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ETF'가 매력적인 투자템? 방산주 환호 뒤에 남는 것들 [소셜 코리아]

박정은 2026. 3.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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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뉴노멀이 된 전쟁...무기 산업이 번영하자 삶의 터전이 오염됐다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박정은]

21세기 들어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고, 결국 이란에 대한 공격도 감행했다. 러시아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 가자를 초토화시켰다. 전쟁이 어느새 뉴노멀이 되었다. 강대국들은 거리낌 없이 무력을 휘두르고 남의 나라 영토와 자원을 넘본다.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이 기댈 국제법이나 규범은 힘을 잃었고, 국제사회의 대항 연대도 가시적이지 않다. 제어 장치가 없는 적나라한 약육강식의 시대 속 각국은 작정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길로 나서고 있다.

천문학적 국방비를 지출해온 미국은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 예산을 편성한 독일과 일본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무기 산업은 이 시대의 가장 확실한 성장 산업이 됐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무기 산업은 이 시대의 가장 확실한 성장 산업이 됐다.
ⓒ 셔터스톡
전쟁으로 무기 산업 호재…100대 방산기업 매출 사상 최대치
너도 나도 무기고를 늘리는 상황에서 방어에 충분한 전력을 갖추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끝 모를 군비경쟁에 올라타거나 군비통제로 그 고삐를 쥐는 선택지가 있지만, 한때 시도되었던 군비통제도 이제 종언을 고한 듯하다. 일부 강대국들은 훨씬 치명적인 무기들을 개발하고 양산하며 국가 간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섣부른 군사행동을 자제시켰던 최소한의 명분도 굳이 필요치 않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는 군사적 충돌이 이어졌고, 강대국을 배후에 둔 대리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합산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SIPRI
세계가 위험해지자 무기 시장은 번영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합산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인 미국의 2020~2024년 수출 규모는 이전 5년 대비 21%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치고 프랑스가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이 됐다. 가자 전쟁 중에도 이스라엘 방산 3사의 합산 매출은 16% 늘었다. 신흥 무기 수출국 가운데 한국도 있다. 'K-방산'은 폴란드·루마니아·호주 등으로 빠르게 뻗어나가며 주목받고 있다. 'KOREA 방산 ETF'가 해외 주식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아이템으로 소개될 정도다. 현 정부도 역대 정부들처럼 무기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방산 스타트업 100개 육성' 등의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문제 앞에 서게 된다. 무기 산업은 본질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먹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군사적 대립이 심해질수록 판로가 열리고, 살상과 파괴로 물든 전장은 무기의 파괴력과 첨단성을 과시하는 무대가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국제유가가 치솟고 주가가 대체로 내리막을 걸을 때, 록히드마틴과 드론 관련주 등 무기 공급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반면 세상이 안전해지고 갈등이 대화로 해결될수록 이 산업의 수익에 대한 기대치는 줄어든다. 무기 산업계에서는 전쟁이라는 혼돈이 '마르지 않는 샘'인 셈이다.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컨벤션에서 열린 방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중소벤처기업부
기후도 파괴한다…가자침공 120일 온실가스=스웨덴 연간 배출량

전쟁이 남기는 것은 죽음과 폐허만이 아니다. 2024년 영국 퀸메리 대학교 연구팀은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초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무기 제조에 사용된 철강 생산, 폭격과 건물 붕괴, 재건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합치면 120일 동안 총 4766만~6144만 tCO2e가 배출됐다. 135개국 이상이 1년 동안 내뿜는 양을 웃도는 수준으로, 스웨덴·포르투갈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하다. 이란 안팎에서 훨씬 강한 강도로 맞붙고 있는 지금의 전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가늠조차 어렵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01~2011년 '테러와의 전쟁'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분석한 연구(Nature Communications, 2025)에 따르면,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CO₂ 배출 집약도는 GDP 1달러당 0.04kg 증가한다. 군사비 증가는 재생에너지·적응·복원·사회보호 등 기후위기 대응에 투입되어야 할 재정을 잠식한다. 기후변화에 있어 군사비는 중대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1995년부터 2023년까지 전세계 군사비 지출과 이산화탄소 배출 강도. 녹색은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이고, 노란색은 전쟁이 발생한 시기이다.
ⓒ Nature Communications
현대 무기는 온실가스 최다배출 산업인 철강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로봇, IT 산업과도 긴밀히 연결된 집합체다. 군사 표적 선별, 드론 자율 비행, 사이버전 등 전장 곳곳에 스며든 AI 기술은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논란에 더해 막대한 에너지 소모에 따른 온실가스 폭증이라는 문제도 낳는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원자력 발전도 다시 소환됐다. 인류가 수만 년간 방사능을 내뿜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전쟁이 수익이 되는 세상…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얼마 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고별 칼럼에서 우리가 함께 헤엄치는 '공유된 물(Shared water)'을 말했다. 우리 각자는 주변에 도덕적 생태계를 만들며, 그것은 함께 사는 이들을 고양하거나 타락시킨다는 얘기다.

폭격 장면이 게임처럼 유통되고, 죽음의 숫자가 지나가는 뉴스로 소비되고, 방산주 폭등에 환호하는 헤드라인이 쏟아지는 세상에 우리는 발 딛고 있다. 전쟁이 재난인 동시에 수익 기회가 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당장 전쟁 범죄를 단죄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어린 아이들을 향한 미국의 전쟁 범죄에 분노하고, 그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환호성에 잠식되지 않게 하는 것, 숱한 살상 행위에 우리의 투자가 닿아 있을지 경계하는 것, 그리고 끝내 폭력과 혼돈을 조장하는 정치를 선택하지 않는 것. 이 작은 선택들이 우리가 함께 헤엄치는 물의 수질을 조금이나마 낫게 하지 않을까.
 박정은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 본인
필자 소개 : 박정은은 2000년부터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평화군축, 국제연대 활동에서부터 정치개혁, 검찰개혁 활동, 사회정책 관련 연대 활동 등에 주력했습니다. 2018년부터 4년간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맡았고, 정치개혁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직을 수행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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