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속에서 온기 느낄 수 없었다… 돌아가도 혼자일 것 같아”
두 명의 ‘가나안 성도’ 인터뷰

한국교회의 환대가 우리들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면 외부의 시각과 조언이 필요하다. 교인 90%가 “우리 교회는 처음 온 사람을 환대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교회를 떠난 이들은 기존 성도들의 ‘친절한 결속’ 자체가 장벽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연중기획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를 시작하며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회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기존 구성원 간 강한 결속으로 새신자가 어울리기 어려운 문화’가 가장 많이 꼽혔다. 환대에 대한 교회의 자기 인식과 실제로 교회 안팎을 경험한 이들의 체감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설문이 교회의 인식을 수치로 드러냈다면 신앙은 유지하지만 교회 출석은 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의 경험은 그 수치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일보가 만난 두 명의 가나안 성도는 그 간극을 구체적인 삶의 언어로 설명했다.
박지윤(31)씨는 자신을 ‘교회 밖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른다. 모태신앙으로 자라 교회학교에서 성경퀴즈와 행사 준비에 앞장서던 학생이었다. 23일 박씨는 “교회에 다니면서 내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계속 증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잘함’이 사라지자 설 자리마저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은혜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보상과 경쟁이 된 성경 읽기도 그를 지치게 했다. 박씨는 “어느 순간 교회가 쉼이 아니라 피로의 공간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차별적 발언이 신앙의 언어로 정당화되는 장면은 그를 교회와 더욱 멀어지게 했고 결국 교회에 발길을 끊게 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대신 일상 속에서 신앙을 이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할 때 성경 구절을 찾아 읽고 마음이 흔들릴 때 기도하며 찬송을 부르기도 한다. 신앙에 대한 질문이 생기면 평소 신뢰하던 목회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실천신학대학원대 사회적목회 석사 과정에도 진학해 학업을 마쳤다.
박씨는 “제도보다 삶으로 믿음을 보여주는 교회 공동체가 있다면 다시 출석할 뜻이 있다”고 했다. 결국 그는 교회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방식으로 머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또 다른 가나안 성도인 손나예(가명·34)씨는 중학교 때 친구의 전도로 교회에 첫발을 디뎠다. 성인이 된 뒤 서울로 올라와 새 신앙 공동체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한 교회에서 새신자 교육을 마쳤고 소그룹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겉으로는 잘 적응한 교인이었다. 그러나 속은 달랐다.
사람들은 친절했지만 그들의 관계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는 게 손씨의 기억이었다. 가족과 오래 교회에 다닌 교인 중심의 관계망은 단단했고 그는 겉돌았다. 예배가 끝나면 평소 익숙한 교인들끼리 흩어졌다. 그는 대부분 혼자 남았다.
손씨는 “소그룹에 속해 있었지만 머물 자리는 없었다”며 “결국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누가 밀어낸 것은 아니었지만 붙잡아 준 기억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회를 떠난 뒤에도 일부 교인과 연락은 이어졌다. 그러나 의미 있는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간혹 목회자가 보내는 안부 문자는 관계의 연장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는 “잘 지내냐는 물음은 많았지만 왜 힘든지 묻는 이는 없었다”며 “공동체라는 이름의 시스템은 작동했지만 그 안에서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다시 교회로 돌아가면 또 혼자가 될 것 같아 두렵다고도 했다.
손씨는 “자신이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공동체에서 다시 살아갈 수 없을 뿐이라고 했다. 가나안 성도가 단순한 신앙 상실이 아니라 공동체에서의 실패 경험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교회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내가 있을 공간이 여전히 좁다는 점이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이를 환대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환대는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라며 “공동체 안에서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자격으로 편안함과 위로를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환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누리는 편안함과 위로가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환대의 핵심”이라며 “교회가 이미 갖춘 양육 체계나 소그룹, 프로그램도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날이 갈수록 개개인의 다양성이 커지는 만큼 다름 때문에 소외되지 않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박효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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