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안 타려고요" 저상버스 44% 시대 교통약자 현실

이세빈 2026. 3.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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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교사 A씨가 20년간 휠체어 타며 겪은 벽

[이세빈, 남민지 기자]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교통약자(이세빈 기자)

국토교통부가 작년 11월 26일에 발표한 '2024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저상버스 전국 보급률 평균은 44.4%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체 시내 버스의 절반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도입률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상버스 보급률이 50%를 넘은 곳은 서울(71%)과 세종(58.3%)뿐이었고, 울산(18.7%)과 제주(22.5%)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특히 낮은 수준이었다.
▲ 2024년 연말 기준 지역별 저상버스 보급률. 저상버스 도입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체 시내 버스의 절반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 국토교통부
지난 21일 인천에서 휠체어 이용자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8살 때부터 척수 손상으로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특수학교 교사 A씨는 20년간 휠체어를 이용하며 가장 힘든 점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뽑았다.
▲ 인터뷰가 진행된 인천의 한 카페. A씨와 지난달 21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이세빈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한 후 뒷문을 열고 리프트를 내리는데, 단차 공간이 만들어져야 해서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리프트가 고장 난 경우도 많았고요.

특히 저상버스를 이용할 때 편의보다 불편함이 더 크다고 답했다.
시간이 걸리니까 눈치가 보이긴 했어요. 웬만하면 안 타려고 해요.

승하차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주변 시선도 부담스럽다. A씨는 저상버스 대신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지도에는 '휠체어 가능'이라는데…

A씨는 친구들과 약속 장소를 정할 때마다 접근성부터 확인해야 한다. 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는지, 좌석 간격이 넓은지, 화장실은 어떤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혼자 이동할 때는 특히 더 신경 써야 한다.

누군가랑 동행하면 계단 한두 개까지는 감안하고 가는데, 혼자 갈 땐 지도랑 리뷰를 많이 찾아봐요.

A씨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네이버 지도다. 작년 11월 네이버 지도는 '휠체어 출입' 필터 기능을 도입했다. '휠체어 이용가능 출입구, 휠체어 이용가능 화장실, 휠체어 이용가능 좌석, 장애인 주차구역'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휠체어 모양의 아이콘이 뜬다.
사진 리뷰가 제일 도움이 돼요. 건물 내부나 외관 사진을 보고 판단하죠.

그러나 실제 장소와 사진이 다른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입구 문턱이 휠체어는 넘을 수 없는 높이인 경우, 화장실이 외부에 있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등 사진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많다.

특히 화장실 이용은 큰 고민이다. A씨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 주로 공공기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일반 매장에는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의 수도 부족하고, 이를 찾기 위해 약속 장소에서 멀리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공공기관 화장실을 찾으러 멀리 이동해야 해서 외부에서 화장실 이용은 매우 힘들어요.
▲ 서울 시내 한 카페의 화장실 입구. 화장실 입구에 높은 턱이 있어 휠체어가 이용하기 어렵다.
ⓒ 이세빈
'스마트서울맵'에 등록된 서울시 공공화장실은 총 4천 451개이고, 휠체어 전용 화장실은 2천 547개이다. 또한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중 하나만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접근성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앞에서 돌아간 경우도 있어요.

또 다른 휠체어 이용자 B씨.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40대 B씨는 약속 장소를 정할 때마다 휠체어 이용이 편리한지 먼저 확인한다.

B씨가 이용하는 휠체어의 폭은 대략 70cm, 높이는 80~90cm 정도다. 하지만 일부 건물이나 화장실의 폭이 이보다 좁아 휠체어 출입 자체가 어렵다. 또한 입구에 문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높이의 문턱도 휠체어 이용자에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취재진은 유동 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된 홍대를 방문해 접근권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중심 골목 양쪽으로 음식점, 카페, 술집 등 매장 50여 곳이 몰려 있지만, 이 중 40곳은 5cm 이상의 문턱이나 계단이 있는 상태였다. 경사로가 있거나 휠체어가 넘을 수 있을 만큼의 문턱은 거의 없었다. 나머지 10%만 접근성에 용이했던 것이다.
▲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입구 계단 편의점 입구에 단차가 큰 계단이 있다.
ⓒ 이세빈
B씨 또한 건물의 다양한 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물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지, 엘리베이터가 존재하는지, 건물 내부에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이처럼 '접근성 정보'는 이동약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장애인 등이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접근에 관한 동등한 수준의 정보를 가질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법으로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정보로 인해 이동권이 제약받고 있다.

이동권은 자동차를 사야 해결된다?

A씨는 과거 장애인콜택시를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배차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편함이었다.

보통 30분은 기다리지만,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많아요. 배차가 언제 될지 모르니까 약속 시간을 맞추기가 정말 힘들어요.

