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 필요 없을텐데…트럼프, 왜 호르무즈에 집착할까

미국의 입과 발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공격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란과 협상 중이라며 최후통첩 시한을 5일 연장했다.
반면 일본 오키나와와 샌디에이고에서 각각 2500명, 2200명의 미 해병대 병력이 중동으로 결집 중이다. 제82공수사단 3000명의 투입 가능성도 크다. 대화를 강조하지만, 실제론 병력을 투입해서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이중 전략’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사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유통되는 중동 원유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중동산 원유 비중은 7.9%다. 2010년대 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이 된 영향이다. 중질유 등 필요한 원유 대부분은 인근 캐나다(63.3%), 멕시코(6.2%) 등에서 수입한다.

①항공유, 한국에 70% 의존

기압과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장거리 운항을 하는 항공기 특성상 항공유는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하다. 산유국이 아닌 한국 생산량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 항공유의 원료 대부분이 중동산인 상황에서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내 항공유 공급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미국-이란 전쟁 발생 이전 가격의 두 배 수준인 배럴당 2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국 내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산유국이어도 항공유 등 정제유 약 90%를 수입하는 호주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②‘항행의 자유’ 도전

미국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차대전 종전 후인 1918년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영해 밖에서 항해의 자유는 절대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이후 냉전 시기부터 이를 지키기 위한 비공식 군사 작전을 벌였고, 79년 지미 카터 행정부부터는 ‘항행의 자유’란 공식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세계 제해권 장악을 과시해 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상시화된다면 2000년대 이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국과 신경전을 벌여온 중국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 역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봉쇄를 전략 무기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이란 목줄 죄기

성일광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는 하르그섬과 아부무사를 장악하면 이란의 경제·에너지 목줄을 쥐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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