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옆 평화 행진…DMZ 따라 걷는 사순절 ‘평화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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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강원도 철원 소이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이종화 목사)가 사순절을 맞아 진행 중인 '2026 사순절 DMZ 평화순례' 풍경이다.
이어 "이 평화 순례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평화를 기억하고 염원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순례에 앞서 참가자들은 '평화통일월요기도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제목을 놓고 함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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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전쟁 흔적 속 봄의 기운이
“평화, 감당하는 고통 속에서 일어나”

23일 강원도 철원 소이산. 아직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들판 위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한반도 지도와 ‘종전’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맞춰 입은 참가자들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맨 앞에 선 한 참가자는 한반도와 결합된 십자가를 들고 걸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을 따라 이어진 길 곳곳에는 지뢰 경고 문구가 적힌 노란 표지판이 철책 위에 설치돼 있었다. 그 옆에는 ‘평화의 길’이라고 새겨진 초록색 리본이 바람에 흔들렸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이종화 목사)가 사순절을 맞아 진행 중인 ‘2026 사순절 DMZ 평화순례’ 풍경이다. 이번 순례는 소이산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이날 첫째 날을 맞았다. 목회자와 신도 등 30여명이 순례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소이산에서 출발해 경기도 연천 옥계리 마을회관까지 약 28㎞를 걸었다. 흙길과 철판으로 덧댄 다리가 번갈아 나타났고, 굽이진 산길 사이로 군 경계 초소가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구간에서는 철책 너머 군 작전 지역이 내려다보이기도 했다. 평화의 길을 걷는 발걸음과 분단의 긴장이 맞닿아 있는 공간이었다.
기자도 행렬과 함께 15㎞가량을 걸었다. 발걸음을 뗀 지 1시간이 채 지났을까. 다리에 묵직한 통증이 전해졌다. 취재 장비를 메고 걷는 길은 군 복무 시절 행군을 떠올리게 했지만, 목적은 전혀 달랐다. 순례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멈춤’의 시간에 가까웠다.
스스로를 비우고 발걸음을 늦추자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갓 움트기 시작한 새싹부터 철거된 경원선 철길의 흔적,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까지. 분단의 상흔 위에 봄이 스며드는 풍경이었다.
발걸음을 맞추며 걷던 김찬수 화해와평화의교회 목사는 “길은 걸음으로써 비로소 그 정체성이 형성된다”며 “평화를 염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평화 순례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평화를 기억하고 염원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에서 올라온 윤태현 제주한울교회 목사도 발걸음에 의미를 더했다. 그는 “21세기가 됐지만 평화가 여전히 요원한 시기”라며 “제주 4·3 사건의 아픔과 서아시아 전쟁 상황을 함께 떠올리며 걷고 있다”고 했다.
순례에 앞서 참가자들은 ‘평화통일월요기도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제목을 놓고 함께 기도했다.
이훈삼 기장 총무는 ‘아름다운 발걸음’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이라크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란까지 이어지는 전쟁 속에서 평화를 향한 순례가 더욱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순례는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하나님께 평화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이자 몸부림”이라며 “평화는 우리가 움직이고 기도하며 감당하는 고통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원·연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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