또한 관외(경기도, 인천)로 이동할 경우, 장애인 콜택시 운영 범위는 특정 시군구밖에 없다. 병원 이용 목적이 아닐 경우 타 행정구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A씨는 현재 자차를 주로 이용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이동의 제약이 많이 풀렸어요.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의 한계를 경험한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동약자가 자차를 구입하고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은 이동약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문제다. 저상버스 보급률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실제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정확한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약자가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동 수단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 34.8%, 그들의 운동을 가로막는 것들 (남민지 기자)
▲ 인터뷰가 진행된 인천의 한 카페. A씨와 지난달 21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남민지
저는 운동의 제약이 진짜 크거든요.

지난 2월 21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만난 특수학교 교사 A 씨는 운동 생활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8살 때 척수 손상으로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그는 최근 자동차가 생기면서 갈 수 있는 곳이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시종일관 학생들을 대하듯 온화하게 말하던 A씨는 운동 이야기에서만큼은 유독 단호하게 말했다.

평범한 장애인의 운동 일상

국민체육진흥법 2조 3항에 따르면, 생활체육은 건강과 체력 증진을 위하여 행하는 자발적이고 일상적인 체육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생활체육은 미디어에서 주목해 온 패럴림픽이나 장애인 스포츠 같은 전문 체육인의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한계를 뛰어넘는' 운동선수들의 경기 활동이 아니라 평범한 장애인의 일상적인 운동 생활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5년의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34.8%다(주 2회 이상 기준). 이는 전체 국민 생활체육 참여율 52.2%보다 17.4%p 낮은 수치다.

이러한 차이는 체육시설 이용에서도 두드러진다. 2025년 문체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육시설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장애인들은 전체의 74%에 달한다(자기 시설 1.1% 포함). 반면, 체육시설을 이용한다고 답한 장애인들은 전체의 18.2%이다. 비장애인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장애인들이 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 중 '체육시설과 거리가 멀어서'라는 응답이 17.1%였다. 그렇다면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하고 있을까.

운동할 곳도, 갈 방법도 부족하다
▲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생활체육 조사 결과보고서 체육시설 이용 시 주요 이동 수단으로 도보(휠체어 포함)가 52.0%로 가장 높았고, 자가용(29.1%), 대중버스(6.2%), 셔틀버스(5.6%), 택시(2.9%), 자전거(2.5%), 지하철(1.7%)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생활체육 조사 결과보고서)
ⓒ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절반 이상(52.0%)은 도보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버스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는 답은 11.8%에 불과하다. 결국, 대중교통으로 체육시설에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4년 기준, 전국 노선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44.4%에 그치며 서울 71%와 세종 58.3%로 두 곳만 절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환승의 불편함도 문제다. 사단법인 '무의 | 장애를 무의미하게'가 2025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의 환승역 평균 이동 시간은 19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발표한 비장애인의 평균 환승 시간 3.3분의 5.7배에 달하는 수치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운행 대수 699대로 도입률이 가장 높은 서울시조차 대기 시간이 평균 30분에 육박한다. A씨는 자신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했던 경험에 대해 "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콜택시는 이용객을 내려준 빈 차가 다음 승객을 태우는 구조라 자신의 목적지 인근으로 가는 차가 있어야 배차가 빨리 된다고 설명했다. 운이 좋으면 빨리 배차가 되어 택시를 탈 수 있지만 언제 배차가 될지 알 수 없기에 1시간까지는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나간다고 했다. 결국 택시를 타기에도 편하지 않고, 시간적인 제약이 큰 상황이다.

교통 문제만큼이나 시설 접근의 문제도 크다.

PT나 필라테스 같은 일반 시설을 이용하려면 강사 선생님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에 따라 달라요. 내가 아무리 "저 이용할 수 있어요." 이렇게 얘기를 해도 안되거든요.

장애인들에게는 받아줄 강사를 찾는 것 자체가 운동의 첫 번째 관문이다. A씨는 운동하기 위해 검색 포털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일일이 검색해 리뷰를 확인하고, 재활 PT와 재활 필라테스가 있는 수업을 찾아다닌다. 이렇게 힘들게 찾아도 1 대 1 수업만 가능해 비용의 부담이 크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정보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전용 체육시설 78개, 생활체육 동호인 클럽 342개, 생활체육교실 200개가 운영되고 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그렇다면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은 어떨까.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 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은 78개다. 비교적 저렴한 장애인 전용 공공 체육시설이 전국에 100개가 채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스포츠강좌이용권 가맹 체육시설은 전국에 8686개이지만(대면시설 기준) 이 중 장애인 이동 차량을 지원하는 곳은 180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은 장애인의 운동 자체를 물리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운동하는 장애인이 더 행복하다

장애인의 체육을 비장애인과 달리 재활이나 치료 수단으로, 기능 회복과 신체기능 퇴화의 예방 차원으로만 이해선 안 된다. 운동은 장애인에게도 여가이며 건강, 더 나아가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의 중요한 수단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운동하는 장애인일수록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2회 이상 집 밖에서 운동하는 장애인의 행복도 지수는 3.39점인 반면 운동하지 않고 운동 의지가 없는 장애인은 2.99점이었다. 운동은 한 인간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저 운동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이 당연하게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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