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때문에 주전 고정했더니 방망이도 제법 치네?...KT 신인 유격수 이강민, 계획대로 잘 크고 있습니다

배지헌 기자 2026. 3. 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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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수비 때문에 주전…네 타석에 하나씩만 쳐도 잘하는 것"
-수비와 타격 중 뭐가 먼저? 꾸준한 기회는 수비에서 시작된다
-23일 두산전 3안타로 답한 이강민, 시범경기 타율 2할3푼3리로 끌어올려
KT 위즈 이강민(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수원]

방망이가 침묵해도 벤치에 앉혀두지 않는다. 오히려 "실책도 이럴 때 더 해봐야 한다"며 등을 떠민다. 이강철 KT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 마법사 이강민이다.

내야수 이강민은 올 시즌 KT 위즈 전력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름이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입단한 신인이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내내 이강민의 주전 기용을 시사해온 이강철 감독은 23일 두산전을 앞두고도 "이강민이 주전이다. 아프지 않으면 끝까지 간다"고 밝혔다.
KT 위즈 신인 이강민(사진=KT)

"4타석에 하나만 쳐라" 이강철의 역발상

이 파격적인 선택의 근거는 '수비력'이다. 보통의 신인들은 방망이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쓴다. 고교 시절 최고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신인 타자가 프로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기까지는 보통 2~3년이 걸린다. 타격은 기복이 있게 마련이고, 몇 차례 기회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어느새 기회는 사라진다. 그때부터는 기약 없는 2군에서의 시간이 시작된다.

수비가 되는 선수는 코스가 다르다. 타격이 조금 처지더라도 수비력 덕분에 선발 기회를 얻고, 경기 후반에는 대수비 카드로도 기회가 온다. 그렇게 수비 때문에 뛰면서 주어지는 타석에서 안타 한두 개를 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나중에는 타격 능력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지도자와 야구인들이 "방망이보다 수비가 먼저"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강철 감독의 로직도 같은 비슷하다. "수비가 안 되면 나갈 수가 없다"고 강조한 이 감독은 "이강민은 수비 때문에 스타팅으로 나가는 건데, 그러면 4타석에 안타 하나만 쳐도 잘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두산 코치 시절 함께했던 허경민이 그렇게 시작했고, '국민 유격수'로 불린 박진만 삼성 감독도 데뷔 초기 타율 1할대를 치면서 수비 하나로 주전 자리를 지켜낸 사례다. 이 감독은 "수비를 잘하면 스타팅으로 나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한 타석씩 기회가 온다. 그렇게 적응하며 나중엔 방망이도 치게 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강민의 등장은 KT의 절박한 사정과도 맞물려 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FA를 통해 한화로 떠난 지난해 KT는 지독한 유격수 잔혹사에 시달렸다. 이번 겨울엔 유격수 최대어로 꼽혔던 박찬호 영입마저 실패하며 근심이 더 깊어졌다. 안 그래도 내야진 평균 나이가 리그 최고령 수준인 팀 상황에서 젊은 내야수가 간절했던 터. 이때 이강철 감독의 레이더에 포착된 선수가 이강민이었다. 유신고 시절부터 수비로 정평이 났던 이강민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감독의 확신을 얻었다.

이강민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겨울엔 프로 1군의 장기레이스를 견디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해 몸무게를 83kg까지 끌어올렸다.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이강민은 "중·고교 시절부터 웨이트에 흥미가 많았다"며 "시즌 중에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아침을 꼭 챙겨 먹고 영양제도 잘 챙기려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주변의 지원도 든든하다. 유신고 동기이자 신인왕 경쟁자인 오재원(한화)·신재인(NC)과는 단체 채팅방에서 투수 정보를 공유하고, 학교 선배 김주원(NC)에게는 글러브를 선물받았다. 이강민은 "주원이 형처럼 젊은 나이에 1군에서 자리를 잡고 목표를 이뤄가는 모습이 내 목표"라며 눈을 빛냈다.

팀 선배이자 마무리 박영현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병역 대체 봉사활동으로 모교를 방문하며 후배를 지켜봤다는 박영현은 "좋은 선수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며 "직접 뛰는 걸 보니 정말 잘하더라. 경험만 쌓이면 심우준 형의 수비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T 위즈 신인 이강민(사진=KT)

"신인왕은 먼 얘기" 단단한 19세 신인

쏟아지는 관심과 주전이라는 부담이 자칫 어린 신인에게 독이 되진 않을까. 다행히 이강민은 현명하게 이 함정을 피해 가고 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편하게 하려 한다"는 이강민은 "요즘은 기사도 잘 안 찾아본다. 말 하나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내 것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의 벽은 매일 실감하는 중이다. "사직에서 전준우 선배님 타구를 놓쳤을 때 느꼈다. 고교 때는 잡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프로는 타구 속도부터 다르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벽 앞에서 좌절하진 않는다. 시범경기 내내 1할대 타율에 머물렀던 이강민은 23일 두산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시범경기 타율을 0.233까지 끌어올렸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수비로 시작해 방망이도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이다.

이강민이 밝힌 올 시즌 목표는 주전이 유력한 선수치고는 소박하다. 1군에서 70경기 출전, 그리고 "최대한 견고한 수비를 하는 것"이 목표다. 신인왕 타이틀도, 화려한 타격 수치도 아니다. KT와 이강철 감독이 자신에게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강민이 70경기를 넘어 144경기가 끝나는 날까지 KT 유격수 자리에 서 있다면, KT는 그렇게도 바라던 '10년 유격수'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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