구조와 일본의 인구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 첫 직장 선택이 이후 소득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졸업을 미뤄가면서까지 스펙을 쌓는 등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청년이 많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에는 노동 시장 이중 구조와 양극화 문제가 존재한다”며 “소득이 늘어도 부동산과 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가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청년이 현재와 미래 모두에서 좌절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은 단카이세대(베이비붐세대) 은퇴 이후 대졸 신입 구인배율이 1.75에 그친다. 구직자 1명당 1.75개 일자리가 열려 있어 청년이 기업을 골라 간다는 뜻이다. 일본 평균 취업 연령은 22세 안팎이지만 한국 남성은 군 복무를 포함해 평균 31.9세에 달한다.
10년에 달하는 시간차는 한국 청년의 자산 형성과 생애주기 설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자리가 넉넉한 환경에서 일찍 사회에 진출한 일본 청년은 자산 형성 출발선에 먼저 서지만 한국 청년은 30대 초반이 돼서야 출발 총성을 듣는다. 이 격차는 단순한 취업 시점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결혼 시기, 내집마련, 자산 증식 등 생애주기 전반을 뒤흔드는 바탕이 된다.
이병훈 교수는 이런 인식이 단순한 취업 비관론을 넘어 계층 구조 고착에 대한 체념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계층 상승 기대를 접게 되면 좌절감이 커지고, 이는 공동체 의식 약화와 계층 갈등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2] 조직생활, 이직을 부르는 ‘이것’
韓 숨 막히는 상명하복 vs 日 눈칫밥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와 직장 생활 가치관에서도 한일 차이가 뚜렷하다.
우선 이직 사유부터 달랐다. 한국 청년은 ‘꼰대 문화 등 수직 분위기(28.5%)’와 ‘낮은 연봉 인상(24.1%)’을 이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청년은 ‘동료와 갈등·인간관계(35.5%)’와 ‘과도한 업무량(25.1%)’을 지목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 남성은 ‘권위적인 상사(32%)’를 가장 힘들어했고, 일본 여성은 ‘동료 간 얽힌 관계 스트레스(33%)’를 이직 방아쇠로 꼽았다. 한국 청년에게는 상사와의 수직 관계가, 일본 청년에게는 동료와의 관계 스트레스가 더 큰 이직 요인이라는 의미다.
이는 네덜란드 조직인류학자 홉스테데가 제시한 ‘권력 거리 지수’와 기업 구조 차이로 풀이된다. 압축 성장을 거친 한국 기업은 상명하복식 효율성을 추구해 권력 거리 지수가 높다. 한국 직장인은 권위적인 상사와 위계적 조직문화에 피로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권위에 반발하는 심리가 이직의 주된 동력이 된다.
반면 일본은 종신고용 전통 탓에 튀지 않고 주변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화(和)’ 문화가 짙다. 일본 기업은 겉으로는 수평 조직을 표방하지만, 얽힌 인간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감정 소모를 강요한다. 일본에서는 상사 갑질보다 집단 내 동조 압력과 관계 스트레스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조직 내 서열주의를 꼬집었다. 곽 교수는 “한국은 입시에서 시작된 경쟁과 서열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고, 직장에서도 나이와 직급, 사회적 위치에 민감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개인이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과 압박감을 느끼기 쉽다”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겉으로는 수평 조직을 내세우지만, 인간관계 속 동조 압력을 강요하는 낡은 질서를 유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일 청년은 워라밸을 대하는 태도도 엇갈렸다. 야근이나 회식이 개인 일정과 겹칠 때 한국 청년 42.1%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조직 내 평판을 의식한 응답으로 해석된다. 사내 평판에 민감한 한국 남성은 32%만 개인 일정을 강행한다고 했다. 반면 일본 청년 48.5%는 ‘개인 일정을 중시한다’고 답했다. 일본 여성은 52%가 개인 일정을 우선했다. 직장과 개인 생활을 구분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이 차이는 경영학의 ‘심리 계약 이론’과 양국 실질임금 흐름 차이로도 설명된다. 고도성장기 노동자는 회사에 헌신하면 임금 인상으로 보답받는다는 심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동안 실질임금 상승이 멈췄다. 일본 청년층은 조직 헌신에 대한 보상 기대가 낮아지면서 직장과 개인 생활을 분리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반면 한국은 치열한 경쟁 탓에 회식이나 야근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과도기적 모습을 보인다. 성과 보상 체계에 대한 기대와 집단주의 문화가 뒤섞인 결과다. 한국 청년은 워라밸을 중시하면서도 인사 평가를 의식해 야근이나 회식을 쉽게 거절 못하는 이중 태도를 보인다.
