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알'에 사과 요구한 이유...박철민 판결문에 해당 방송 적시

김종훈 2026. 3. 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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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조폭연루설' 박철민·장영하 유죄 판결문 살펴보니…"대선 근소한 차로 낙선, 영향 무시 못해"

[김종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24일 오전 7시]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에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만든 '그것이 알고싶다'(그알)는 과연 순순히 추후 보도를 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보도할지 궁금하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거짓의 무덤에 사람을 매장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조작 폭로한 국민의힘이나 그알 같은 조작방송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 저도 과욕이겠지만 미안하다는 진솔한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이에 SBS '그알' 제작진은 같은 날 늦은 저녁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변호인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알'의 사과에 SBS 노조는 성명을 통해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이 대통령의 SNS 행보를 강력히 규탄하며 반민주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이 대통령은 "권리에는 의무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면서 "언론의 자유가 언론의 특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SBS 노동조합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알'은 2018년 7월 21일 방영된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07년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의 변호인 명단에 포함됐다고 언급하며 성남 지역 정치인들과 폭력 조직 간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 국민의힘 인사들은 보도를 바탕으로 성남 지역 폭력조직인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박철민씨가 주장한 내용을 검증 없이 전하며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제기했다. 박씨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장영하 변호사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의 SNS에 수억 원의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며 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해당 의혹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사건과 더불어 크게 부각돼 유권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법원 "범행, 선거에 끼친 영향 무시할 수 없다"
 페이스북 '박철민'의 2018년 11월 21일, 25일 게시물. 이 계정의 프로필 사진에 등장하는 남성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공익제보자라고 주장한 박철민씨와 같다.
ⓒ 페이스북 박OO 계정 갈무리
2023년 11월 9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 재판부는 폭력조직 '국제마피아' 행동대원 박철민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를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극도로 중요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돈다발 사진과 같은 자극적인 수단을 이용해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큰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강하게 꾸짖었다.

"이 사건 범행과 같이 악의적으로 허위의 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는 비록 나중에 그 사실이 허위임이 밝혀지더라도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심각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이재명은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 중 한 명이었기에 피고인이 공표·적시한 사실은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이재명의 명예가 심대하게 침해되었다. 특히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사실은 유권자의 표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일뿐더러, 그와 같은 사실의 공표·적시로 인하여 이재명은 자칫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일 수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피고인이 공개한 현금 사진이 뇌물과 무관하다는 사정이 대통령선거 전에 드러나기는 하였으나,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이상 이 사건 범행이 선거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그알' 방송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박씨가 해당 방송 등을 통해 의혹을 접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 사실을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판단했다.

피고인은 2021. 3.경 서울 송파구 정의로 37에 있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던 중 '이재명과 국제마피아파가 유착되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방송 등을 통해 접하고 자신의 국제마피아파 활동 전력을 배경으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의 국제마피아파와 관련된 구체적 비리를 폭로하여 이재명이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데 기여하게 되면 세간의 주목을 받고 반대 후보 측의 비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재판부는 박씨의 범행 경위도 함께 언급했다.
피고인은 국제마피아파의 조직원으로 활동한 이아무개씨가 이재명의 비위에 관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씨에게 서신을 보내 '이재명과 국제마피아파 사이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자료를 달라. 그러면 정치권의 힘을 빌려 형량을 감축해주고, 사업비 등을 지원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였으나, 이씨는 위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가 2021년 9월경 자신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장영하 변호사에게 '국제마피아파에 사업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불법 사이트 자금 20억 원을 이 지사에게 줬다'는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돈다발이 찍힌 사진 등을 건네줬다"며 "장 변호사는 이 자료들을 김용판 당시 국민의힘 의원에 전달했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를 아무런 검증 없이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했다"라고 덧붙였다.

1심 법원인 수원지법에 이어 항소심 법원인 수원고등법원도 2024년 8월 14일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장영하도 유죄 확정... "객관적 근거 없이 공표"
 장영하 변호사. 2021-10-21
ⓒ 연합뉴스
박씨의 변호인이었던 장영하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우인성 부장판사가 이끌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24일 "허위 인식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장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9개월 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장 변호사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2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장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쟁점 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채 공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명확히 입증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쟁점 사실과 관련 없는 현금다발 사진, 박철민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다"고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그알' 방송을 바탕으로 당시 이 사건을 주요하게 보도했던 언론은 "이른바 조폭 연루설은 허위임이 법적으로 확인됐다"며 추후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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