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한 'K드라마', 결국 큰 일 냈다
[박은영 기자]
"준상이 맞지? 너 맞지?"
죽은 줄 알았던 준상(배용준)을 만난 유진(최지우)이 걸음을 멈추자 극장 안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미안해,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유진이 울음을 터트리자 객석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겨울연가>가 돌아왔다. 이번엔 TV가 아닌 스크린으로다.
지난 3월 6일 <영화 겨울연가>가 일본 전국 60여 개 극장에서 개봉됐다. 1400분 분량의 이야기를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2시간으로 압축했다.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윤석호 감독을 비롯 주요 제작진들이 그대로 영화에 참여했다.
이번 영화는 <겨울연가>의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가 일본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기획·제작했다. 드라마의 영화화를 바라는 일본 팬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이 아닌 일본의 극장에 <겨울연가>가 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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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쿠 피카딜리 극장에 걸린 '영화 겨울연가' 포스터 |
| ⓒ 박은영 |
2004년 NHK를 통해 처음 일본 지상파에 방영된 <겨울연가>는 20%를 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영시간이 심야였던 것을 생각하면 기적과도 같은 수치였다. 쿨하고 도시적인 당시의 일본 드라마와 달리,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려낸 것이 중장년 여성들에게 제대로 통했다.
무엇보다 흥행의 일등 공신은 강준상(기억을 잃은 후의 이민형)으로 분한 배우 배용준이다. 부드럽고, 배려심 깊으면서도 사랑 앞에 솔직한 준상(민형)은 일본 여성들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 그 자체였다. 배용준은 하루아침에 일본의 '국민 첫사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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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배용준 기다리는 일본 팬들 |
| ⓒ 연합뉴스 |
한국에 대한 일본 여론도 변했다.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등의 설문 조사 결과가 물 밀듯이 쏟아졌다. 본격적인 '한류'의 시작이었다.
일본에 사는 내 삶도 바뀌었다. "저 한국 사람이에요"라는 말 만으로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관계 맺기에 소극적인 일본인들이, 한국 드라마와 가수 이야기를 접점 삼아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다. 2021년 둘째 아이 출산 때의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문병 오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병원 생활이었다. 그러나 간호사들을 만나며 상황이 바뀌었다.
"사실 제가 샤이니의 오랜 팬이에요. 한국 사람을 만나 너무 기뻐요."
"한국 여성들은 왜 다 피부 미인이에요? 저도 내일 한인타운에 갈 건데 화장품 좀 추천해 주세요."
코로나로 한국 출산을 포기하고, 미역국 대신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로 산후조리를 했지만, 한국에 애정을 가진 일본인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외롭지 않은 입원 생활이었다. 이 때 만난 간호사들은 나에게는 '출산 선물' 같은 소중한 인연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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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겨울연가 일본특별판' 포스터 |
| ⓒ KBS |
드라마 한 편이, 인생의 반려를 정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2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인들에게 <겨울연가>가 얼마나 특별한 작품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내 평생 <겨울연가>는 절대 못 잊을 거야. 죽을 때 <겨울연가> 디비디도 같이 묻어달라고 할 거야."
영화가 끝난 후, 붉어진 눈가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지인이 내게 말했다.
"한번 더 보러 올래?"라는 그녀의 말에 "그러자"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관 문을 나섰다. 한 시대를 뒤흔든 그 사랑이, 다시 일본 열도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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