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고민정도 충돌…여권에 폭탄 던진 유시민 'ABC론'

강보현 2026. 3.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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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유튜브 방송‘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작가. 사진 방송 캡처


유시민 작가가 쏘아 올린 이른바 ‘ABC론’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원심력을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8월 전당대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친이재명계와 옛 친문재인계의 전초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ABC론은 유튜버 김어준씨와 함께 여권의 최대 스피커로 꼽히는 유 작가가 유튜브 ‘매불쇼’에서 지난 18일 제시한 이론이다. 유 작가는 “A그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탱해 온 민주당의 핵심 코어 지지층”이라고 했고, B그룹에 대해선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척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본인의 정치적 성공”인 사람들로 규정했다. A그룹은 가치 중심, B그룹은 이익 중심이란 얘기다. 유 작가는 그러면서 C그룹은 A·B그룹의 교집합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지지층에 대한 이러한 재정의는 파장을 불렀다. 해당 방송 후 친여 골수 지지층이 모인 딴지 게시판 등에선 “유시민의 혜안을 기다렸다”, “명쾌한 해설을 들으니 속이 시원하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유 작가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먼저 사과하며 둘 사이에 있었던 해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공개 사과를 주고받은 것 역시 정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ABC론이 급속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딴지 게시판 등에선 B그룹에 대한 낙인 찍기가 이어지고, 이게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제2의 수박론’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그러자 뉴이재명 지지층은 “전형적인 갈라치기”라고 반발하며 분노감을 표출했다. 특히, 유 작가의 방송 이튿날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현 민주당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노출된 게 기름을 부었다. 지난 20일 언론사 카메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김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에 “시민형은 유명세, TV 출연을 즐기는 강남 지식인”(김 총리), “책 내면 출연해요”(김 의원)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포착됐다. 김 총리가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중히 공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뉴이재명 성지로 불리는 디시인사이드 ‘이합갤’ 등엔 “유시민 오늘부로 B그룹이다”, “강남 관종 책팔이” 등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우아한 칼'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ABC론 논쟁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노리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참전으로 더욱 불타올랐다. 유 작가가 B그룹을 비판한 직후 ‘정황상 송 전 대표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돌았는데, 송 전 대표가 지난 22일 경향신문 유튜브에 나와 “제가 친문 세력과 싸우면서 당 대표가 됐다”며 정면 반격했기 때문이다. 송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22년 대선) 후보가 된 후에도 (친문으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다”며 “친문 세력 상당수가 (이재명 대통령) 선거 운동을 안 했다”는 주장도 폈다. 공교롭게 송 전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뉴이재명 토론회에 참석했고, 이후 뉴이재명 지지층 사이에서 “차기 전당대회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튿날인 23일 “후배에게 롤모델의 길을 가겠나,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겠나”라며 송 전 대표의 친문 책임론을 문제 삼았다. 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출마한) 서울이 대패했다”며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 말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의 실패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고 했다.

이처럼 ABC론이 민주당을 달구고 있는 건 당권 경쟁이 이미 조기 점화했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B그룹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영향력을 드러낼 것”(반청 성향 의원)이라거나 그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진 의원은 “과거에는 의원들이 먼저 계파를 나누고 지지층이 그에 맞춰 갈라졌는데, 이제는 그 순서가 반대”라며 “지지층 갈등이 봉합 불가 수준으로 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전 지지층 분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23일 “분파 자체가 비생산적인 뺄셈 정치”라고 우려했고, 성남시장 선거 공천을 받은 김병욱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갈라치기 식의 네이밍”이라고 비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초 민주당 지지층의 확장을 의미했던 ‘뉴이재명’이 ‘ABC론’으로 인해 기존 민주당 지지층과 쪼개진 모양새”라며 “유 작가가 배제하고, 쫓아내는 식의 틀을 만든 셈”이라고 분석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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