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원전 늘수록 쌓이는 방폐물…전력 생산 못지않은 ‘처리 문제’

김재민 2026. 3. 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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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원전 계속운전 확대 기조에 따라 2054년까지 방사성폐기물 누적 발생량을 기존 53만 드럼 대비 축소한 42만 드럼으로 설정하고, 경주 방폐장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중저준위 방폐물에 관리에 본격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해체 승인이 떨어진 고리1호기 해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콘크리트·철강 등 새로운 유형의 방폐물이 다량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에 발표된 3차 계획을 토대로 중저준위 방폐물의 원활하고도 안전한 운반·저장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제1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이날 서면 개최를 통해 ‘제3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3차 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은 3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6조)으로서, 향후 수립될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연계할 예정이다.

이번 3차 계획은 지난해 이뤄진 고리2호기 계속운전 승인과, 고리1호기 해체 승인 등 최근 원전 정책의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위원회가 3차 계획을 토대로 판단한 2054년까지 방폐물 누적 발생량은 약 42만 드럼으로, 고리2호기를 포함해 향후 추가 계속운전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2차 계획(53만 드럼) 대비 축소된 규모다. 

다만 처분시설 전체 운영기간 중 발생하는 방폐물의 양은 2차 계획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 대전환 속 원전 자체의 역할이 확대되는 데다, 현재 2032년과 2033년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가로 지어질 대형 원전 2기·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이 추가 가동될 수 있어서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중저준위 방폐물 발생량은 16만8632드럼이다.

고준위 방폐물 대비 상대적으로 방사선 함유량이 적은 중저준위 방폐물은 현재 국내 유일 중저준위 처리시설인 경주 처분시설에서 동굴처분(1단계, 중준위 이하) 방식으로 저장되고 있다. 1단계 시설의 용량은 10만 드럼 규모다.

문제는 2·3단계다. 2단계(표층형, 저준위 이하) 시설의 경우 준공이 완료됐지만 최종 안전 규제 허가 절차가 지연돼 가동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3단계(매립형, 극저준위 이하) 시설 확충도 동반 지연되는 형국이다.

이번 3차 계획을 통해 정부는 2단계 시설을 올해 안에 가동하고, 이후 3단계 시설도 적기에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방폐물 검사·저장시설을 확충(현재 7000드럼→2029년 1만7000드럼)해 처분시설의 운영 효율성을 향상하고 인수·처분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방폐장 시설의 용량뿐만 아니라 방폐물 인수·처분 절차의 안전성 및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작업의 특성상 검사부터 운반까지 엄격한 절차가 적용돼야 함은 옳지만, 이로 인해 일부 원전 내 임시저장고가 100%를 웃도는 등 병목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3차 계획을 통해 방폐물 저감 및 처분적합성 확보를 위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가 단위의 방폐물 재고량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원전 해체 본격화 등에 따른 다종·다량의 방폐물을 적기에 처분할 수 있도록 인수기준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AI, 디지털 트윈을 통한 방폐물 관리, 드론을 활용한 시설 감시 등 방폐물 관리의 과학기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민간분야 기술지원 및 핵종분석 인프라 구축을 통해 방폐물 관리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3차 계획은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을 통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5577억원을 투입·실행될 예정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이 재생에너지와 투트랙으로 에너지 대전환에 기여할 발전원으로서 성장하는 가운데, 전력을 생산하는 것만큼 사후처리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검사·관리부터 저장까지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방폐물이 포화되는 사태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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