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잡기 통했지만…서울 임대 매물이 줄어든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벌인지 두 달째를 맞아 서울 부동산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 집값 잡기에는 성과를 거둔 반면, 서민의 주거 사다리인 외곽지역 임대(전·월세) 매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오피스텔 매매 매물은 7만7515건이다. 두 달 전인 1월 23일(5만6219건) 대비 37.8% 급증했다. 성동구에서 89%(1121→2291건)나 늘었고 이어 강동구(70.9%)·동작구(66.9%)·송파구(65%) 등 한강벨트에서도 증가했다. 정부 압박에 따라 매물이 쌓이면서 점차 집값이 매수자 우위로 변하는 구조가 됐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X(옛 트위터)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하면서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벌인 효과로 평가받는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대통령은 두 달간 X에 부동산 관련 게시글만 30건 올리며 세제, 임대 제도, 금융, 행정명령까지 전방위로 언급했다.
효과는 있었다. 이달 셋째 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4주 연속 집값이 하락하는 등 한강벨트 7개 구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졌다(한국부동산원). 서울 전체 오름폭도 7주째 둔화 중이다. 송파구(20.92%)·강동구(19.2%)만 해도 지난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지역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한 시기는 이 대통령 발언 시점과 맞물린다. 올해 들어 강남 3구와 용산구는 모두 1월 셋째 주(기준일 1월 19일)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후, 이 대통령의 발언(1월 23일) 직후 조사인 1월 넷째 주(1월 26일)부터 일제히 오름폭이 낮아졌다. 2월 넷째 주에 나란히 하락세로 돌아서 이후 4주째 내렸다.

부작용도 있었다. 다주택자 압박으로 한강벨트의 초고가 아파트의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지는 동안 외곽지역 전·월세는 씨가 마르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은 실거주자가 아니면 매수할 수 없게 되면서, 신규 전세 공급이 사실상 차단되는 등 정책 영향이 컸다.
이날 서울 아파트·오피스텔의 임대 매물은 3만2512건으로 1월 23일(4만2784건) 대비 24.1% 줄었다. 서민층이 많은 외곽에서 임대 물건 ‘증발 쇼크’가 컸다. 구로구에서 574건 매물이 304건으로 47.1% 감소했다. 이어 강북구(-46.4%)·노원구(-45.8%)·도봉구(-42.8%) 순이었다.

서울 노원구의 3003가구 대단지 그랑빌은 이날 기준 전세 물건이 0건, 월세는 2건이 전부다. 구로구 개봉동 현대(2412가구)도 전세 3건에, 월세는 0개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도 전세 9건, 월세 1건에 그치는 등 수천 가구가 사는 대단지에서 전·월세 매물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흔한 풍경이 됐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5억3765만원(지난달 KB부동산)인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매매를 포기하고 눌러앉는 비중도 커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 계약이 48.2%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중 39.5%를 크게 웃도는 숫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고가 주택 집값 안정도 중요하지만,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가 부러지진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부작용을 덜 수 있는 세심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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