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알카라스와 마이애미의 지독한 악연 도대체 언제까지? 이번엔 32번 시드 선수에게 졌다

배지헌 기자 2026. 3. 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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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르다, 마이애미 오픈 32번 시드로 세계 1위 격파
- 6대 3, 5대 7, 6대 4 역전승...ATP 시즌 최대 이변
- 알카라스 "코르다가 더 잘했다, 축하한다"
알카라스를 꺾은 세바스찬 코르다(사진=코르다 SNS)

[더게이트]

올해 테니스계 최대 이변이 벌어졌다.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32번 시드 선수에게 패하면서 또 한 번 마이애미와의 지독한 악연을 이어갔다.

2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오픈 3라운드에서 알카라스는 미국의 세바스찬 코르다에게 6대 3, 5대 7, 6대 4로 졌다. 2022년 이 코트에서 생애 첫 ATP 마스터스 1000 타이틀을 따냈던 알카라스가 이번에는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알카라스를 꺾은 세바스찬 코르다(사진=코르다 SNS)

서브가 열쇠였다

코르다는 이날 코트 전체를 지배했다. 묵직한 서브로 알카라스의 리턴 기회를 원천 차단했고, 깔끔한 플랫 스트로크로 베이스라인을 압박했다. 네트 앞으로 치고 들어가 발리로 마무리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반면 알카라스는 퍼스트 서브 성공률이 60%에 그쳤고, 세컨드 서브마저 코르다의 몸쪽을 향하는 실수를 반복했다.

물론 알카라스도 특유의 재능을 살린 장면을 몇 차례 연출하긴 했다. 달리면서 때린 포핸드 탑스핀 로브, 벽에 등을 기댄 상태에서 꽂아 넣은 크로스 백핸드가 관중을 흥분시켰다. 2세트에서는 코르다가 서브권을 쥔 채 세트를 마무리하려는 순간 브레이크에 성공해 5대 7로 따냈다. 순식간에 최종 세트 싸움이 됐다.

늘 '뒷심 부족'이 문제였던 코르다는 이날도 고질적인 약점이 발목을 잡는 듯했다. 1세트를 6대 3으로 선점하고 2세트 역시 5대 3까지 앞서갔지만,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7포인트를 연속으로 내줬다. 다 잡은 경기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전형적인 패배 공식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세트, 5대 5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이 이어졌다. 여기서 알카라스의 발이 조금 느려진 틈을 타 코르다가 포핸드 크로스 랠리로 거세게 밀어붙였다. 코르다의 기세에 밀린 알카라스의 포핸드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났고, 코르다는 다시 한번 승기를 움켜쥐었다.

첫 번째 매치 포인트를 날린 코르다는 흔들리지 않고 두 번째 기회를 정조준했다. 코트 한가운데로 꽂힌 강렬한 서브에 알카라스의 리턴은 힘없이 라인을 벗어났다. 코르다는 눈을 감은 채 라켓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를 두고 "늦어진 영광, 그러나 결국 찾아온 영광"이라고 평했다.

알카라스에게 마이애미는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곳이다. 2023년 야닉 시너(이탈리아)에게 졌고, 2024년엔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에게 패했다. 지난해에는 다비트 고팽(벨기에)에게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충격도 맛봤다. 그 패배 이후 알카라스는 여행을 떠나 머리를 식히며 테니스와 거리를 뒀고, 클레이 코트 시즌에서 부활했다.

알카라스의 이번 시즌 성적은 17승 2패. 호주 오픈과 카타르 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며 12연승을 달렸으나 인디언 웰스 준결승에 이어 이번 마이애미에서 또 무너졌다. 경기 중에는 코치 사무엘 로페스를 향해 "더 이상 못 하겠어!", "집에 가고 싶어!"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쉽지 않은 경기였다. 코르다가 정말 훌륭하게 플레이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르다가 더 잘했고, 그 점이 이 경기의 핵심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포효하는 알카라스(사진=호주오픈 SNS)

잠재력이 현실이 된 날

코르다는 1998년 호주 오픈 챔피언 페트르 코르다의 아들이다. 주니어 시절 호주 오픈 보이즈 타이틀을 따내고 ITF 주니어 랭킹 1위까지 오를 만큼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과 중요한 순간의 심리적 위축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2월 델레이 비치 오픈에서 오랜만에 타이틀을 추가했지만, 이후 또 부상이 찾아왔다.

이날 승리는 코르다에게 새로운 반등의 계기가 될 법하다. 디 애슬레틱은 "벤 셸튼이나 테일러 프리츠만큼 서브가 강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위력적이고, 토미 폴의 감각과 운동 능력, 프랜시스 티아포의 플랫 파워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 큰 승리를 발판으로 삼느냐, 아니면 이변으로 기억되느냐는 온전히 본인에게 달려 있다"고 짚었다.

알카라스는 마이애미 탈락으로 다음 달 초 몬테카를로에서 시작되는 클레이 코트 시즌까지 한 주를 더 쉬게 됐다. 지난해 몬테카를로·로마·롤랑 가로스를 모두 휩쓴 디펜딩 챔피언에게 이번 패배와 휴식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클레이 코트 위에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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