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 피습사건 ‘테러 미지정’… 김상민 vs 국정원 ‘네 탓’ 공방

구자창 2026. 3. 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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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전 검사. 윤웅 기자


2024년 1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 가덕도 피습 사건 수사가 국가정보원과 김상민 전 검사 간 ‘네 탓’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 여권에서 김 전 검사를 겨냥해 ‘가덕도 피습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했을 때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김상민 보고서의 논리를 수긍할 수 없다”며 화살을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4월 국정원 법률특보 시절 ‘가덕도 사건은 테러방지법상 테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를 김 전 검사의 전적인 책임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이에 김 전 검사는 경찰 조사에서 오히려 “국정원의 직무유기”라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가덕도 테러 사건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4일 김 전 검사를 불러 조사하면서 ‘지난해 2~3월 국무총리실에서 국정원에 가덕도 피습 사건이 테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문의한 사실을 알았느냐’는 취지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검사는 “당시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며 “지난해 3월 말쯤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가 지난해 2월쯤 국정원에 가덕도 사건의 테러 해당 여부를 문의했고, 당시 국정원 1차장이 대테러국을 통해 김 전 검사에게 법률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검사는 보고서 의뢰 경위에 대해 “지난해 3월 말 또는 4월 초에 국정원 대테러부서 관계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이재명 당대표 피습 사건의 테러 지정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이 사건은 테러가 아닌 거 같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면서 “형법과 테러방지법상 법정형이 같아 테러 지정의 실익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테러로 지정했을 때 어떤 실익이 있는지, 이 사건이 테러방지법상 특별위로금 지급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달라”고 했다는 게 김 전 검사 측 진술이다.

경찰은 김 전 검사에게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보고서 관련 지시를 미리 받은 사실이 없는지 캐물었다. 앞서 경찰은 김 전 검사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국정원 윗선이나 대테러 관계기관 등의 공범이 개입했을 정황이 있다’고 적시했다. 김 전 검사는 그러나 “사전 연락을 받은 사실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 전 검사는 오히려 “사실 이미 (가해자의) 확정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런 의뢰를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며 “테러로 지정한다고 해서 테러방지법 위반으로 다시 기소할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경찰에 반문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가해자 김모씨에 대해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김 전 검사가 보고서를 작성한 지난해 4월은 김씨에 대한 선고가 확정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은 김 전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담은 국정원 내부 문건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8월 김 전 검사의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한 직후 작성된 문건이었다. 이 문건은 김 전 검사가 테러방지법 관련 법리와 사건 당시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가해자의) 판결문에 범행도구가 ‘등산용 칼’로 명시됐는데도 ‘커터칼’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왜곡했고, 김 전 검사의 보고서 논리를 수긍할 수 없다”거나 “김 전 검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의 영향력으로 특보에 임명됐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결국 김 전 검사의 정치관여·직권남용 등이 의심되는 정황이라는 게 문건의 결론이었다. 국회 대표단은 문서가 작성된 지난해 8월 국정원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이때 김건희 특검에서 김 전 검사를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김 전 검사는 국정원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최초 시점인 2024년 1월 이후 국정원이 테러 지정 관련 활동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항변했다.

김 전 검사는 “자기들(국정원)이 이렇게 테러라고 판단할 수 있었으면 2024년 1월부터 테러로 지정해서 활동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내부)보고서 내용 자체가 스스로 직무유기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법률가로서 의견을 낸 것을 직권남용이나 정치관여라고 한다면 이제까지 기소돼서 무죄가 확정된 사건들도 다 허위공문서고 직권남용 아니냐”고 반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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