이런 차이는 유연근무제나 주4일제 도입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노동 시장에서는 유연근무제가 인재 영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 청년은 퇴근 뒤에도 추가 소득 확보를 위해 대리운전이나 배달 같은 부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값에 좌절 韓 vs 인연 찾는 日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도 양국에서 달랐다. 한국 청년은 ‘출산·육아 부담(28.5%)’과 ‘주택 마련 비용(25.5%)’을 꼽았다. 반면, 일본 청년은 ‘자유 상실 두려움(35.5%)’을 지목했다.
트웨니스 분석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1위로 주택 마련 비용(40.7%)을 꼽아, 경제 자유 상실을 우려하는 일본 남성(30%)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 여성은 출산 후 경력 단절(35%)을 두려워한 반면 일본 여성은 ‘매력 있는 상대를 못 만남(35.5%)’을 최대 장벽으로 꼽았다. 한국 청년은 주거와 양육비 부담을, 일본 청년은 자유 상실과 관계 문제를 더 크게 우려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과 양국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데이터를 교차하면 파악이 쉽다. 하위 욕구(안전·주거)가 채워져야 상위 욕구(애정·소속)로 나아간다는 가설이다. 글로벌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 도심 PIR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내집마련이라는 하위 욕구를 해결하느라 자본을 쏟아부은 한국 남성은 상위 욕구인 결혼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는 양상이다. 반면 주택 임대 시장이 정착돼 주거 불안이 낮은 일본의 청년은 배우자 선택에서 관계 만족도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 나아가 출산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전제돼야 가능한 선택”이라며 “요즘 한국 청년들이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기보다,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석재은 교수는 주거 불안이 미치는 파장을 짚었다. 석 교수는 “한국의 경우 개인이 노력해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이 청년에게 심리적 좌절감을 안겨주고 결혼이나 출산, 독립적인 삶을 꾸리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반면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임금 정체가 문제로, 가계 경제를 꾸리기 빠듯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혼보다 혼자 최소 비용으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비교했다.
한편, 한일 청년은 배우자 선택 조건에서도 이채로운 결과가 나왔다. 한국 여성이 성격(45%)에 이어 남성 경제력과 직업 안정성(38%)을 생존 조건으로 꼽은 반면, 한국 남성은 ‘성격과 가치관(79.6%)’을 최우선으로 살피고 경제력은 3.5%만 고려했다. 일본 여성 역시 성격(68%)과 외모(21%)를 중시하며 남성 경제력을 5% 미만 후순위로 뒀다. 일본 남성은 성격(60%)에 이어 가사 분담 의지(25%)를 살폈다.
[4] 주거·경제 인식
韓 “영끌 필수” vs 日 “평생 월세도 충분”
주거 인식과 자산 증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양국 청년은 정반대 행보를 걷는다. 한국 청년은 무리한 대출을 해서라도 아파트를 필수 구매해야 한다는 응답이 18.2%를 차지했다.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한다는 기대 심리가 남은 영향으로 한국 남성의 주택 매수 필요 인식(22%)은 한국 여성(14%)보다 높았다. 반면 일본 청년은 성별에 관계없이 절반 이상(52.5%)이 ‘임대로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 차이는 사회학 ‘경로 의존성’ 이론으로 진단된다. 한 번 형성된 제도가 관성으로 굳어져 쉽게 바뀌지 않는 현상이다. 가계 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인 한국 사회에서 부모 세대의 자산 증식을 목격한 한국 청년에게 주택 매수는 자산 형성과 계층 이동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된다. 주식이나 코인이 흔들려도 ‘아파트 등기’라는 동아줄을 놓지 못한다. 반면 일본 청년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집값이 폭락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지진 대비를 위해 목조 주택이 주를 이루는 현지 특성상 건물 가치는 20년이 지나면 감가상각으로 가라앉는다.
부채와 함께 부동산에 자산이 묶인 한국 청년은 금리 인상에 취약해 내수 침체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일본 청년은 집값 하락 위험을 피한 대신, 장기 디플레이션 속에서 현금을 쌓아두는 절약형 소비 패턴을 굳혔다.
