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도 현장 모른다" 속도 못 따라가…'고급 인재' 모시기, 규제가 발목[입법과 현실 사이 ②]

우수연 2026. 3. 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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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N잡·프리랜서' 개발자 늘어
노동 제도는 여전히 정규직 중심
AI 공공 사업 수주·데이터 보안 규제 등
기술 변화 속도 빨라…제도 전반 재설계 필요

"인공지능(AI) 시대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N잡(겸직)'이나 파트타임 근무가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노동 제도는 여전히 정규직 중심에 머물러 있다."

AI 솔루션 스타트업 대표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산업계 전반에 AI 도입이 빨라지면서 일하는 방식과 인력 활용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여전히 상시·전일제 근무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변화한 산업 현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은 AX(AI 전환) 추진 과정에서 외부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른바 '바이브 코딩'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핵심 인재를 투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이들은 전통적인 대기업 정규직보다는 프리랜서로 여러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앞선 스타트업 대표는 "예전에는 대기업 출신 개발자가 스타트업에 도움을 주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AI를 극단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가 대기업에 투입돼 효율을 높여주는 시대가 됐다"며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일하기를 선호하며, 대기업 연공서열 구조를 감안하면 고액 연봉을 제시해 직접 고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변화한 인력 수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N잡' 형태의 프로젝트 협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AI 시대에 맞는 노동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국회에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발의돼 있다. 다만 현재 논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전면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신(新)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안전망 구축에 초점을 둔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반영한 보다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 미스매치는 공공부문에서도 반복된다. AI 공공사업 입찰에서 신생 스타트업은 기술 우위가 있어도 업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존 시스템통합(SI) 중심의 사업 구조와 입찰 평가 기준이 AI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신흥 스타트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정작 공공사업에선 이들의 진입이 사실상 배제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에도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질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른데, 공공 발주 구조는 여전히 업력과 과거 실적 중심으로 굴러간다"며 "결국 실력이 있는 스타트업도 대형 SI나 기존 사업자의 하청·재하청 구조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와 보안 규제 역시 AI 도입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규제와 공공 보안 규정 때문에 해외 클라우드나 생성형 AI를 업무에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에서는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로컬 클라우드나 폐쇄형 시스템 위주로 AI를 도입하게 되고, 이는 기술 활용도와 생산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기한이 정해져 있기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샌드박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해보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장기 투자나 인력 확충을 결정하기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한시적 예외를 주는 방식만으로는 AI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는 보다 포괄적이고 획기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히 기존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수준을 넘어, AI 시대의 노동 방식과 공공 조달 구조, 데이터 활용 환경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AI 시대 SW 산업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지속 운영 역량을 결합한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제도가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미 현실로 다가온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SW 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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