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스로 개도국 간주"…미국, WTO 고강도 개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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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해 12월보다 한층 구체화된 세계무역기구(WTO) 고강도 개혁안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 개도국 기준을 바꿔 (개도국)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11개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국제 무역 체제가 상호주의와 균형을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WTO가 유의미한 역할을 유지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개혁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제안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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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개도국 규정·최혜국대우 원칙
보고서 언급 없지만 중국 겨냥한 듯
미국이 지난해 12월보다 한층 구체화된 세계무역기구(WTO) 고강도 개혁안을 내놨다. 개발도상국(개도국) 규정과 최혜국대우(MFN) 원칙을 조정하는 게 골자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6~29일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열리는 각료회의를 앞두고 23일(현지시간) WTO 개혁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문제를 제기한 초안을 바탕으로 마련됐으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담았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 WTO가 감독하는 국제무역 질서는 더 이상 옹호될 수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규정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단순히 나누는 기존 구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한 경제력을 갖춘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보고서는 개도국 지위를 회원국이 스스로 선언하는 방식이 협상 기능을 훼손한다며 특별·차별적 대우(SDT) 적용 대상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또 통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회원국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브라질, 싱가포르, 한국, 코스타리카 등 4개국은 WTO 협상에서 SDT를 적용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개도국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2025년 SDT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표면적으로는 개혁에 부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행 여부에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앞서 한국은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압박 속에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되 특혜는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 개도국 기준을 바꿔 (개도국)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11개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아울러 USTR은 '모든 회원국을 똑같이 대우하라'라는 MFN 원칙 재검토도 요구했다. 보고서는 "MFN이 실제로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지, 기존 구조를 고착화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MFN과 상호주의 간 관계를 재정립하고, 시장 개방성 등 조건에 따라 MFN 적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국들이 상대국에 따라 관세를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개혁안은 중국을 겨눈 조치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상적인 무역 환경에서는 만성적인 흑자와 지속적인 불균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의 지난 1월 발언을 인용했다. 당시 그리어 대표는 "한 국가가 지속적으로 글로벌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 국가가 상대국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매우 강력한 증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 보수매체 뉴스맥스도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USTR은 그리어 대표의 연설을 인용하며 일부 국가들이 타국 희생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각료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할 전망이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국제 무역 체제가 상호주의와 균형을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WTO가 유의미한 역할을 유지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개혁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제안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각료회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으로 다자무역체제가 도전받는 가운데 열리는 행사로, WTO 체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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