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4월 위기설’… 정부, 비중동산 원유 도입 등 총력

양민철 2026. 3. 2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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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4주 차로 접어들며 '4월 에너지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은 69.1%로 이 가운데 95% 이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정부와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반대편인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 등을 통해 추가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주유소 판매가격도 다시 1900원대로 오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유류세 인하 등 재정 카드를 동원해 가격 상승을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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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차량 5부제 등 최후 카드 거론
봉쇄 지속 땐 5월 말 원유 부족 관측
2차 최고가격 1800원대 상승 전망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유가 대응 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중동사태로 유가 불안이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 “추경의 신속한 편성과 집행뿐 아니라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금융·세제·규제 등 정책 수단도 적극 발굴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부 제공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4주 차로 접어들며 ‘4월 에너지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지난 20일 국내 입항분이 마지막이다. 현재 한국향 중동 원유는 소량의 우회 물량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은 69.1%로 이 가운데 95% 이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당장 원유 공급이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어드는 ‘에너지 보릿고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며 장기전 채비에 들어섰다.

최대 관건은 국내 원유 재고가 언제 바닥을 드러내느냐다. 정유·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는 원유 수급 마지노선을 4월까지로 본다. 4~5주의 기존 보유분과 미국 호주 등 비(非)중동 지역 원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확보한 총 2400만 배럴의 원유로 약 9일분이 추가됐다.

다음 달까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소되지 않으면 기존 대비 30% 수준의 수입 물량과 ‘비축유 방출’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현재 민·관 보유 비축유는 약 1억9000만 배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는 208일분이지만 국내 하루 평균 소비량(280만 배럴)을 고려하면 약 68일분에 그친다. 국내 석유 소비와 수출을 모두 줄이지 않으면 두 달 남짓한 분량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22일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5월 말이나 6월부터 실물 원유 부족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급 대책도 향후 2~3개월 내 대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육상 파이프라인 등 운송 루트 개척이 핵심이다. 정부와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반대편인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 등을 통해 추가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한시적으로 풀린 러시아산 원유 도입도 논의 중이다. 정유사에 대한 수급조정 명령이나 수출제한 조치도 물망에 올라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비중동 원유 도입과 대체선 확대 등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의 체감 물가를 좌우하는 ‘석유 최고가격’도 이번 주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지난 13일 발표된 1차 ‘정유사 최고 공급가격’(ℓ당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은 중동 전쟁 직전인 2월 4주 차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기준이다. 전쟁 이후인 3월 1주 차 가격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30~40% 급등했다. 원가 상승분 일부를 정부가 흡수하더라도 오는 27일 발표될 2차 최고가격은 1800원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주유소 판매가격도 다시 1900원대로 오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유류세 인하 등 재정 카드를 동원해 가격 상승을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석유 수요 억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간 차량 5·10부제 시행 등이 최후의 카드로 거론된다. 정부는 우선 민간의 자발적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지금 상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생활 속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고유가 대응 관계장관 간담회’에서도 “에너지·핵심품목 수급 안정에 전 국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에너지·핵심품목 절약 프로그램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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