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많은 오전 7시 광화문 수영장, 기절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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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호 기자]
핑계는 불쑥 찾아온 손님처럼,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처럼 슬며시 다가와 일상을 파고들지요. 지난해 하반기, '회사 일이 바빠졌다'는 명분은 거의 6개월 넘게 수영을 쉬어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정당한 핑곗거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수영을 멀리한 시간 동안, 나이와 비례하는지 (안 그래도 되는데) 식욕과 저녁 술자리는 늘어만 갔습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예전에는 그래도 제법 봐줄 만 했던 몸매는 사라지고,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질펀한 펭귄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새벽 수영의 상쾌함을 이겨버린 늦잠의 달콤함에 길든 몸뚱이를 다시 수영장으로 끌고 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나를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기특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회사 앞 덕수초등학교 수영장이 6년 만에 재개장 한다는 현수막이었습니다. 펭귄 같은 몸매로 수영복을 입기가 겁도 났지만, 결국 '억지로 억지로' 3개월 등록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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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의 따릉이 주행. 물속으로 뛰어들기 전,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잠든 몸을 깨우는 30분간의 정직한 예열. |
| ⓒ 문현호 |
지난해 집 근처 수영장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의 은은한 물살 속에 섞여 있어, 제가 제법 '젊은 에이스' 노릇을 했습니다. 상급반으로 빠르게 승급하며 가졌던 그 얄팍한 자신감이 제 눈을 흐렸나 봅니다. 하지만 6년 만에 다시 문을 연 광화문 한복판의 수영장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전 7시 타임의 수영장은 출근을 앞둔 젊은 직장인들의 팽팽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그야말로 '치열한 수영 전쟁터'였습니다. 제 분수도 모르고 덥석 상급자 레인 끝에 줄을 섰다가, 앞 사람들의 유려한 스트로크(팔을 젓는 동작)를 보고는 그만 기절할 뻔했습니다. 6개월의 공백과 불어난 몸무게를 가진 통통이 펭귄에게 이곳은 마치 파도 치는 태평양과 같습니다.
'부지런한 펭귄'이 되는 일
지금 저는 상급반의 마지막 영자로 겨우겨우 앞사람의 발꿈치만 쫓아가고 있습니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어깨는 비명을 지릅니다. 예전의 여유롭던 유영은 간데없고, 오직 '낙오되지 않겠다'는 생존 본능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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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장에서 겸손해진 마음. |
| ⓒ serenarepice on Unsplash |
매일 아침 정직하게 몸을 던지다 보면, 이 질펀한 펭귄도 다시 날렵한 돌고래의 감각을 되찾을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오늘도 새벽잠을 떨치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 끝까지 버텨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다시 수영장에 나타나는 '부지런한 펭귄'이 되는 일. 삶의 가장 생생한 리듬은 결국 그 성실함 속에 있는 것일 테니까요. 그거면 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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