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아직 '인신매매'가 있다... 기막힌 사례들

이소아 2026. 3. 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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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노동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필요한 것, 3P

'계절노동자 제도'는 한국 농어번기의 고질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단기 외국인 고용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브로커의 불법 개입과 부당이득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계절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임금체불 등으로 고통받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노동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기획은 계절노동자 제도의 문제점을 열 편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소아 기자]

 인신매매 관련 이미지
ⓒ 나노바나나
"그런 것까지 인신매매라니 말도 안 돼."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니오."
"다 자기가 원했어요. 합의했다고요."
"어디 가서 그런 돈이라도 번답니까?"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광주전남에서 공익전업 변호사로서 지난 10년간 장애인 노동력 착취 인신매매, 이주여성 성착취 인신매매, 청소년 성착취 인신매매, 계절 이주노동자 노동력 착취 인신매매 사건을 본의 아니게 모두 겪게 되었다. 모든 사건은 인신매매라는 같은 구조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형법상 인신매매의 장으로 다루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장애인인지, 여성인지, 여성 중에서도 이주여성인지, 계절 이주노동자인지, 청소년인지에 따라 형사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이 모두 다르고 담당하는 수사기관도 모두 달랐으며 사건들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듣게 되는 말은 늘 위와 비슷했다. 저 말들을 하는 사람은 가해자만이 아니었다. 지역사회 일반 시민들일 때도 있었고 수사기관일 때도 있었다. 수사기관에서는 거기에 더하여 대체로 이런 말도 듣는다.

"안되는 거 아시면서..."

이 글에서는 인신매매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노동력 착취들이 분명히 인신매매라는 것을 밝히고, 이제 한국의 선주민들은 그 법적 의미에 대해 납득을 해야, 국제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인신매매방지의정서라는 국제조약이 있다. 대한민국은 2015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2015년 11월 5일 유엔(UN) 사무총장에게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서 인신매매방지의정서는 국내에서도 효력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는 인신매매를 이렇게 정의한다.

'인신매매'란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 또는 그 밖의 형태의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의 남용이나 취약한 지위의 악용, 또는 타인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보수나 이익의 제공이나 수령에 의하여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 하는 것을 말한다. 착취는 최소한, 타인에 대한 매춘의 착취나 그 밖의 형태의 성적 착취, 강제노동이나 강제고용, 노예제도나 그와 유사한 관행, 예속 또는 장기의 적출을 포함한다. 위 수단 중 어떠한 것이든 사용된 경우에는, 의도된 착취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자의 동의는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은 2023년에 인신매매방지법이라는 법률까지 제정하였고, 인신매매방지법 시행규칙의 인신매매식별지표 고시에는 아래와 같은 표지가 있으면 인신매매 피해로 보아야 할 것을 정하고 있기까지 하다.

인신매매식별지표 - 행위

본인 및 가족 연락망을 통하여, 또는 취업광고(인쇄매체,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를 보고 모집인을 만나 수수료(중개료, 이탈보증금 등)를 주기로 약속했다.(모집)

인신매매식별지표 - 수단

*모집 당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 들은 것과 실제로 한 일이나 근로조건이 달랐지만, 사용자가 제시한 근로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위계-사기 기만 등 유인 포함)

*본인 또는 가족이 모집인에게 진 부채, 급여통장이나 신분증 같은 서류를 본인의사에 반하여 소유하지 못하는 등 통제로 인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떠날 수는 없었다(권력남용, 취약성 이용, 지배관리 등 포함)

경제적 통제수단

*사업장에서 부당한 규칙을 이용하여 급여 등을 과도하게 공제하거나 삭감하였다.
* 고용 또는 이주과정에서 발생한 또는 발생하는 채무 또는 이탈보증금에 의한 속박으로 다음 중 하나 이상을 겪었다.
-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을 그만두거나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이 어려웠다.
- 채무 변제를 이유로 급여, 퇴직급여를 공제하거나 삭감하였다.

