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 봉기 → 붕괴’ 두 남자 오판… 호르무즈 수렁에 빠졌다

김철오 2026. 3. 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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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트럼프·네타냐후
모사드 부추김에 지나치게 낙관
초등학교 공습 반정부 여론 후퇴
이란의 항전 능력도 과소평가해
호르무즈 인질 잡고 트럼프 압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클럽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서로 등을 감싸안으며 정문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수상이 결정된 민간 훈장 ‘이스라엘상’을 직접 받기 위해 다음 달 이스라엘을 방문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내 여론 공작으로 반정부 봉기를 일으켜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다고 낙관했지만 결국 장기전의 수렁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당장 전면적인 군사작전이 유예됐지만 에너지 시장 정상화까지 4개월 이상 필요할 것으로 전망돼 장기적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내부에서 반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미국·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현재 이란 정권이 위축됐을 뿐 여전히 건재하며 군·경에 대한 공포심으로 시민이 봉기하거나 외부 무장세력이 국경을 넘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지난 1월 중순 워싱턴DC를 찾아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에게 “전쟁이 시작되면 수일 안에 이란 반정부 세력을 결집해 폭동과 반란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모사드의 이런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다.

반면 미국 고위관리와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분석가들은 체제를 위협할 수준의 대규모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미군 지휘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습 중에는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개전 직후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 “정부를 장악하라”며 이란 국민을 부추겼고, 이는 전쟁 목표가 체제 전복에 있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이란에서 반정부 봉기는 일어나지 않았고, 네타냐후 총리는 개전 초기 열린 안보회의에서 모사드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질책했다고 NYT는 짚었다.

지난해 12월 이란 수도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전통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졌다가 사그라진 반정부 시위의 재확산, 혹은 반체제 성향 쿠르드족 민병대의 무장 활동은 개전 4주 차에 접어든 이날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연구원은 NYT에 “다수의 시위대가 총에 맞을 것을 우려해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며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은 여전히 있지만 그들은 무장하지 않았고, 국민을 거리로 끌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에 미사일이 떨어져 학생을 포함해 175명이 사망하는 등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이 민간인을 직격한 것도 반정부 여론을 후퇴시킨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이란은 전황 주도권도 호락호락하게 빼앗기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수위를 조절하며 중동 주변국 에너지 시설을 타격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아랍 외교관들을 인용해 “이란이 항복하지 않는 이유는 해협 장악력 때문”이라며 “이란 지도부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단기적 승리로 여긴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5년간 미사일 개발 중단 및 우라늄 농축 전면 금지 등 6가지 종전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도 배상금 지급과 중동 미군기지 폐쇄 등 6가지 조건으로 맞받았다고 레바논 알마야딘방송이 보도했다.

이란의 항전 능력을 과소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은 집권 2기 들어 자신에게 순응하는 참모들을 중용해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해 온 대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을 지휘했던 리언 패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가디언에 “이란과의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최대 취약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았다”며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호위 연합’ 결성이 무산된 것에 대해 패네타 전 장관은 “동맹국들에 냉담했던 대통령이 도움을 요청할 상황에 놓인 것”이라며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전쟁이 즉시 종결된다는 가정하에서도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 복원과 운송 기간 등의 문제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4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이 겨울까지 전쟁 여파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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