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피어난 환대, 교회 밖 이방인을 품다

장창일 2026. 3.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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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5)-환대(Feast)
케냐에서 온 의사 조지 오레라(왼쪽)씨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에서 진행된 문화교실에서 자신이 빚은 만두를 한 봉사자에게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권사님, 이것 좀 보세요. 제가 만든 만두 너무 예쁘죠.”

케냐에서 온 조지 오레라(39)씨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식당에서 자신이 빚은 만두를 한 봉사자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연수 중인 오레라씨는 케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다.

그는 이날 연세대 보건대학원(원장 지선하)에 유학 중인 학생 30여명과 함께 이 교회가 마련한 서현한국문화교실(문화교실)을 찾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문화교실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교회가 지원하는 환대 프로그램이다.

2022년부터 매주 토요일 문화교실을 여는 교회는 한글교실을 비롯해 운동회와 한복 체험, 경복궁과 DMZ 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교회는 지난 19일까지 라마단 금식을 했던 무슬림 학생들을 위해 요리교실을 열었다. 이슬람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를 가진 유학생은 봉사자들과 함께 만두와 김밥, 전과 호떡을 만든 뒤 함께 먹었다.

봉사자들은 “교회가 대학의 일을 돕는 것일 뿐 특별할 게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대신 매주 유학생들을 만나 교제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는 말은 들을 수 있었다. 박재순(78) 권사는 “토요일마다 교회에 오는 학생들을 위해 동료 봉사자들과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문화를 고려해 소나 닭고기, 해물 요리 등을 제공하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상화 목사는 “유학생들에게 한글 교육과 문화 체험을 더 확장하려던 대학의 고민을 알게 된 뒤 교회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돕자며 시작한 일이 이렇게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대학과 교회의 협력으로 낯선 게 많은 학생을 교회로 초대할 수 있어 무척 보람 있다”고 했다.

서현교회의 사례처럼 교회들은 이웃을 향한 환대의 마음을 갖고 여러 가지 사역을 한다.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를 주제로 연중기획을 시작하면서 국민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웃을 향한 열린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인과 탈교회 성도 10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90%가 교회를 처음 방문한 사람을 환대한다고 답했다. 장애인과 이주민·외국인노동자를 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62%와 61%였다. 가난한 이웃을 환대한다는 이들도 56%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이단 탈퇴자와 전과자 환대 여부에 대한 답변 비율은 각각 48%와 29%로 낮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하지만 교회에 이방인이 들어오고 이들을 복음 안에서 품어야 하는 환대의 전 과정이 항상 쉬운 건 아니다. 현장 목회자들 사이에선 환대의 정확한 정의에 대한 궁금증도 적지 않다. 그만큼 제대로 된 환대를 하는 게 까다롭다는 의미다.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환대는 외인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인' '공간' '과정' 세 단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허 목사는 "환대는 경계를 넘어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자리를 내어주는 양보와 희생의 결단"이라면서 "단회적 사건이 아니라 낯선 이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환대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인다거나 사역의 결과로 보기보다 환대를 향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구원의 여정을 향하는 도상에 선 성도의 삶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환대의 신학' 저자인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도 환대를 통한 교회의 거룩함은 하나님을 닮은 공간으로 전환하는 긴 시간 속에서 완성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서가 말하는 환대란 세대와 남녀, 빈부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던 전통으로 볼 수 있다"면서 "환대는 교회에 추가된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공유해야 할 삶의 방식이자 성도로서 가져야 할 지향성"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환대를 외부로만 향하게 하면 내부 에너지가 고갈될 수 있기 때문에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으로 조율했듯 공동체 안에서의 환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두 제자는 세리 마태와 열심 당원 시몬, 갈릴리 호수의 어부였던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 요한 등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상극이었음에도 서로를 먼저 환대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특정 목표에 매몰돼 환대를 또 다른 율법주의로 변질시키기보다 환대를 향한 길 위에서 타자를 위해 끊임없이 공간을 넓혀가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할 때 교회의 진정한 회복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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