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ABC 논쟁' 유시민 작가 의견에 이의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촉발한 ABC 논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김기석 성공회대 명예교수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 관련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김기석 기자]
며칠 전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나와 이재명 지지자들을 A, B, C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A는 가치를 위해, B는 이익 때문에, 그리고 C는 혼재된 이유로 인해 지지한다는 것이다. 유 작가의 분류는 합당 이슈부터 이어온 본인의 주장에 반대하는 소위 '뉴이재명' 그룹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잠재적으로 배신할 이익집단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순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잠시 분류를 그대로 인용하여 유 작가의 주장에 반론의 펴고자 한다.
필자가 보기에 A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과거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반면, B는 이재명 정부의 성과와 효능, 미래에 대한 관심이 우선한다. A는 이재명 정부의 탄생을 노무현, 김대중, 문재인 정부의 연속으로 보는 반면, B는 문재인 정부를 치명적으로 실패한 정부로 본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A와 B의 분기점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할 때, 한 친구가 말했다.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정말로 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라고... 그리고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진짜로 '좋은 사람'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손뼉 치며 맞이했다. 그가 따뜻한 가슴으로 세월호 유족들을 안아 줄 때 그동안 맺혔던 가슴 속의 응어리가 다 풀어지는 듯했다. 그뿐인가? 점심식사 후 아메리카노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는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의 사진은 그야말로 '꽃보다 남자'의 F4보다 찬란했다.
새소리 들리는 도보다리에서의 남북 두 정상의 만남과 이를 따라하는 다른 나라 정상회담을 보며 뿌듯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물을 뜨고,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하는 우리 대통령이라니, 감동 그 자체였다. 정말로 한반도의 앞길에 꽃길이 환히 펼쳐질 것에 대해 일말의 의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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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시민 작가(유튜브 채널 <매불쇼> 방송화면 갈무리) |
| ⓒ 매불쇼 |
부동산에 대해 무지한 필자이지만, 이곳의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했기에 저절로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당시 분양가 대비 160% 인상된 가격으로 책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인기평형은 500대 1, 평균 200대 1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라디오에서는 대통령이 부동산 상승을 우려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안정화 되고 있다. 서민들의 전·월세 가격은 안정적이다."
느낌이 '싸~' 했다. 언론에서 빈집이 많아 귀신 나올까 무섭다고 호들갑 떨던 김포 미분양은 이미 다 소진되었고, 부동산 시장은 벌써 난리가 났는데, 대통령이 저렇게 한가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담당부처가 시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든지, 아니면 실무자가 장관과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 실패한 이를 다시 주택정책 책임자로 기용한 문 정부이기에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가장 큰 기대와 희망을 주며 시작한 문 정부의 남북관계는 결국 좋지 않게 끝났다. 1972년 7.4 공동선언 이전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남북관계 실패가 오롯이 문 정부 만의 탓은 아니겠지만, 북미회담을 성사시키는 데까지만 공을 들이고 그 후속 과정, 즉 실질적 성과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고 무기력했다.
정부 여당의 책임감과 효능을 말하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문 정부 하에서 벌어진 다소 무책임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된 뒤인 2021년 2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서울에 왔는데, 그의 공식일정 상대로는 주로 탈북단체들의 이름만 등장했다. 외교부나 통일부가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의문이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 유시민 작가는 마치 운동권 지도부에 따라 투쟁했듯이, 민주진영의 정부라면 계속 A그룹의 지도를 받아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는 듯하다.
당시 조국수호 촛불집회를 나가는 아내에게 (속으로만) 말했다. "아니, 국민들이 고생하면서 촛불로 정권을 만들어 줬으면 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조국 사태와 별도로 당시에는 이런 저런 사안으로 검찰이 수시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곤 했다. 순진한 필자는 "정말로 투명하고 공명한 법치의 시대가 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검찰이 동아일보사로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갔는데 사원들이 몸으로 막아 밤새 대치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완력을 쓰라는 말이 아니다. 정부 여당의 책임감과 효능을 말하는 것이다. 일개 신문사보다도 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대한민국호와 전 국민의 안녕을 담당할 수 있겠는가?(문재인 정권이 윤석열 내란 세력을 잉태한 과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기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이념과 가치에 충실, 좋다... 다만
이념과 가치에 충실한 것은 좋은 점이다. 민주화의 공을 무시할 수는 없다. A의 DNA를 물려받은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것도 좋은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탈냉전 시대 이후 해체되는 국제질서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외에도 AI 및 로봇 도입을 통한 산업경쟁력, 에너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부동산, 청년실업, 공공기관 개혁 등 당면한 국내 과제가 산적하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 방치했거나 성과가 미미한 일들이다.
현재 우리들은 전력투구하는 대통령과 참모를 보며 저러다 몸에 탈 나는 것 아닌가 하고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합당 추진, 당대표 악수 TV 방영 여부, 총리와 비서실장 딴지걸기, 차기 대권 등 소모적인 논쟁을 촉발하는 A그룹을 보면서 다소 실망스러운 건 비단 나뿐일까? 어찌 보면 조선시대의 예송 논쟁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정부가 국가적 과제에 충실하고, 모든 국민을 보듬는 실용적 정책을 실천하면 차기 대권이니 정권창출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저절로 권력을 맡길 것이다.
87년 체제도 이제 40년이 다 되었다. 민주화 투쟁의 공으로 40년 동안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이제 객석으로 내려가 박수를 쳐주는 역할을 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재명 정부를 응원하는 이들을 A, B, C로 분류하는 것도 완전히 견강부회지만, 만일 뉴이재명이 B라면 B는 앞으로 D, E, F도 합쳐 대한민국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공회대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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