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귀퉁이 or 코너

전병선 2026. 3. 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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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나는 습관처럼 두리번거리며 코너를 찾는다.

잠시 졸음이 찾아와도 남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자리가 귀퉁이나 코너다.

전철 속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기에는 가운데 자리가 훨씬 편할 텐데도 사람들은 한사코 귀퉁이의 호젓한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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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나는 습관처럼 두리번거리며 코너를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리가 많은데도 가장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 나도 실내에 들어서면 구석을 찾는다. 대부분 귀퉁이는 자리가 없다. 코너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남들의 눈길이 덜 닿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머무른다. 자리를 양보할 의사가 없을 때나 고개를 돌려 앉기 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인파가 많은 곳에서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잠시 졸음이 찾아와도 남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자리가 귀퉁이나 코너다.

전철 속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기에는 가운데 자리가 훨씬 편할 텐데도 사람들은 한사코 귀퉁이의 호젓한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 친구들과 찻집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겨울이면 구석 자리가 대체로 따뜻하고 여름이면 오히려 시원하다. 바람의 회전속도 때문일 것이다. 구석진 창가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어도 비교적 자유롭다.

여성들은 분위기에 이끌리는 편이다. 코끝을 자극하는 허브차 한 잔으로도 기분이 상기되고 순식간에 감정 전환이 된다. 코너의 조각품과 공간의 은은한 불빛, 그윽이 퍼지는 동양란 한 그루의 향기에도 여성들은 감동한다. 우리 일상생활에 많은 화제를 제공하는 스포츠도 코너 관리 능력으로 우수 선수의 순위가 결정된다. 야구의 코너 활용과 점령, 축구의 기발한 코너킥, 배구, 농구, 탁구, 심지어는 피겨스케이팅과 마라톤까지 승부는 놀랍게도 코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운동경기뿐이겠는가. 땅값도 가장 비싼 곳이 코너 땅이다. 때를 만나 자기 땅에 종횡으로 도로가 나기만 하면 황금 터가 되고 큰 횡재를 만나게 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수유리에 사는 옛 친구를 만났다. 결혼과 함께 네 명의 자녀를 낳아 부모님 모시고 사십 년이 넘게 강북의 주택에 살면서 주변으로부터 핀잔을 많이 받았다. 모두 강남으로 옮겨 가서 부자가 됐다는데 넌 평생을 한자리에 살다가 무덤도 그 터에 정할 거냐며 친척들까지도 놀렸다.

나는 그날 별생각 없이 물었다. “주소는 변경되지 않았지. 옛날 그 집으로 연락하면 되겠네.” 그 순간 친구의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우리 집 앞에 가로 세로로 길이 났어. 우리 집터가 드디어 금 터가 되었어.” 그 자리에 건물을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친구의 말에 내 눈이 금세 젖어 들었다. 은혜로운 일이었다. 성서에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운 자녀들에게 내리는 하늘의 축복이 땅에서 잘 되고 장수한다는 복된 말씀으로 기록되어 있다.

친구는 오랫동안 지긋하게 시부모님께 효도하며 현모양처로 자녀들에게 사랑받는 어머니로 살았다. 마음이 넉넉한 친구, 아름다운 인간애를 가진 친구에게 하늘이 감동하여 내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처럼 크게 웃고 떠들면서 긴 시간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찻집 코너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친구란 서로에게 길을 보여 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희망을 건네는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마음속 귀퉁이까지 빛으로 가득하게 했다.

<할머니는 절약의 정답>
-김국애

대가족 삼시 세끼 물려 낸 밥상
빈 그릇으로 가득했다
할머니 허락 없이는
설거지물도 버리지 못했다
끼니때마다 설거지통
조리로 음식 찌꺼기 건져 내
할머니는 그것을 헹구고 일궈
밥알을 물에 섞어 후루루 넘기셨다

어느 날 설거지물 버렸다가
할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뒤뜨락에 안개꽃처럼 떨어진 밥알
다 주워 담아야 했다
퉁퉁 불어 터진 보리밥알인데
아! 절약정신의 원조 할머니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랐다

긴 세월 필요 이상 낭비한 물
가책 없이 버린 음식물
설거지물은 걸레를 빨고
남은 물 화초밭을 적시는 것
우리 집의 정서였다
절약의 원조 할머니가 그립다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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