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수비만 보고 10억 투자했는데...시범경기 타율 0.421에 2홈런 불방망이, 한승택 데려오길 정말 잘했다! [수원 인터뷰]
-시범경기 9경기 타율 0.421·2홈런·11타점…장성우와 투톱 체제 윤곽
-"2군에서 보낸 시간 중요했다"…인고의 시간이 가져온 활약

[더게이트=수원]
수비형 포수인 줄 알고 데려왔더니 방망이까지 연일 불을 뿜는다. 올겨울 KT 위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한승택이 장기인 포수 수비는 물론, 매서운 타격 실력까지 뽐내며 마법사 군단의 비밀 무기로 떠올랐다.

"시범경기 성적 시즌에 안 들어가는 것 알지만...그래도 기분은 좋아"
한승택의 대포는 0대 1로 뒤진 2회말에 터졌다. 2사 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한승택은 두산 선발 잭로그의 초구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들어온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타구는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담장을 넘어가 역전 결승 2점 홈런이 됐다.
한승택은 경기 후 "유리한 카운트라 자신 있게 돌렸는데 사실 약간 빗맞았다"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넘어간 느낌도 있었는데 기분은 정말 좋았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타격만큼이나 안방에서의 역할도 빛났다. 선발 케일럽 보쉴리와 호흡을 맞춰 6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QS)를 합작했다. 한승택은 "보쉴리 선수의 커맨드가 되게 좋아서 낮게낮게 잘 던져줬고, 땅볼 유도가 많았다"며 "150km/h 이상 나오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포수 역할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공부를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회전하는 투심 패스트볼과 반대로 휘는 스위퍼·커터 등 여섯 가지 구종을 구사하는 보쉴리는 포수 입장에서 리드하는 재미가 있는 투수다. 한승택도 "오늘처럼 땅볼이 많이 나오면 당연히 재밌죠"라면서 배터리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강철 KT 감독도 "시범경기 마지막 날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투구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승택의 커리어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KIA 타이거즈 포수 뎁스차트에서 뒤로 밀리면서 2023년 49경기, 2024년 20경기, 급기야 지난해엔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FA 자격을 신청했을 땐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포수 수비 강화가 절실했던 KT는 4년 총액 10억원을 제시하며 한승택의 손을 잡았다.
영입 당시 한승택에 대한 기대는 주로 포수 수비에 집중됐다. 비록 KIA에선 후순위로 밀렸지만 민첩한 블로킹과 포구 능력, 준수한 도루저지 능력을 겸비한 수비형 포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고, "포수 수비 하나에 10억원을 투자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막상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이다. 처음엔 어쩌다 한 경기 잘 친 줄 알았는데, 방망이에 붙은 불이 시범경기 내내 꺼질 줄을 모른다. 9경기 타율 0.421(19타수 8안타)에 2홈런 11타점. 지난 3년간 1군에서 단 하나의 홈런도 없던 타자가 시범경기 기간에만 두 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 활약이 시즌까지 이어진다면 헐값 FA 계약 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만든 반전
한승택은 KIA 2군에서 보낸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며 "그 시간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승택은 "1군에 있으면 출전 기회가 별로 없었다. 2군에서 타석을 많이 나가면서 투수 성향에 따른 플랜이라든지 스트라이크존 설정을 최대한 연습하려고 했다. 그게 준비가 잘 돼서 지금까지 잘 나오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맹타의 비결에 대해선 "짧게 나오는 스윙으로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추자는 느낌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잘 맞아서 홈런도 한 번씩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새 팀 동료 투수들과의 케미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투수를 묻자 "오기 전부터 타석에서 고영표 형이 던지는 체인지업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역시나 움직임이 너무 좋더라. 소형준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투수들이 제 의견도 잘 따라주는 것 같아서 합이 잘 맞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베테랑 장성우의 존재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성우 형이 외국인 투수들 던질 때 이 코스, 저 코스 써봐라 얘기를 해줬는데, 그렇게 해보니까 결과가 좋았다"며 "시즌 때도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이강철 감독은 한승택이 선발로 나서는 날 장성우를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투톱 체제를 구상 중이다. 36세 시즌을 맞는 장성우의 체력을 아끼면서 한승택을 통한 수비력 강화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시범경기 기간 친정팀 KIA의 홈인 광주를 찾았을 때 "기분이 진짜 이상했다"는 한승택은 "팬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하나 망설였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붕 떠 있는 느낌이 좀 들었다"며 복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완벽한 KT 선수다. 한승택은 "환경이 바뀌니까 달라진 거지, 야구하는 건 똑같다"면서 "적응은 다 한 것 같다. 지금은 좋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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