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거 화재 신고했다가 혼났다"…대전 공장 '예견된 인재'

지난 20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에서 평소에도 화재가 잦았고, 작은 불은 대부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껐다는 증언이 나왔다. 23일 안전공업 화재로 다친 직원의 가족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족이 이번 화재로 다쳐 입원 중인데 ‘예전에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한 직원이 119에 신고했다가 (상사에게) 혼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작은 불 자체 진화…매년 1~2차례씩 화재 발생
이어 A씨는 “소규모 화재는 과거에도 몇 번 발생했었다고 한다. 1년에 1~2차례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원 B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화재는 종종 발생했다. 불이 크게 번져 소방서가 출동한 적도 있었다”며 “작은 불은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원 사이에서는 “화재가 잦으면 관계기관 감독이 강화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사 측이) 그런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다량의 유류를 취급하는 회사가 이처럼 화재를 비교적 가볍게 생각해 초기 대피가 늦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 절삭유와 기름때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불길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현직 직원도 “가공을 하다 보면 불꽃이 튀고, 집진기로 불꽃이 타고 올라가다 불똥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뛰어가 뿌리면 대부분의 불은 꺼졌다”고 전했다.

노동조합 측이 평소 유증기 관리와 관련 시설 점검 등을 종종 사용자 측에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참사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그간 산업안전보건 회의를 비롯한 실무회의에서 사측에 환경 시설과 집진 설비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개선하라고 요구했다”며 “특히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이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안전공업 전·현직 직원 “현장에 오일 많았다” 지적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안전공업㈜ 게시판에도 수년 전부터 관련 지적이 제기됐다. 안전공업에서 근무했던 C씨는 4년 전인 2022년 10월 6일 “회사의 급여는 대전에서 상위에 속하는 편”이라면서도 “현장에 오일 미스트가 많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안전공업 연구개발(R&D) 파트 직원이라고 밝힌 D씨도 2024년 10월 29일 “회사의 단점은 기름이 많아 미끄러워 걸을 때마다 중심을 잡느라 무릎이 몹시 아프다”고 적었다.
안전공업 공장에서는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20일 오후 1시 17분쯤 사이렌이 한 차례 울렸지만, 휴게실에 있던 직원들이 이를 오작동으로 인식해 대피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감지기 설치는 의무이지만, 오작동이 발생했을 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소방에서 ‘관련 점검 후 교체하라’는 권고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는 전날에 이어 23일 오전에도 대전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숨진 직원과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조문 후 ‘예견된 인재라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우리 사원들께도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정재ㆍ신진호ㆍ최종권ㆍ이규림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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