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보다 나은 AI? AI 의존한 판단 더 부정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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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지난 1월 오픈AI의 AI 모델이 의료진보다 판단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2024년 의료 교육 플랫폼 '메드스케이프'에 공개된 1426건의 임상 사례를 분석했는데, 추론 AI 모델(o1)의 정확도가 94.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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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관계는 대신 못해”

용인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지난 1월 오픈AI의 AI 모델이 의료진보다 판단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2024년 의료 교육 플랫폼 ‘메드스케이프’에 공개된 1426건의 임상 사례를 분석했는데, 추론 AI 모델(o1)의 정확도가 94.3%에 달했다. 의료진 판단의 정확도가 85%였던 데 비해 높은 수준이다.
모리 유이치 노르웨이 오슬로대학병원 교수 연구팀은 폴란드의 내시경 센터에서 평균 경력 27.6년의 내시경 의사 19명을 상대로 AI 도입 전후 3개월간의 용종 발견율을 조사했다. AI 도입으로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사들의 용종 발견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AI 도입 전에는 28.6%였던 용종 발견율이 AI 도입 후 25.3%로 떨어졌고, AI 도입을 철회한 뒤에는 22.4%로 이전보다 발견율이 더 낮아졌다.
이는 의료 현장에 AI가 전면 도입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암시한다. AI가 일부 영역에서 의료진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있지만, 완전한 대체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환자를 진찰하는 본연의 의료 행위를 방해할 수 있다. 의료진이 환자와 맺는 관계와 경험을 AI가 학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연구를 진행한 심장내과 배성아, 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AI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사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교수는 “진료에는 정답이 없다. 환자 상태도 바뀌고, 결과 해석도 달라지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환자와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도 AI가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진료를 할 때 놓치는 부분이 없게끔 보조하는 역할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사가 환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기에 걸림돌이 되는 문서 작성 등 잡무를 AI가 처리해주고, 의사는 좀 더 본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판단을 하려면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데, 규격화된 정보를 분석하는 일 외의 의료 행위를 AI가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험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암묵지’의 영역은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일로 꼽힌다. 암묵지란 말이나 글로 쉽게 표현하거나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을 뜻한다. 경험에서 비롯된 숙련된 기술, 직관, 통찰 등이 해당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형식지’로, 수치나 매뉴얼 등으로 공식화돼 전달 가능한 지식을 의미한다. AI는 형식지를 학습해 답을 추론하는 일은 뛰어나지만, 암묵지의 영역은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AI가 완벽하게 학습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분류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람이 슬플 때를 이해하는 알고리즘보다 체스를 두는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체스나 바둑처럼 일정한 규칙 안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은 인공지능(AI)이 앞서지만, 의료나 육아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타인의 기분을 파악해야 하는 일은 기계가 배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계와 달리 인간은 맥락을 해석하고, 뉘앙스를 파악하고, 감정을 이해하고, 복잡한 사회적 역학을 탐색할 수 있다”며 “이해와 설득, 공감, 갈등 조정 역량 등 방향을 정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을 지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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