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콜럼버스 동상 설치, '영웅 만들기' 트럼프의 역사전쟁?

2020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시 철거되어 항구 바닥에 버려졌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의 복제품이 22일(현지시간) 새벽 백악관 경내에 전격 설치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새 동상은 백악관 업무용 건물인 아이젠하워 행정동 앞에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세워졌다.
이번에 설치된 동상은 2020년 7월 볼티모어에서 시위대가 쓰러뜨려 이너 하버 항구에 던진 콜럼버스 동상을 복원한 것이다.
당시 메릴랜드의 예술가 부자가 수중에서 파편을 수습해 복제품을 제작했고,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립인문기금(NEH)으로부터 3만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제작 완료 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수년간 작업실에 보관되어 오다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준비 과정에서 백악관행이 결정됐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에서 콜럼버스는 영웅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그가 영웅으로 추앙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상 철거 움직임을 '국가 기억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콜럼버스를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사회는 콜럼버스를 민족적 자긍심과 이민자 추모의 상징으로 여겨 이번 복귀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과 원주민 단체는 그를 노예화와 학살, 식민 지배의 시대를 연 인물로 비판하며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외신에 따르면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백악관의 역사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에드워드 렝겔 전 백악관역사협회 수석 역사학자는 이를 "급진적인 백악관 부지 재편 계획"의 일환으로 보며 "현 행정부가 백악관을 당파적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토 연구소의 제프 미론 부소장 역시 "콜럼버스에 대한 평가는 백악관이 아닌 박물관이나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설치를 시작으로 백악관과 연방 부지에 건국 초기 인물과 역사적 위인 250명을 기리는 '영웅의 정원' 조성을 본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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