물리적 통제수단

* 계약 조건에 없거나 동의하지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키거나 업무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일을 시켰다.
*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다른 사업장, 업소에서 다른 업소로 이동하거나 다양한 지역에서 일했다.
* 숙소에 고용주 및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등 감시를 당했다.

사례1. 장애인 노동력 착취

경상도가 집인 P씨는 지적장애가 있다. 10대 후반쯤 기억을 못하는 과정을 거쳐 직업소개업자(등록 여부 알 수 없음)를 통해 김양식, 염전에서 일을 하다가 십수년 전 전남의 염전으로 오게 되었다. 고되게 일을 했다.

그러나 월급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정산을 받았고 그마저도 대부분 공제가 되어 1년에 손에 떨어지는 것은 200~300만 원에 불과했다. 숙소는 염전 옆에 있는 기숙사였는데, 사장이 CCTV로 안팎을 감시할 수 있었고 사장의 집은 5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몇 년 전 기숙사를 나가본 적이 있으나 멀리 가지 않아 다른 염전 사장이 발견하여 돌아가라고 하여 돌아오게 되었다.

사례 2. 예술흥행비자로 왔는데 주스를 팔게 하는

* 필리핀 현지 모집책 X는 페이스북 등을 통하여, 혹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한국에서 가수를 하겠느냐고 유인. 유인이 성공하면 중개책으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받음.

* 필리핀 현지 중개책 Z 중개책과 밀접 연결. 모집책으로부터 여성을 소개받아 며칠간 합숙을 시켜 한국 중개책에게 보낼 영상(영상물등급위원회 제출용)을 제작하여 보내고 중개책이 보내온 공연계약서에, 여성들이 서명하게 함. POA(위임장) 통해 현지 대사관에서 한국 비자 취득하는 절차 진행(병원, POA 교육, 시험, 대사관 행정). 비행기표 구매. 여성들을 비행기에 태워 한국에 보냄.

* 한국 중개책 : 한국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여성들 초청을 허가 받음. 여성들을 공항에서 데려옴. 클럽으로 인계하기 전 필리핀에서 쓴 것과 다른 (현저히 불리한 내용의) 계약서를 다시 작성. 파견사업체 클럽으로 인계. 이후에도 클럽에서 제대로 일하는지 아닌지 클럽 사장과 긴밀 소통.

* 한국 클럽 사장(파견 사업체) : 위 여성을 인계 받아 일을 하게 함. 공연은 한 차례도 없음. 주스 할당제 통해 성착취. 성희롱, 강제추행 노출.

#사례3. 어업 계절근로자
 4일 전남 고흥군청 앞에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굴 양식장 계절노동자 임금착취, 강제노동' 사례를 폭로하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브로커는 필리핀의 N시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며 필리핀에서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선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명목의 수수료를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공제하기로 하였다. 브로커와 사용자 측은 표준근로계약서에 서명을 받아갔다. 그 계약서는 4인 1실인 B면의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이며 월 209시간을 일하고 최저임금을 곱하여 월 200여 만 원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숙소비 30만 원 공제도 있었다.

피해자는 전남의 A 굴양식업자의 사업장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사장과 브로커는 시간급이 아닌 깐 굴 1키로당 3천원씩 수당을 받는다고 한다. 피해자는 굴까기는 처음 해봤으며, 시간은 가는데 한시간에 일 키로도 채우기 힘들었다고 한다. 일 한 지 한 달이 되고 브로커가 와서 정산한 내용을 설명하더니 한 달 월급이 25만 원도 안된다고 했다. 사장은 일을 못한다고 피해자를 잘랐다. 그랬더니 브로커가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일요일이라도 쉬고 싶은데 일이 없으면 유자 농장에 데리고 가 밭에서 유자묘목을 심게 했다. 쉬는 날 나가서 산책을 하고 왔더니 실장이란 사람이 CCTV로 감시하고 있다가 어디 나가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사례의 많은 부분이 인신매매식별지표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예를 가지고 법령에 적용해보자.

