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냈지만…갈채 받지 못하는 쏘카
쏘카가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4707억원, 영업이익은 232억원이다. 전년 영업 적자(98억원 손실)였단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표면적으로는 오랜 적자를 끝내고 사업 모델이 안정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쏘카 측은 IR 자료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통한 건전한 재무 구조 달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숫자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실적 개선이 ‘성장’이 아니라 ‘축소’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단순히 자산 축소와 운영 효율 개선이 흑자의 핵심 요인이었다면, 흑자전환 이후 확장 스토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증시 반응도 미묘하다. 쏘카 주가는 첫 실적 공시(2월 25일) 직후 하락 흐름을 보였다.

카셰어링 매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쏘카 실적을 살펴보자. 이익은 늘었지만 핵심 사업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셰어링 부문 매출은 3523억원이다. 전년(3711억원) 대비 5.1% 감소했다. 카셰어링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6%, 7.5% 증가했고 2024년에도 12.6% 늘었다.
성장 흐름이 꺾인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카셰어링 수요 증가세가 둔화했거나, 회사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이다. 업계에서는 두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본다.
쏘카의 수요 한계는 2022년부터 엿보였다. 일찌감치 시장점유율 80%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신규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핵심 고객층으로 꼽히던 10~20대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 감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0대와 20대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 수는 각각 약 20%, 30% 감소했다. 카셰어링 수요 기반 자체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외형 확대 한계를 마주한 쏘카는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무제표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쏘카의 차량렌털자산(직접 보유 차량) 장부금액은 2024년 말 3149억원에서 지난해 말 2909억원으로 줄었다. 1년 사이 약 240억원 감소했다. 신규 취득은 442억원에 그쳤다. 반면 차량 처분과 감가상각은 각각 170억원, 756억원에 달했다. 차량 자산이 순감소했다.
카셰어링 사업에서 차량은 사실상 생산 설비다. 차량이 늘면 서비스 공급 능력이 확대되고, 차량이 줄면 공급 규모 역시 축소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쏘카의 실적 개선은 차량을 늘리며 외형을 키운 결과라기보다 기존 차량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운영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IR 자료에 따르면, 쏘카의 단기 카셰어링 가동률은 2024년 34.7%에서 지난해 37.8%로 상승했다. 차량 대당 매출도 157만원에서 165만원으로 늘었다. 차량 수는 줄었지만 차량 한 대가 만들어내는 수익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차량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고차 매각도 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차 매각 수익은 지난해 871억원으로 전년(200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카셰어링 사업에 활용되는 차량은 일정 기간 운행한 뒤 중고차로 매각하고 새 차량으로 교체하는 구조다. 사업 규모를 줄이면 차량 운행 빈도가 높아지고 주행거리와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 때문에 차량 교체 시점이 앞당겨진다.
일각에선 소비자 경험 저하를 우려한다. 한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차량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가동률이 높아지면 차량 한 대가 소화하는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며 “차량 관리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차량 상태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체감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 시 최대주주 마진콜 우려
재무건전성과 주가 추이를 고려하면 쏘카의 전략 전환은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공격적 확장을 이어가기엔 부담 요인이 여럿이었다는 설명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쏘카의 유동자산은 약 1519억원이다. 반면, 유동부채는 약 2952억원에 달한다. 유동비율이 51.4% 수준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회사가 당장 갚아야 할 빚을 보유한 현금이나 단기 자산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카셰어링 업종 특성상 차량 등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아 유동자산 규모가 작다는 점을 감안해도 단기 지급 부담이 높은 편이다. 외형 확장을 위한 추가 투자보단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주주환원 이슈도 확장 전략을 유지할 수 없는 요소다. 쏘카는 2022년 상장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렇다 할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주가가 공모가(2만8000원)의 반 토막 수준도 안 되는 배경이다. 3월 18일 기준 쏘카 주가는 1만1110원이다.
주주 불만이 커지자 쏘카는 지난해 9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최소한 배당이라도 시행하기 위해선 이익 개선이 필수였던 셈이다. 쏘카는 올해 창립 이래 첫 현금 배당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바닥을 치고 있는 주가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다. 최대주주 지분 상당 부분이 금융기관 대출 담보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공시(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쏘카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이재웅 최고운영책임자 소유)는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담보로 설정된 주식 수는 약 599만주로 전체 보유 지분의 90% 이상이다. 공시에 따르면, 대출금액은 275억원, 담보 유지비율은 200%다. 단순 계산하면 약 550억원 이상의 주식 평가액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다. 이를 담보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약 9200원 수준이다. 주가가 이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금융기관의 추가 담보 요구나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고민거리 전락한 신사업
일레클도 확장 멈추고 자연 감축
신사업 성과가 기대 이하란 점도 본업 사업 규모 축소 → 수익화 전략 전환의 배경이다. 쏘카가 그동안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해온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은 부진을 못 벗어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레클 운영사 나인투원은 50억원 순손실을 냈다. 기업 가치도 뚝 떨어졌다. 당초 쏘카는 나인투원 지분 100% 가치(장부가 기준)를 265억원으로 봤지만, 지난해 말 기준 61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카셰어링 중심의 이동 서비스를 자전거와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확장해 이동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 흔들리는 것이다. 지표만 보면 일레클 역시 사업 축소 국면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기자전거 관련 유형자산의 신규 취득 금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대신 기존 자산의 ‘대체’ 항목만 일부 반영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자전거 본체가 아니라 배터리, 모듈 등 운영에 필요한 장비 교체 성격의 투자다. 사업 전략도 손봤다. 직영과 가맹 사업을 병행했지만, 가맹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쏘카 측은 “일레클은 가맹 사업을 정리해 직영 중심의 운영 구조로 단순화해 효율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2호(2026.03.25~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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