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절반의 승리…MBK 영향력도 확대(종합2보)
시작부터 잡음…개회 3시간 지연
최 회장 연임 성공…이사회 11대4→9대5
집중투표제 기준 두고 고성…소송전 가능성
명예회장 챙겨주기는 실패…정관 일부 변경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을 방어해냈다. 다만 영풍·MBK파트너스 연합도 이사 수를 늘리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양측의 확보 이사 수 차이는 7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이와 함께 사측 이사 후보인 황덕남 이사회 의장도 이사회에 남게 됐다. 미국 크루서블JV 측의 월터 맥라렌 후보도 새로 이사로 선임됐다. 영풍·MBK 진영에서는 최연석 MBK파트너스 부사장,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등의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로써 고려아연 11명, 영풍·MBK 측 4명이었던 이사회 구도는 9 대 5로 재편됐다.
개회 3시간 지연…이사 선임 수 두고 긴장

이날 주총은 개회부터 잡음이 가득했다. 당초 오전 9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이 이어지며 오전 9시54분에서야 입장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늦어지면서 예정보다 3시간 지연된 정오께 주총이 시작됐다.
주총이 열리는 현장 밖에서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온산제련소에서 상경한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은 코리아나호텔 입구에서 'MBK는 이제 그만 물러나라' '국가기업 고려아연 끝까지 지켜낸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고려아연 노조는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의 경영권 분쟁 발발 직후부터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꾸준히 지지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방식부터 치열한 견제가 이어졌다. 이날 임기가 만료된 이사 6명을 어떻게, 몇명을 뽑을지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영풍·MBK 연합 측은 이사 6인 선임을, 고려아연 사측인 유미개발은 5인 선임을 각각 제안했다. 영풍·MBK 측은 6명을 뽑는다면 집중투표제에서 3대3으로 나뉘면서 이사 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 회장을 사수하기 위해 표가 분산될 경우 더 많은 이사 수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노림수도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출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5명을 선임하고, 나머지 1명은 향후 임시 주총에서 감사위원으로 따로 뽑자고 제안했다. 집중투표 대상 인원을 5명으로 줄이면 표 분산 효과가 줄어들면서 최 회장 측이 3명, 영풍·MBK 측이 2명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표결 결과 이사 6인 선임 건도 과반을 득표했으나 다득표 의안 가결 원칙에 따라 5인 선임으로 결정됐다. 이후 이어진 이사 표결에서 최 회장 측이 3명(미국 JV 측 1인 포함)을 확보했다. 최 회장 연임에 성공하고 이사회 과반도 유지해낸 것이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완승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 내 양측 격차가 줄어들면서 미국의 합작법인인 크루셔블JV 측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도 미국 측 투자자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이사회 대결에서 향방이 주목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도 최 회장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지분 5.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회사 측이 제안한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 영풍·MBK 측이 제안한 박병욱 회계법인 청 회계사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미행사'했다. 치열한 대결 구도 속에서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권표 행사 배경으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집중투표제 기준을 두고 벌인 갈등도 소송전으로 비화할 불씨가 남아있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 수에 따라 의결권이 배수로 부여된다. 다만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는 특정 후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곤 했다. 이 경우 발생하는 미행사 의결권을 그대로 인정할지, 아니면 비례적으로 재배분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은 이미 적용된 기준을 주총 당일 갑자기 변경한 것은 단순한 해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영풍·MBK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행사된 의결권을 별도로 재배분하지 않고, 실제 행사된 표만을 기준으로 결과를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며 "이번 주총에서는 기존과 달리 과소표결된 의결권까지 포함해 비례적으로 재배분하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기준을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외국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는 집중투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전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일부만 행사하게 된다"며 "본인이 원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 시스템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명예회장 챙겨주기는 제동…정관 일부 개정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 외에 13건에 달하는 정관 개정안 표결도 진행됐다. 우선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자는 최 회장 측의 제안은 부결됐다. 최 회장 측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할 경우 대주주 지분이 3%로 제한되는 '3%룰'을 추후 활용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영풍·MBK 측이 제안한 정관 개정도 대부분 부결됐다. 이들은 ▲주식 액면분할 ▲신주발행 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집행임원제 도입 ▲주주총회 의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 ▲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1일 전→3일 전) 등에서 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 안건만 최 회장 측도 찬성해 가결됐다.
한편 막판까지 다툰 이사 보수한도 120억원 증액(전년 대비 20억원 확대) 안건은 찬성률 53%로 아슬아슬하게 보통결의 요건을 만족했다. 현행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서 '명예회장'을 제외하자는 영풍·MBK의 제안은 사측의 반대 권고에도 통과됐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도 해당 안건을 반대 권고하며 지적한 바 있다. 그간 최 회장의 가족인 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니면서도 연간 50억원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 고려아연 측은 2023년 주총에서도 회장 퇴직금 배수를 3배에서 4배로 높이고 명예회장에게도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를 두고 ISS는 "회사 측은 과거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로 이 구조가 승인됐다고 주장하나, 책임과 의무 없는 인물에게 회장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건전한 지배구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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