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말을 듣는 순간 예감했다, 정권이 망하겠구나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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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하고 있다. 2022.3.14 |
| ⓒ 국회사진취재단 |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22. 3. 14.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면서 한 말)
어록 2
"과거에는 기관 간 이견이나 문제가 생길 때 공무원들이 민정수석실에 이야기하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가서 누구한테 얘기를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2023. 11. 12.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지희 선임연구원, 윤석열의 당시 R&D 이권 카르텔 발언에 대하여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
어록 3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을 없앴다가 나중에 2년 뒤에 다시 만들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금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 (2024. 4. 29. 대통령 윤석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에서 한 말)
어록 4
"내가 김 수석에게 다른 건 부탁할 게 없고, 우리 아들들과 친인척,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관리를 잘 해주시오." (1999. 6. 25. 김대중 대통령, 김성재 당시 민정수석 임명 다음날 조찬을 나누면서 한 말)
어록 5
"비서실장과 다른 수석들에게 계엄은 절대 안 된다, 엄청난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민심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어요. 내가 현장을 다 보고 오지 않았습니까." "입장을 정리해서 6월 18일에 대통령을 독대(獨對)하고 보고했지요. 하루라도 더 늦어지면 언제 계엄이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용갑 전 청와대 민정수석, 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계엄령 선포 관련 2026년 3월호월간조선 인터뷰에서 한 말)
위 어록들은 대통령 권력에서 민정수석실의 임무와 역할,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말들이다. 나는 윤석열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민정기능에 대하여 한 말(위 어록 1)을 들으면서 윤석열 정권이 망할 것이라는 점을 예감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대통령실 민정 기능에 대한 그의 저급한 인식 수준이었다. 윤석열은 민정수석실을 극히 피상적으로 이해하였다. 그가 민정수석실을 되살린다고 하였지만(어록 3), 민정 기능의 본질에 무지하니, 복원된 민정수석실은 김건희 수사에 대응하는 김건희 개인 로펌의 역할만 하고 말았다. 12·3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망동도 민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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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씨의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 김건희특검 출석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1. 4 |
| ⓒ 이정민 |
윤석열이 모델로 삼은 전두환은 어록 5에서 볼 수 있듯 1986년 군 출신이자 3선 의원 출신인 김용갑을 민정수석에 임명했고, 김용갑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계엄을 통해 6월 항쟁을 진압하려는 전두환에 직언을 하여 군 투입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은 윤석열을 광주학살 전두환과 직접 비교하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윤석열이 전두환보다 못했다는 평가는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윤석열이 오해할 만한 민정기능의 폐단은 분명히 있었다. 나 또한 이명박 정권 시절의 청와대 민간인 사찰(이 민간인 사찰은 민정수석실 기획이 아닌 이른바 영포라인 기획으로 알려져 있고, 김진모 민정비서관이 장진수 주무관 회유, 임막음에 가담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나, 우병우 사태를 접하면서 민정수석실의 힘과 권능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였다. 민정수석실이 법령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전횡을 일삼은 결과 박근혜 정권이 몰락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민정수석실의 부정적 기능에 대하여 강한 반감과 문제 의식을 갖고 청와대 공직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민정수석실 근무에 임했던 나조차 4년 3개월 근무 동안 가령, 왕비서관이니 실세니 하는 음해를 쉬지 않고 받았다. 이 또한 민정수석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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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6월 민정비서관실 필자 책상 앞 칸막이에 붙여둔 내용 |
| ⓒ 이광철 |
'민정(民情)'은 말 뜻 그대로 국민의 생각을 살핀다는 뜻이다. 대통령 권력에서 민정이 하는 일을 대통령실 내의 다른 기구와 비교하면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어느 지역에 산불이 났다고 하자. 산불의 현 상황, 향후 전망, 산불 진화의 태세, 대응 역량 등 현황을 다루는 곳이 국정상황실이다. 이 산불에 대해 국회·정치권과 언론에 알리는 것은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이 담당한다. 그럼 민정의 역할은 무엇인가? 민정은 산불 발생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과 정서를 살핀다. 이 산불에 대응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어떤지 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어디를 뚫으면 되는 것인지를 살피고, 대응한다. 위 어록 2의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지희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과거에는 기관 간 이견이나 문제가 생길 때 공무원들이 민정수석실에 이야기하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라는 대목은 민정이 하는 일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민정이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민정이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점검하는 좀 더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 안에 민정의 존재 의의, 민정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내가 볼 때, 민정이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점검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단단하게 지키려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대통령 하는 일이 국민의 마음에 들어야 대통령 권력은 단단해진다.
대통령 하는 일이 국민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민정은 세 가지 소임을 더 부여받는다. 첫째, 친인척 관리와 권력 간 주도권 다툼 제어다. 둘째, 공직자 기강 유지와 부패 엄금이다. 셋째, 민정이 때로는 대통령의 생각을 꺾을 수 있어야 한다.
친인척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갑질을 하거나 뇌물 받는 것은 설명할 것도 없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로 연결된다. 그러한 일이 누적되면 국민의 분노는 염증이 되고 염증은 환멸로 이어진다.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환멸은 정권의 끝을 의미한다. 어록 4의 김대중 대통령 말씀은 친인척 문제에 대한 당신의 절박함이 담겨 있고, 어록 5의 김용갑의 회고는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뜻을 꺾는 장면이 잘 담겨 있다. 모두 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신뢰받게 하고자 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정의 기능과 역할이 이러다 보니, 민정수석이 당대 정권의 가장 핵심 실세라고 불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민정이 폐단에 빠져들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민정을 살피는 핵심 수단인 정보의 수집과 활용의 문제다. 이것은 다음 회에 이어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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