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일간지 중 사설에서 대전 화재 참사 언급 없는 딱 한 신문

박성우 2026. 3.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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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명 숨진 대전 화재 참사 관련해 사설서 언급 안 해... 보도량도 BTS 공연 보도 꼭지의 1/3 수준

[박성우 기자]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희생된 지 2년도 채 안 돼 또다시 공장에서 벌어진 비극에 23일 주요 언론들 대다수는 이번 참사 현장 사진을 1면에 실었다. 특히 <한겨레>와 <동아일보>의 경우 이날 지면 1면부터 3면까지를 연속해서 화재 참사와 관련한 보도로 채웠다.
ⓒ <한겨레>
지난 20일 오후 1시에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희생된 지 2년도 채 안 돼 또다시 공장에서 벌어진 비극에 23일 주요 언론들 대다수는 이번 참사 현장 사진을 1면에 실었다.

1면부터 3면까지 화재 참사 기사로만 채운 <한겨레>와 <동아>

특히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이날 지면 1면부터 3면까지를 연속해서 화재 참사와 관련한 보도로 채웠다.

"무허가 복층 덮친 불길, 피할 곳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한 <한겨레>는 2면에는 참사 유족과의 인터뷰와 2024년 아리셀 참사와의 비교를, 3면에는 유증기와 기름때, 분리되지 않은 채 통으로 이어진 공장 내부 구조를 화재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특히 아직 소방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화재 발화 지점에 대해 "(공장) 동관 천장에서 불꽃이 시작해 순식간에 건물로 번졌다"라는 내용의 업체 직원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또한 "대전 화재 14명 참변, 불법 증축이 화를 키웠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부터 "'불법 구조 변경' 2년 전 아리셀 화재와 판박이"라는 제목의 3면 기사까지 이번 참사를 다루는 보도로만 지면을 구성했다.

10대 일간 "후진국형 참사로 또 목숨 잃어", "다른 공장도 점검 필요" 등 사설에서 의견 피력

한편 <한겨레>와 <동아일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요 10대 일간지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참사를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이런 후진국형 대형 참사로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라며 직원들의 환경 개선 요구를 무시한 업체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무허가 복층 구조, 가연성 물질 관리, 위험 물질 보관 등은 사전 점검을 통해 개선이 가능했던 사안"이라며 "산업 현장의 안전은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며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며 자투리 공간을 멋대로 개조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로 이번 참사를 규정하면서 "인명 피해를 키우는 불법 증축 단속 실효를 위해 신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인허가 책임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고, <서울신문>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해 현장 안전 관련 법령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낡은 규정이 요식행위를 부르진 않는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며 중처법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지난달 소방 당국이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대상으로 통보했다는데, 적절한 조치만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행정 당국의 책임을 강조했고, <국민일보>는 "비슷한 환경의 다른 공장 등에 대한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일보>는 "신속한 사망자 신원 확인 등 유가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유가족 지원 필요성을 잊지 않았다.

사설에서 이번 참사 언급 없는 <조선>... 정부 비판도, 호르무즈 해협도, BTS 공연도 중요하지만
 23일 자 <조선일보>의 사설 면을 채운 세 가지 주제 중 두 건은 여당의 사법 개혁과 국정조사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최근 국제적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같이 이란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대정부 제언이었다. 대전 화재 참사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 <조선일보>
이처럼 주요 언론들이 대전 화재 참사를 사설의 주제로 다룬 가운데 그렇지 않은 신문이 있었다. 바로 <조선일보>다.

23일 자 <조선일보>의 사설 면을 채운 세 가지 주제 중 두 건은 여당의 사법 개혁과 국정조사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최근 국제적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같이 이란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대정부 제언이었다. 대전 화재 참사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물론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나 국가 안보 및 경제와 직결된 외교적 제언 역시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참사보다 이러한 제언이 더 다룰 가치가 있었다고 판단한 대목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사설뿐만 아니라 칼럼이나 외부 기고 등 다른 오피니언 면에서도 이번 참사를 언급한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면 구성에서도 <조선일보>의 선택은 다른 언론사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대다수 주요 일간지가 시커멓게 그을리고 엿가락처럼 휘어진 화재 현장 사진을 1면에 배치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것과 달리, <조선일보>의 1면은 광화문에서 열린 BTS 공연 현장 사진이 차지했다.

보도량 자체도 미미했다. 참사와 관련한 기사는 2개 지면에서 단 3개 꼭지에 불과했다. BTS의 공연 관련 보도가 4개 지면에 걸쳐 총 9 꼭지에 달하는 배치가 이루어진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언론의 보도 배치와 비중은 해당 언론사의 논조와 직결된다. 특히 언론사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는 사설은 그 매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형 참사 앞에서도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단 한 마디의 언급도 남기지 않았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기업의 경영 위축을 우려하며 노동자 안전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어떤 부정적 논조를 견지해왔는지를 상기해 본다면, 이번 참사를 대하는 소극적인 보도 태도가 단순히 우연이나 편집상의 실수라고 호의적으로 바라보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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