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작한 중동 전쟁, 빨리 끝내야 할 이유

정주진 2026. 3. 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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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 전쟁 범죄 저질러, 이란도 반격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 늘어... 정당성 없는 전쟁

[정주진 기자]

 레바논 마르자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3.22
ⓒ 로이터=연합뉴스
"만일 이란이 정확히 지금부터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은 최대 규모의 것부터 시작해 이란의 발전소들을 타격하고 초토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오후 7시 44분(현지 시각) 사회관계망에 쓴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가하기 위해 발전소 공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실행보다는 심리적 압박을 목표로 하더라도 전쟁 당사국의 대통령이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발전소라는 민간시설을 공격하는 건 국제법 위반이고 전쟁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번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이해를 잘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이란의 실질적인 위협과 무력 공격이 없었는데도 이뤄진, 한마디로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시작된 전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전쟁을 정당화했다.

첫날인 2월 28일 공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정부와 군 핵심 인사들 수십 명을 제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이 공격을 성공적인 작전으로 자랑했고 그로 인한 민간인 사망에 대해서는 어떤 유감의 표시도 하지 않았다. 함께 작전을 수행한 이스라엘 또한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이란 남부 미나브 여자 초등학교에서 비극적인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어느 쪽도 사과나 유감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이 국제법 준수와 민간인 보호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음을 잘 보여준 것이었고 향후 전쟁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전쟁이 4주째 이어지면서 민간인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이 3주 동안 진행된 3월 20일 기준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는 1,444명이고 부상자는 18,551명이다. 사망자 중 204명은 어린이였는데 이 숫자에는 전쟁 첫날인 2월 28일 미나브 여자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168명이 포함됐다. 의료 분야에서도 4명의 의사, 2명의 간호사, 3명의 응급구조대원을 포함해 11명의 사망자와 5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모든 숫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무차별적으로 가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중동 지역 전체에 민간인 피해를 야기했다. 이란을 제외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레바논이다.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헤즈볼라만이 아니라 레바논 전체를 겨냥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레바논의 민간인 사망자는 1,001명이고 부상자는 2,584명이었다. 사망자 중 여성이 79명, 어린이가 118명이었다. 의료 분야에서도 40명이 사망했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무차별 폭격을 가한 레바논 남부의 이르카이에서는 조부모 집에 가해진 폭격으로 6세부터 13세의 어린이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조부모와 두 명의 삼촌들도 사망했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것이다.

이란 인구가 약 9,200만 명이고 레바논 인구가 약 585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레바논의 피해가 훨씬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많은 피란민도 발생했다. 21일 유엔은 피란민 수가 약 120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레바논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숫자다. 제대로 된 대피소가 부족해서 많은 피란민이 자동차 안이나 도로 및 광장에 세워진 텐트에 머물고 있다.

전쟁이 중동 지역 전체로 확산하면서 다른 국가들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알자지라>가 각국 당국의 발표를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으로 이라크에서 60명, 쿠웨이트에서 6명, 바레인에서 2명,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명, 아랍에미리트에서 8명,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4명, 오만에서 3명, 시리아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민간인이었고 쿠웨이트의 사망자에는 11세의 어린이가 포함됐다. 부상자도 약 250명에 달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의 민간인 피해는 몇 건을 제외하고 모두 이란의 공격으로 발생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해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이란 또한 민간인 보호라는 국제법을 어기고 공격을 감행했음을 보여준다.

전쟁을 일으킨 이스라엘의 민간인 피해는 3월 21일 현재 사망자 13명, 부상자는 3,730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군의 경우 사망자 13명과 부상자 200명이 발생했다.

많은 민간인 사상자 수가 말해주는 건 분명하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모두 군사 목표물 주변의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고려하지 않거나 애초 민간인 피해가 있을 것을 인지하고도 공격을 했을 가능성이다. 이는 국제법 위반은 물론 전쟁을 수행할 때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전쟁의 기본 원칙도 어긴 채 이번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많은 민간시설에 피해를 입혔다는 점 또한 이번 전쟁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란 적신월사는 3월 19일 기준으로 67,414곳의 민간시설이 공격을 받았고 여기에는 498개의 학교와 236개의 의료시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공격을 받은 민간시설은 주택, 의료시설, 학교, 가게, 법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 에너지 시설 등 광범위하다. 18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남서부 해안의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에 대규모 공격을 가한 것 또한 민간시설 공격으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군사 작전의 성공으로 자축했고 미국은 이와 관련한 원유 가격 상승만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민간시설에도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 여러 마을의 주택들을 파괴했고 수도인 베이루트의 아파트와 호텔 등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의료 시설과 인력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레바논 보건부는 3월 21일 현재까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의 의료 시설과 구급차에 대해 128차례의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의료 분야 종사자들과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거주 불가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의료 시설과 인력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 시설과 인력은 어느 쪽에 속한든 전쟁 중에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다.

이번 전쟁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시작된 전쟁이었다는 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전쟁이 전혀 정당성이 없는 전쟁임을 잘 말해준다. 이것만으로도 전쟁 종식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전쟁의 진행과 관련해서는 더욱 정당성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전쟁에서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고 많은 민간시설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간인 사상자 수는 전체 군인 사상자 수와 맞먹는다. 이는 전쟁을 당장 끝내야 하는 가장 큰 명분이자 이유가 된다.

민간인 공격과 민간시설 파괴는 '국제법 위반'을 넘어 전쟁 범죄다. 국제법 위반은 상황에 따른 해석이 가능하지만 전쟁 범죄는 그렇지 않다.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묵인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 또한 민간인과 민간시설의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것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9일 유엔 인권 최고대표인 볼커 투르크는 성명을 통해 전쟁이 확대되면서 중동지역 전체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국제법은 군사 목표물과 민간인 및 민간 목표물을 구분하도록 하고 민간인을 보호할 실행 가능한 예방 대책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민간인이나 민간 목표물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에너지 시설 등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이 계속된다면 민간인에 대한 심각한 해가 야기된다"고 지적하면서 "분별없는 전쟁이 야기한 인적 비용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계속되고 피로감이 쌓이면서 세계는 민간인 피해보다 전쟁 진행 상황과 휴전 가능성 및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보다 전투 상황과 당사국들의 정치적 발언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전쟁이 4주째에 들어선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건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 범죄로 인해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많은 민간시설이 파괴됐다는 점이다. 이것이 전쟁 중단의 가장 큰 이유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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