한일 청년은 재테크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한국 청년이 가장 주력하는 재테크 수단은 주식·ETF(41.5%)였고, 예·적금은 38.5%였다. 일본은 예·적금 45.5%, 주식·ETF 40.5% 순으로 높았다. 양국 청년 모두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한국 청년은 자산 증식 욕구가 좀 더 강하고 일본 청년은 현금 방어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태도 역시 다르다. ‘부모의 능력이 되면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응답 비율은 한국 청년이 32.1%, 일본이 15.5%였다. 반대로 ‘감사하지만 독립해야 한다’는 일본이 55.5%로 한국 48.5%보다 높았다. 한국 청년층에게 부모 지원은 현실적 자원에 가깝고, 일본은 독립 규범이 좀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 경제 상황이 부모 세대보다 나아질지에 대한 질문에 일본 청년은 과반(52.5%)이 ‘더 못 살 것이다’라며 잿빛 전망을 내놨다. 미래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 응답이 우세했다. 반면 한국 청년은 비관론이 30%대에 머물렀고 ‘더 잘 살 것이다’라는 긍정 전망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장기 저성장과 임금 정체가 이어졌고, 한국은 소득 상승이 일부 있었지만 부동산과 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라며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수저계급론(일본의 오야가챠·부모 뽑기)’처럼 계층 구조가 굳어졌다는 인식이 청년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 청년 모두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수저계급론에 동의하는 듯하지만 이들 청년의 궤적을 보면 조금 차이가 있다. 호황기를 경험하지 못한 일본 사토리(달관)세대는 저물가·저성장 구조를 개인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을 학습했다. 이 학습 효과는 일본 청년들이 예금·적금 비중을 높이며 현금을 쌓아두는 방어 태도를 더욱 강화했다. 반면 한국 청년은 경제 위기와 극복이라는 변동성을 부모 세대와 겪었다. 반면 한국 청년은 계층 사다리가 끊겼다는 좌절 속에서도 주식·가상자산 등 투자 수단을 적극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인식 차이는 양국 청년 벤처·스타트업 창업 열기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한국 청년과 달리 일본 청년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청년층 기업가 정신이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집 외치는 韓 vs 사내 눈치 지적하는 日
저출생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서도 양국 남녀 인식이 다소 달랐다.
한국 청년은 ‘기업문화 개선(38.5%)’에 이어 ‘주거 지원(28.5%)’을 꼽았다. 일본 청년은 ‘기업문화 개선(35.5%)’과 ‘현금 지원(32.1%)’에 방점을 찍었다. 세부적으로 한국 남성은 ‘주거 지원과 공공주택 공급(41.4%)’을 1순위로 지목해 현금성 아동 수당 확대를 바라는 일본 남성(30%)과 차이를 보였다. 한국 여성이 ‘유연근무와 돌봄 인프라(38%)’를 원할 때 일본 여성은 ‘육아휴직 강제화와 사내 문화 개선(42%)’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국 청년은 주거·돌봄 인프라 확충을, 일본 청년은 기업문화 개선을 더 중요하게 봤다.
미국 심리학자 허즈버그 ‘2요인 이론’에 대입하면 이 현상이 뚜렷해진다. 직무 만족을 끌어내는 ‘동기 요인’과 불만을 방지하는 ‘위생 요인’은 별개 트랙으로 작동한다는 이론이다. 주택 마련이라는 장벽 앞에 선 한국 청년에게 주거는 필수 위생 요인이다. 밥을 지으려면 솥이 있어야 하듯 이 기초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주거·돌봄 인프라 확충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거주 비용 부담이 큰 한국은 주택 마련이라는 기초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거비 부담이 크다면 청년이 집을 구할 때 대출이나 금융 지원을 통해 초기 문턱을 낮춰주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저비용으로 주거를 시작할 수 있게 돕는 제도를 마련해 최소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을 일자리가 넉넉한 환경에서 일찍 사회에 진출한 일본 청년은 취업 자체보다 입사 후 조직 적응을 더 걱정한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신주쿠 일대. (EPA=연합뉴스)줘야 희망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반면 거주 비용 부담이 낮고 보육 시설이 갖춰진 일본은 위생 요인은 어느 정도 충족된 상태다. 하지만 임산부 괴롭힘(마타하라)으로 대표되는 보수 사내 문화가 발목을 잡는다.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조직 내 불이익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가 신혼부부 대출 지원 등 금융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면, 일본 정부는 사내 괴롭힘 방지법 강화 등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출산 정책도 각국의 노동 시장과 주거 여건에 맞춰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임명호 교수는 “주거든, 결혼이든, 직장이든 하나라도 출발선이 낮아지면 생애 계획을 세울 여건이 마련된다”며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韓 “관계에서 위안” vs 日 “취미에 몰입”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문항에서 ‘7~8점’이라고 응답한 한국 청년은 38.5%, 일본 42.5%로 가장 많았다. ‘5~6점’ 구간에도 한국 38.1%, 일본 35.5%였다. 아주 행복하거나 아주 불행하다고 답한 비율은 양국 모두 높지 않았다. 청년 대부분이 ‘그럭저럭 만족하는 삶’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뚜렷한 행복감이나 불행감보다 중간 수준의 만족과 불안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우울감 경험 역시 비슷했다. 