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속 '이재명 조폭연루설'… 시작은 '그알'

김종훈 2026. 3.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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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국힘 "무관" 주장 달라... "방송 보고 범행 결심", "언론 통해 뇌물 공여 인식"

[김종훈 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30회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예고편
ⓒ SBS 영상 갈무리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사과 요구에 SBS 노조는 지난 20일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이 대통령의 행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반민주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알'은 장영하 변호사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것이 아니라 '파타야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재판 기록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라면서 "이는 언론의 고유한 기능인 공적 인물에 대한 검증으로 장씨의 주장과는 시기도 내용도 전혀 무관하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23일 미디어특별위원회 논평을 통해 이번 사안을 "명백한 언론 개입이자 편집권 침해"라면서 해당 방송은 "2015년 파타야 살인사건을 독자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을 보도한 것으로, 시기와 내용 모두 장 변호사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장 변호사 유죄 판결이 곧바로 그알 보도가 틀렸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조직폭력배 유착 의혹을 주장한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출신 박철민씨와 국민의힘 출신인 박씨 변호인 장영하 변호사의 판결문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 사건의 출발점을 '방송'으로 적시하고 있다.

"방송을 보고 범행 결심"… 판결문이 적시한 출발점

2018년 7월 21일 그알이 방영한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에선 국제마피아파 출신으로 알려진 이준석씨가 설립한 '코마트레이드'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간의 관계를 조명했다. 방송은 자격 요건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씨와 이재명 당시 시장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한 사실,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 노인 요양시설에 공기청정기를 기부한 사례 등을 들어 양측 간 연관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을 제시했다.

2023년 11월 9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 재판부는 박철민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방송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피고인은 2021. 3.경 서울 송파구 정의로 37에 있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던 중 '이재명과 국제마피아파가 유착되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방송 등을 통해 접하고 자신의 국제마피아파 활동 전력을 배경으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의 국제마피아파와 관련된 구체적 비리를 폭로하여 이재명이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데 기여하게 되면 세간의 주목을 받고 반대 후보 측의 비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25년 1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7부 재판부의 장영하 변호사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1심 판결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피고인(장영하)은 박철민을 수차 접견하면서 박철민으로부터 이러한 이준석의 입장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철민의 태도, 박철민과 이준석의 관계, 이준석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코마트레이드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성남시로부터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으로 이준석과 성남시 사이에 외부로 드러나지 아니한 유착관계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이준석이 박철민을 통하여 이재명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존재한다고 인식하였다고 보인다."

종합하면 두 판결문에 명시된 내용은 방송을 통해 의혹이 형성됐고, 그것이 범행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당시 해당 의혹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대표적 방송이 '그알'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출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방송 이후 이재명 시장-조직폭력배 유착 의혹은 언론과 정치권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30회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한 장면
ⓒ SBS 영상 갈무리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장 변호사의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0월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것이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공직담당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이를 위하여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비록 나중에 그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더라도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된다"며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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