브로커는 필리핀에서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선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명목의 수수료를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공제하기로 하였다. 이는 인신매매 피해자식별지표에서 '행위'에 해당한다.

CCTV 감시 등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었고(위력), 모집 당시 제시되었던 근로계약서와 실제로 한 근로조건은 명백히 달랐지만 이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위계). 사용자와 브로커는 굴까는 양이 적은 경우 일을 못 한다며 그러면 필리핀으로 돌려보낸다는 말로 공포감을 조성하여 정서적으로 통제하였고, 계약 조건에 없으며 더욱이 명백히 대한민국의 강행규정 위반인 조건으로 노동을 시켰다.

숙소에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브로커가 마음대로 드나들며 감시를 당했고, 브로커는 사업장에서 명백히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규칙을 이용하여 급여를 과도하게 공제하거나 삭감하여 지급하였고 그 과정에 있어 사용자도 함께 공모 또는 방조하였다.

납치하는 것만이 인신매매가 아니다. 이와 같은 노동력 착취가 모두 국제조약과 국내 법률에 따라 분명하게 인신매매가 성립한다.

피해자가 스스로 동의해서 일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되느냐?는 질문도 꽤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인신매매방지의정서와 인신매매방지법, 그리고 피해자 식별 지표에는 잠재적 피해자가 '행위','수단','목적'의 각 항목에 대해 사전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인신매매피해자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동력 착취는 선량한 풍속 기타사회 질서에 반하여도 무효이고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라서도 무효인데, 그렇게 무효인 행위는 누군가가 동의/합의를 한다 하더라도 효력이 있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법과 판례다. 따라서 노동력 착취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여 받아낸 합의서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그와 같은 합의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증거인멸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선 실패하고 있는 '3P'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024년 1월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임금 착취, 강제 노동에 대한 관련 기관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와 상관없는 인신매매 문제를 왜 이리 강조하는가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인권침해를 통하여 생산된 물건의 수입을 금할 수도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매해 자체적으로 전 세계 각국의 상황에 관하여 인신매매보고서를 발간하고 각국의 인신매매 등급을 부여한다. 이 등급이 떨어지게 될 경우 미국의 공식적인 경제제재가 가능해진다.

미국의 인신매매보고서 작성이 각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력 집약적이나 품질이 우수한 한국의 농수산물들이나 여러 제품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 잠재적인 큰 위험이 된다는 점에서 인신매매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용인되는 계급사회에서는 언젠가 나도 착취를 당하게 되는 계급으로 내몰리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신매매는 우리 모두와 관련 있는 일이다.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서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3P가 중요하다고 한다.

보호Protection, 예방 Prevention, 그리고 기소 Prosecution가 그것이다.

가장 먼저 피해자가 안전하게 보호 받고 가해자로부터 심리적·물리적으로 분리되어야 자신의 피해를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계절 근로 인신매매피해자 지원에 있어 관련 수사기관은 출입국관리사무소 특사경,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특사경, 그리고 경찰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피해자 보호를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수사기관이 쉼터가 있는가를 민간에 요청하여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앙인신매매피해자권익옹호기관에 경찰과 협조하여(관련 규정 있음) 긴급 신속하게 피해자 분리 조사를 나가야 할 필요를 전했는데, 변호사나 활동가들이 피해자를 구출하여 오게 되면 인신매매피해자확인신청을 하고 확인서 받은 다음에 지원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 경우도 있다.

피해자를 구출해 나오는 것은 절대 민간의 영역일 수 없다. 개인인 변호사와 단체들이 강제수사권이 없는 가운데 완고한 사용자들에 맞서서, 좁은 지역에 다시 가서 (처음에는 오히려 구출되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 분리조치와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에게 물리적·심리적·경제적으로 계속 종속된 채로 합의(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한국에 재입국하게 해주겠다 등)를 종용받게 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피해자들은 합의에 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수사가 진행될 수 없게 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부와 지자체는 피해자 보호에도 실패하고, 범죄 예방에도 실패하며, 가해자 기소도 실패하는 3P가 모두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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