최근 2주 안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가끔 있다’ 또는 ‘종종 있다’는 응답은 한국 67%, 일본 70.6%였다. 정서적 불안 경험이 청년층 전반에 확산돼 있다는 뜻이다. 다만 불안의 방식은 달랐다. SNS를 보며 타인과 비교해 박탈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한국이 더 높았다. ‘자주’ 또는 ‘종종’ 느낀다는 비율이 한국 25.9%, 일본 13.9%였다. 한국 청년이 경쟁과 비교 압박을 더 자주 체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삶을 버티게 하는 버팀목으로 한국 청년 42.5%가 ‘가족과 연인’을 1위로 꼽았다. 반면 일본 청년은 ‘취미와 여가생활(48.5%)’을 1위로 선택했다. 한국 여성(48%)은 끈끈한 관계 지향성을 보인 반면, 일본 여성(42%)은 소규모 지인과 얕은 관계를 선호했다. 한국 남성은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했으나, 일본 남성(55%)은 나 홀로 취미에 고도로 집중하며 안정감을 찾는 양상을 띠었다.
종합하면 한국 청년은 가족과 연인 등 가까운 관계를 정서적 지지 기반으로 삼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일본 청년은 대인관계에서 감정 소모를 줄이고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활동에 더 의존했다. 오시카쓰(아이돌 팬 문화) 등 취미와 여가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 비중이 높았다.
한국 청년은 관계 안에서 불안을 견디고, 일본 청년은 개인의 취향과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지탱하는 경향이 더 강한 셈이다. 한국이 ‘방탈출’ ‘파티룸’ 등 여럿이 함께 즐기는 공간 비즈니스 시장을 키우는 동안, 일본이 개인 취향을 공략하는 초세분화 콘텐츠 시장을 발전시킨 것은 양국 청년의 정서적 대응 방식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청년 세대 나름의 ‘적응 방식’으로 보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각을 보였다. 임 교수는 “은둔 청년이 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현상은 사회 단위 큰 문제이며 한번 고립이 심화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은둔은 사회 참여 단절과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찾아가는 지원 사업 같은 방식이 활성화돼 초기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경 넘으면 ‘결혼 시장’도 달라진다

Q. 트웨니스는 어떤 회사인가.
A. 트웨니스는 국내 데이팅 앱 ‘글램(Glam)’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국제결혼 전문 기업이다.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칭부터 결혼 준비, 양국 정착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 국내 매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반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해외 매칭과 국제결혼 분야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트웨니스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출발했다.
Q. 한일 20·30세대 가치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A. 결혼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이 다르다. 한국 남성은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택 마련 비용을 꼽았다. ‘영끌’과 전세대출 부담이 청년의 결혼 의지를 꺾고 있다. 반면 일본 여성은 원하는 상대를 아직 만나지 못한 점을 더 큰 장벽으로 인식했다. 일본은 주거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집보다 사람이 결혼의 직접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Q. 트웨니스의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A. 한국 남성은 경제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혼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야를 일본으로 넓히면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일본 20·30 여성 가운데는 남성의 전셋집 규모보다 성실함, 가정적인 성향, 안정적인 직업과 생활 태도를 더 높이 평가하는 수요가 있다. 트웨니스는 바로 이 지점을 연결한다. 국내에서 미스매칭으로 남아 있던 수요와 공급을 국경 밖으로 넓혀 새 만남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여기에 철저한 신원 인증, 번역 지원, 문화 차이에 대한 사전 코칭을 더해 단순 연결이 아니라 실제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Q. 한일 청년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A. 지금 많은 청년이 불확실한 미래와 경제적 압박 때문에 스스로를 과도하게 탓한다. 하지만 청년이 겪는 불안 상당수는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초경쟁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커리어든 연애든 결혼이든 국경을 넘어 시야를 넓히면 전혀 다른 평가 기준과 기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약점처럼 느껴졌던 성실함, 다정함, 생활력 같은 특성이 다른 나라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시야를 넓히는 순간 인생의 선택지는 생각보다 훨씬 많아진다.
[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2호(2026.03.25~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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