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와 살구꽃 구별법, '엄지척' 받은 선생님의 대답

신정섭 2026. 3.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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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생이 기대한 답을 말하지 못하자, 저는 점심시간에 교정에서 찍은 살구꽃 사진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주며 꽃 이름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저는 학생이 매화라고 답할 줄로 예상하고 질문한 거였는데 말입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살구꽃의 빛깔이 조금 더 연하고 꽃이 얇아서 살짝 주름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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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도 뒷모습이 있다"... 봄의 전령, '윙크'하는 것 같은 봄까치꽃도 찾아보세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정섭 기자]

말 그대로 볼 게 많아서 '봄'입니다. 삼백육십오일을 기다려온 봄꽃들이 저마다 소원을 성취하듯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저는 대전의 한 주택가에 사는데, 우리 동네를 기준으로 하자면 영춘화, 산수유, 수선화, 목련 등의 순서로 꽃이 핍니다.
▲ 우리 동네 봄꽃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춘화, 산수유, 수선화, 백목련입니다. 중부지방에서는 대체로 이 순서로 꽃이 핍니다.
ⓒ 신정섭
학생들은 꽃을 좋아하는데 꽃 이름을 잘 모릅니다. 저는 고3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데요. 졸려도 너무 졸린, 오늘 5교시 수업 시간에 벌어진 일을 소개합니다. '광범위한 언론 보도가 사람들의 기억을 어떻게 왜곡하는가?'를 주제로 한 영문 텍스트를 같이 읽었는데,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고자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영어 지문과 관련된 질문을 할 텐데, 틀린 답을 말하는 학생에게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학생이 기대한 답을 말하지 못하자, 저는 점심시간에 교정에서 찍은 살구꽃 사진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주며 꽃 이름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 살구꽃 정면 언뜻 보면 매화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살구꽃입니다. 살구(apricot)는 "일찍 익는"이라는 뜻의 아랍어 및 그리스어가 어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신정섭
학생은 주저하지 않고 "벚꽃이요"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분명히 현재 우리 학교 교정에 피어 있는 꽃이라고 힌트를 주었는데도 말입니다. 벚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벚꽃 이외의 다른 선택지를 모르고 있던 거죠. 사실, 저는 학생이 매화라고 답할 줄로 예상하고 질문한 거였는데 말입니다.

아침 8시가 채 안 된 시각에 등교하여 종일 교실에 앉아 공부하다가 밤늦게 귀가하거나, 아니면 방과 후에 과외나 학원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에게 꽃 이름을 아는지 묻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매화와 살구꽃을 구별할 줄 모르는 어른들도 상당히 많은 게 현실이죠.

꽃에도 뒷모습이 있습니다
▲ 살구꽃 뒷면 살구꽃의 뒷모습을 자세히 보면,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매화는 이와 달리, 꽃받침이 꽃을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 신정섭
수업이 끝날 때쯤, 아이들에게 매화와 살구꽃의 차이는 꽃의 뒷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꽃에도 뒷모습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학생들은 까르르 웃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선생님, 엄청 문학적이시네요"라고 '엄지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은 교정에 핀 살구꽃인데요. 꽃의 뒷모습을 보면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매화는 꺾여 있지 않고 꽃을 감싸고 있습니다.
사실, 멀리서 바라보거나, 또는 꽃봉오리 상태에서는 매화와 살구꽃을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홍매화는 꽃의 빛깔도 살구꽃과 비슷하거든요. 굳이 차이가 있다면 살구꽃의 빛깔이 조금 더 연하고 꽃이 얇아서 살짝 주름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 봄까치꽃 바위틈에 봄까치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 유심히 보시면 사람이 눈을 찡긋거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신정섭
교정에 핀 봄까치꽃입니다. 앙증맞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봄의 전령이라고 해도 조금도 손색 없는 꽃이죠. 들판에 바람이 불 때 봄까치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사람이 눈으로 윙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꼭 한 번 관심을 두어 가까이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적잖은 아이들이 봄까치꽃은 커녕, 밭에서 자라는 상태로는 대파와 마늘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생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공부는 책상 앞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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