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들 “AI·로봇이 아이들 눈빛을 읽을 수는 없잖아요”
<3> AI에 위탁할 수 없는 일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나중에 대체되거나 아예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영유아 시기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사회성을 기르게 하는 교육은 AI가 사람처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터에 있는 유치원 교사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10명의 유치원 교사들은 10년 뒤 유치원에 AI를 탑재한 로봇이 업무 일부를 거들 수는 있더라도 교사 본연의 일은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정미(가명·58)씨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한 물건이 아이들 주변에 있으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예기치 못하는 상황을 AI가 스캔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아이들은 잠시 눈을 떼는 순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상황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년 동안 유치원에서 일한 김지혜(48)씨 역시 “AI가 공간을 스캔해 위험 요소를 찾아 경고하거나 아이가 넘어질 것 같은 상황을 빛의 속도로 파악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활동을 기록하는 등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AI가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아이들은 말보다 눈빛이나 표정, 몸짓으로 대화하는데 AI가 이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11년 동안 일한 박혜자(47)씨는 “아이들은 자기가 화가 나는지, 졸린지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교사는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준다. 이건 지식이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11년 차 교사 정의준(38)씨는 “아이들은 눈치가 정말 빠르다. 특히 성인의 표정이나 억양, 몸짓을 많이 본다”며 “눈빛 하나로 아이와 대화하는 감각은 AI가 따라오기 어렵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만 써도 감정을 못 읽던 아이들에게 로봇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며 배우는 사회성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AI가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25년 동안 유치원에서 일한 허지영(51)씨는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며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를 배워야 하는데, 로봇과의 관계에서는 이런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정(38)씨는 “유아기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른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라며 “집단생활을 배우고 사회화되는 과정을 AI가 도맡을 순 없다”고 전했다. 정의준씨 역시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 ‘내가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런 것조차도 아이들은 배워야 한다”며 “아이가 어릴수록 사람과 마주하고 접촉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사람에게서밖에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상황도 사람만이 대처할 수 있는 일로 분류된다. 12년 차 교사 김봉민(50)씨는 “유치원은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아이들하고 즉흥적으로 하는 활동들이 많다”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교육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고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인식이나 윤리적 문제가 심리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봉민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로봇이 우리 아이 근처에 있는 게 탐탁지만은 않을 것 같다”며 “AI나 로봇은 학습용이지 직접적으로 어린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진(48)씨는 “교사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아이를 이끄는 권위가 있지만 로봇의 지시를 아이들이 진지하게 따를지 의문”이라며 “만약 로봇이 강제력을 동원한다면 윤리적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그런 중요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이슈팀=심희정 양한주 김혜지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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