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맡길 일? 사람에게 남길 일? 사회가 선택해야

심희정,양한주,김혜지 2026. 3. 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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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년 당신의 직업은 안전합니까?]
<4> 결국 사람이 정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공포와 오히려 개인의 생산성을 높여 새 영역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AI의 일자리 침투는 곧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될 전망이다. AI로 인한 미래의 일자리 지형도를 바꾸는 주체는 기술이 아닌 인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제 질문은 ‘무엇이 대체되는가’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무엇을 남길 것이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더라도 인간 몫으로 남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대체 직업, 인간 손에 달렸다

AI의 일자리 대체 현상을 두고 기술·산업 분야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대체 불가 영역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4일 “사회가 동의만 한다면 AI로 대체 불가능한 직업은 없다”며 “대통령 역할조차 AI에게 학습시키는 데 기술적 한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일을 AI에게 맡길 것인지 정하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기술 발달 속도가 너무 빨라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대체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대체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떤 사회적 길을 찾을 것인가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대체는 기술 발전의 결과라기보다 인간이 기술 도입을 결정할 때 비로소 현실화한다는 의미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인구전략연구실장은 “기술을 (어떤 분야에) 도입할지 말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며 “기업의 이윤 판단과 정부의 규제, 노동자의 영향력이 맞물려 (일자리 대체)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건은 기술을 통제하고 설계하는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다. 최 소장은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누가 미래를 설계하는가’와 ‘누가 새로운 미래가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며 “AI가 대체하고 증강하고 소외시키는 방향은 기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과 정책, 또 우리의 가치관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전문가들은 간호·치안·소방처럼 국가 안전망을 유지하는 ‘필수 노동’(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노동)을 보호 영역으로 꼽았다. 서용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생성형 AI나 피지컬 AI가 아무리 일자리를 대체한다 하더라도 필수 노동 인력의 가치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재난·위기 상황에서 이들 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숙련 노동 역시 남겨야 할 영역으로 지목된다. 서 교수는 “현장에서 20년 이상 일한 숙련 인력들은 용접 불꽃의 색감만 보고도 온도를 판단하고, 설비의 소리만으로 기계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며 “이러한 감각과 경험은 아직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섣불리 숙련 인력을 줄일 경우 추후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직업적 보호 구역을 설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 소장은 “노인처럼 무한경쟁 체제에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거나 특정한 조건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그룹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부류에 속하게 되는 직군을 빠르게 선정하고, AI가 대체할 수 있더라도 ‘대체하지 않기로’ 하는 사회적 합의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확산으로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그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AI 도입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면 결국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며 “그 과실을 얼마나,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논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일자리 대체 기준이 비용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최 소장은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 중 누가 더 경제적인지가 대체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가성비는 자본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 중소기업, 대기업마다 선택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크이슈팀=심희정 양한주 김혜지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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